정부 증원 작업 본격화… 의대교수들 집단행동 나서
충남·건양대 등 의대생들 대규모 유급사태 우려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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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증원 사태가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난국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와 의사 측은 서로 소통을 제안하면서도, 증원 규모 등을 둘러싼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고 있으며, 전공의에 이어 의대교수들까지 사직 결의에 나서면서 의료대란의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의대 학생들의 집단행동으로 개강 등 학사일정을 미뤄온 대학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자칫 최소 수업일수를 확보하지 못해 대규모 유급사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체적 대책에 한계가 있는 만큼, 각 대학들은 교육부의 지침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지난 15일 의대정원 배정 심사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2000명의 증원분을 지역·대학별로 배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의대 증원분은 수도권 20%·비수도권 80%로 배분할 것으로 전해졌다. 증원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증원 전면 재검토를 요구해 온 의대 교수들의 단체행동이 가시화됐다.

충남·건양대가 포함된 전국 의대 20곳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5일 저녁 온라인 회의를 통해 25일부터 대학별로 사직서를 제출키로 결정했다.

다만 사직서를 제출해도, 각 수련병원 진료에 최선을 다할 것이란 입장이다.

충남·건양대 교수진들은 회의 결과에 따르면서도, 시기와 방식 등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충남대 의대·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교수 370여 명으로 구성된 비대위는 앞으로 사직서 제출 시작일을 정하기 위해 전체 회의를 마련할 방침이다.

건양대병원 비대위도 사직서 제출 시기, 보관 방법 등을 논의키 위해 18일 비대위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와의 소통 부재가 장기화될 시 의료현장 이탈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전공의들의 복귀 가능성도 희박해지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지역 주요 수련병원 4곳(충남대·건양대·을지대·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은 13일 전공의 보호센터 운영에 따른 계획안을 제출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센터 운영 시작일부터 나흘이 지난 15일 기준 접수된 복귀 관련 애로사항은 2건에 그친다.

이와 관련 지역 대학병원 관계자는 "정부와 의사간 대화가 부재한 상황에서 보호센터로만 복귀를 유도하는 것은 터무니 없다"고 했다.

의대생들의 최소 수업일수 확보를 위한 복귀 마지노선이 다가오면서 대학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충남대와 건양대, 을지대 등은 집단행동 중인 의대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학사일정을 중단하거나 개강을 미룬 상태다.

고등교육법 등을 고려하면 각 대학은 1학기 수업일수를 적어도 15주 확보해야 한다. 일정기간 출석을 하지 않으면 'F학점'을 부여해야 하며, 한 과목이라도 F학점을 받으면 유급처리돼 한 학기 수업을 다시 들어야 한다.

충남대는 학칙상 4분의 1 이상을 초과해 결석하면 성적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집단행동 동참 의대생 보호를 위해 지난달부터 4주간 학사일정을 중단했다.

현재 충남대에선 예과 2학년 102명, 본과 1학년 113명, 2학년 99명, 3학년 111명, 4학년 108명 등 533명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전체(예과 1학년 제외) 의대생의 93% 수준이다.

본과생들의 경우 지난 2월 5일 개강해 어느 정도 수업일수는 채워둔 만큼 복귀 마지노선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상태다. 충남대는 18일 수업 재개 여부에 대해선 내부 논의를 통해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건양대와 을지대는 이달 25일 개강하거나 수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건양대의 경우 현재까지 제출된 휴학계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을지대는 전체 학생(300명) 중 250명(83%)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의대생들은 유효 휴학계 제출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교육부가 전국 40개 의대를 조사한 결과 학부모 동의, 학과장 서명 등 학칙에 따른 절차를 지킨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12-16일까지 5일 동안 2157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의대생들의 단체행동이 장기화되면서 대학들은 교육부 방침을 기다릴 뿐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역의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기엔 한계가 있어 교육부 지침을 기다리고만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학생들과 지도 교수 면담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학사일정이 시작되기 전 최대한 해결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나연 기자 jinny@daejonilbo.com
 최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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