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화려하게 정치판에 발을 들여놨는데요.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누르면서 분위기를 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 비대위원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한 장관이 풀어야 할 고난이도 문제들을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한동훈 첫 번째 숙제는 '김건희 특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의 출발은 산뜻합니다.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20-21일 만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감에 대한 적합도를 물었더니 한 지명자 45%, 이 대표 41%로 나타났습니다. 또 호감도 조사에서도 한 지명자가 47%를 얻어 이 대표(42%)를 5%p 차이로 앞질렀습니다.

이것만 놓고 보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한동훈 대 이재명'의 대결 구도로 내년 총선을 몰아가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내년 총선까지 한 지명자가 풀어야 할 고난이도 숙제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야당에서는 오히려 한 전 장관의 등판을 환영하고 있는 분위기에요. 내년 총선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적인 성격이 강한데 한 전 장관이 전면에 나서면서 이런 구도가 더 강화됐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벌써 민주당에서는 한 장관을 '윤바타'(윤석열 대통령 아바타)로 부르며 '프레임'에 가두고 있는데요.

한 전 장관이 이런 멍에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윤심(윤 대통령 의중)과 차별화를 도모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느냐는 것이죠. 물론 지난 19일 국회에서 '민주당에서 윤 대통령 아바타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누구도 맹종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치 현실은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아요.

스무고개 중 첫 번째 관문이 '김건희 특검'입니다. 당장 민주당은 오는 28일 '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에요.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정의당이 특검을 추천하고 결정하게 돼 있고 수사상황을 생중계하게 돼 있는 독소조항까지 있다"면서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비판했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지명자. 사진=연합뉴스

◇ '5000만의 문법' 아닌 '서초동 사투리'

한 전 장관이 정면 돌파를 선언했는데 결론적으로 신중하지 못했습니다. 한 장관이 말한 생중계 독소조항은 김건희 특검법 제12조(사건의 대국민보고)에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외의 수사과정에 관한 언론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한 부분을 말하는데요. 그러나 한 장관이 참여한 2016년 '최순실 특검'에도 해당 조항이 그대로 포함돼 있죠.

민주당은 '딱 걸렸다'는 듯이 공격하고 나섰어요.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22일 YTN 라디오 '뉴스킹'에서 "한 장관이 본인의 검찰 역사에서 화양연화라 했던 최순실 특검 시기에 똑같이 한 것"이라며 "그때 했던 방식 그대로 하는 거고 전혀 차이가 없기 때문에 그래서 한동훈씩 내로남불이다"고 비판했습니다. 한 장관이 '의문의 1패'를 당했습니다.

한 장관이 악법이라고 하지만 국민 3명 중 2명은 김건희 특검에 찬성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67%가 김건희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응답했죠. 법적인 판단과 정치적인 판단은 분명히 다릅니다. 국민 여론을 거스르면서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려 하다가는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높아요.

한 전 장관이 '정치 언어'에 익숙하지 못한 것도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여의도 문법이 아닌 5000만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고 했지만 그의 공세적인 화법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어요.

그는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에 앞서 김 여사의 명품백 의혹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그때도 물어보셨잖아요! 민주당이, 기자님이 저번에도 말씀하셨지만, 민주당이 꼭 그런 거 저한테 물어보라고 시키고 다닌다던데요"라고 반문했죠.

그날 법사위에서도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많은 국민들이 오늘(19일)이 상임위 마지막 출석인지 궁금해한다"고 말하자 한 전 장관은 "의원님 혼자 궁금해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해 빈축을 샀습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자료=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보수층 결집, 중도 확장성은 의문

그러다 보니 '5000만의 문법'이 아닌 '서초동 사투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죠. 기자들 질의에 대한 인식이나 언론브리핑에 대하는 태도가 상당히 거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했는지 20일 국회를 다시 찾은 한 장관은 전날과 달리 "제가 어제(19일) 충분히 말씀드렸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한 전 장관이 진정한 국민의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찍힙니다. 총선의 승부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안팎이 되는 중도층과 무당층의 향배가 좌우하게 되죠. 한 전 장관의 등판이 보수층 결집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중도 확장성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검사 시절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이었다는 점에서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 인해 '친윤당'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강성 지지층인 집토끼는 단속할 수 있지만 중도층인 산토끼는 잡을 수 없게 되죠.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비상대책위원장 선호도에서도 한 전 장관의 한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적합하다'는 의견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43%, 보수층에서는 32%, 윤석열 대통령 지지층에서 41%가 지지해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중도층만 따로 떼어내 보면 21%이고 전체적으로는 22%에 불과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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