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격당한 배현진 의원 병문안 온 한동훈.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정면충돌이 집권 여당에는 호재가 되고 있습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맞서면서 '윤석열 아바타'라는 이미지를 많이 희석시켰어요.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윤·한 갈등'에 따른 손익계산서를 뽑아보고, 2차·3차 윤·한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불씨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죠.

◇갤럽조사 한 52%, 윤 31%, 이 35%

한 위원장이 뜨고 윤 대통령은 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윤 대통령은 리더십에 큰 상처를 받았지만 한 위원장의 존재감은 커졌습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간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바꾸어 나가는 계기도 되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한동훈 독립선언의 날'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어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한 위원장이 부각되면 손해 볼 게 없죠. 한 위원장이 미래권력으로 인식되면 22대 총선이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라는 프레임도 상당히 약화될 수 있습니다. 잘하면 2012년 19대 총선을 극적인 승리로 이끈 박근혜 비대위의 데자뷔가 될 수도 있어요.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지점도 바로 국민의힘의 '윤 대통령 지우기'입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부부의 얼굴을 지우기하고 한동훈 얼굴로 선거를 치르겠다면 다소 무리한 감이 없지 않으나 제2의 6.29 같은 한동훈 돋보이기 작전일 수 있다"고 말했죠.

당정 갈등 이후 나온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지만 한 위원장에 대한 긍정평가는 상승했습니다. 국민들은 윤·한 갈등을 보면서 한 위원장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됩니다.


 

자료-한국갤럽

①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무선전화번호를 이용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전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입니다. 윤 대통령은 긍정평가 31%·부정평가 63%, 한 위원장은 긍정평가 52%·부정평가 40%,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긍정평가 35%·부정평가 59%입니다.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율이 윤 대통령과 이 대표에 비해 각각 21%p와 17%p나 높다는 사실이 주목됩니다.

한 위원장의 지지율은 지난 2012년 3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같습니다. 그해 4월 11일 치른 19대 총선은 선거 직전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초반대를 기록했지만 미래 권력인 박 비대위원장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선거였죠. 선거 결과 새누리당은 152석으로 과반을 확보해 민주통합당 127석에 크게 이겼습니다.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부딪히면서 중도 확장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도 감지됐습니다. 갤럽 조사 결과 중도층은 윤 대통령에 대해 27%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한 위원장에 대해서는 45%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②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2-24일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전국 100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윤 대통령 긍정평가 31%·부정평가 61%, 한 위원장 긍정평가 47%·부정평가 40%, 이 대표 긍정평가 35%·부정평가 56%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서도 한 위원장에 대한 긍정평가가 가장 높았어요.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3%, 민주당 30%, 정의당 2%, '지지 정당 없음·모름·무응답' 26%였습니다. 당정 갈등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이전 조사 때보다 3%p 올랐고 민주당은 3%p 내렸습니다.

③뉴스핌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2-23일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35.8%, 부정평가는 62.5%입니다. 긍정평가는 2주 전인 직전 조사 대비 6.2%p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7.7%p 상승했습니다.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로 갈등을 빚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했다. 두 사람의 갈등이 처음 보도된지 이틀만이다. 앞서 지난 22일 밤 11시8분쯤 충남 서천 서천특화시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 점포 227개가 모두 소실됐다. 사진=김영태 기자

④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21-22일 무선 100%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는 긍정 31%, 부정 59%로 조사됐습니다. 긍정 평가는 2주 전보다 2%p 낮아졌고, 부정 평가는 2%p 올랐습니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27%, 민주당 32%였고, '지지 정당 없다'고 답한 무당층은 35%에 달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공천 과정에서 윤-한 갈등 재연 가능성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서천 화재현장에서 만나 갈등을 봉합했지만 불씨는 남아 있죠.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대응을 놓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고,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김건희 특검법은 2월 임시국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재표결 하는데요. 현재 국회의원 298명이 표결에 참여해 3분의 2 이상인 199명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됩니다. 민주당과 정의당, 친야 성향 무소속 의원은 모두 183명인데 여기에다 여권에서 16표만 넘어오면 가결되죠.

국민의힘에서 비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개입한다면 다시 당정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죠. 민주당은 재표결 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있는데요. 국민의힘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의 찬성표를 기대하고 있는 겁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진검승부는 오는 총선 공천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국민의힘이 253개 지역구 가운데 최대 50곳을 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한다고 밝혔는데 이것도 윤·한 갈등의 트리거가 될 수 있죠. 대통령실은 용산 출신들을 공천하려고 하고, 한 위원장은 막는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질 수 있어요.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포을 공천을 놓고 '사천 논란'이 일었는데 '윤·한 대결'의 서막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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