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삼육보건대에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을 주제로 강연한 뒤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내년 초로 날짜까지 제시했습니다.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해 '엄근진'으로 불리는 이 전 대표가 급발진을 한 셈인데요. '이재명의 민주당'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이낙연 신당의 파장을 예측해 보고 민주당 의원들의 반응을 살펴보도록 하죠.

◇친낙계 원외 중심 신당에 박차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13일 신당 창당 의사를 공식화했습니다.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신당 창당 진짜로 할 건가'라는 질문에 "예. 절망하는 국민들께 작은 희망이나마 드리고 말동무라도 돼 드리겠다, 이 방향은 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신중하기로 소문난 이 전 대표가 이 정도 얘기했으면 파부침주(破釜沈舟)나 다름없죠. 홍익표 원내대표가 "다시 강을 돌아올 수도 있다"고 했지만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혀 버렸습니다.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낙연 신당은 친낙계 원외인사들이 주축인 '민주주의실천행동'을 중심으로 원내 1당을 목표로 속도를 올리고 있어요. 중도 진보와 중도 보수, 원내외를 가리지 않고 '제3지대 빅텐트'를 친다는 구상입니다. 제3지대 신당을 준비 중인 금태섭 전 의원, 양향자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고,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과도 회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지만 당내에서는 계파를 막론하고 부정적인 여론이 강한 편입니다. 친명계는 물론 비명계 의원들까지 선을 긋고 있어요. 호남의 친낙계 이개호·이병훈 의원도 신당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고, 비명계인 조응천·이원욱 의원도 성급하다는 진단을 내렸죠. 민주당 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큰 어른의 느닷없는 신당 창당 선언은 말씀하신 희망도 아니고, 새로운 정치도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더좋은미래 의원들이 15일 국회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창당 선언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신당은 일단 스텝이 꼬인 모습이지만 그 파장은 예측 불허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전 대표의 신당 행보가 이재명의 민주당에는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내년 총선에서 호남지역보다는 수도권에서 민주당 후보들의 표를 더 많이 잠식할 수도 있어요.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번 주 나온 여론조사 두 개를 살펴보도록 하죠.

①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이낙연 신당에 대해 물었더니 '좋게 본다' 34%, '좋지 않게 본다' 46%, 의견 유보 20%로 나타났습니다. 지역별로는 서울 긍정 38%·부정 40%, 인천·경기 긍정 30%·부정 50%, 충청권 긍정 39%·부정 44%입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승부처가 되는 지역에서 신당에 대한 긍정평가가 30% 이상 나온다는 사실이 주목됩니다.

②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내년 4월 총선에서 투표할 정당을 물은 결과 민주당 39.8%, 국민의힘 33.2%, 이낙연 신당 7.9%, 정의당 1.8%, 기타 정당 5.2%, 없음·무응답 12%로 집계됐어요. 이낙연 신당이 여론조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는데요. 일단 한 자릿수로 출발했습니다. 무시할 수는 없지만 양당 구조를 깰 만한 영향력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계파 막론하고 대부분 부정적 의견

이번에는 민주당 인사들의 반응을 살펴보겠습니다.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그만큼 신당 창당의 파급 효과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재명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신당 추진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변화하되 최대한 단합과 단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나"라고 밝혔죠.

■민주당 쓴소리 조응천 의원-"당내 분위기가 호남 지역구 의원들 또 과거 NY계 의원들이 좋게 말씀하시는 분이 별로 없잖아요 언론 보도를 보면. 저희랑(원칙과 상식)은 무관하게 진행을 하는 거고요. 왜 저렇게 서두르시지?"(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표적인 비명 이원욱 의원-"그러니까 이낙연 전 대표께서 숨 고르기가 좀 필요한데 갑자기 링에 뛰어들어서 막 100m를 질주하고 계시는 것 같아서요. 많이 당황스럽습니다. 물론 대표님께서 최근에 한 2-3주에 보여준 게 이미 숨 고르기 한 거야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14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대선 캠프 대변인 이병훈 의원-"최근 논의되고 있는 신당 태동설은 제1 야당 민주당의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저는 신당에 참여할 의사가 없고, 또 반대한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밝힙니다. (13일 광주시의회 기자회견)

■호남 친낙계 이개호 의원-"지난 2016년 호남에 거세게 불었던 국민의당 바람 때에도 저는 홀로 민주당을 지켰습니다. 지금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할 때입니다. 민주당은 저의 전부입니다."(13일 페이스북)

■친낙계 핵심 윤영찬 의원-"가시는 행보가 너무 속도가 빠른 것 같다. 좀 더 당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가셔도 되는 거 아니냐 왜 이렇게 서두르시는 거냐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은 있습니다. 오히려 좀 시간이 급하다 창당까지의 과정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친문계 윤건영 의원-"이 전 대표가 걱정하는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그렇고 민주당을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일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은 그런 심정이에요. 이낙연 대표가 지금 가고자 하는 길은 당을 위한 선택은 아니라고 봅니다."(1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친명계 김민석 의원-"제3의 길은 민주당의 길이 아닙니다. 엄동설한에 웬 분열과 이적의 사꾸라입니까? 다가올 4월, 승리의 무궁화를 꽃피워야 합니다."(14일 페이스북)

■친낙 싱크탱크 신경민 전 의원-"잘만 하면 (신당 돌풍) 가능성이 있죠. 왜 그러냐면 양당 정치에서 아주 신물이 나 있는 사람들이 꽤 있기 때문에. 그런 분들이 한 30% 정도는 있다고 봅니다."(14일 YTN 라디오 이슈&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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