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집 '밥 태우는 엄마'로 화제, 73세 임나라 작가
평생 '문학'과 '목조건축' 2개의 길 걸어
대전일보 제1회 신춘문예 출신… 서울신문 신춘문예도 거쳐

임나라 작가는 대전일보와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으로 문학과 목조건축문화 확산 등 2개 분야의 일을 해왔다. 사진=김재근 선임 기자


임나라 동화작가가 창작 동화집 '밥 태우는 엄마'(도서출판 시아북 간)를 펴냈다.

임 작가는 문학과 목조건축 2개 분야의 길을 걸어왔다. 2개 신문의 신춘문예 출신 문인으로 20여년 동안 목조건축 문화 확산에 힘써온 목조건축 전문가이다.

"문학이 곡선의 미학을 지녔다면, 건축은 직선의 미학을 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학이 내적 세계를 현미경으로 꼬불꼬불 들여다보는 것이라면, 건축은 현실을 직시하는 과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곡선과 직선의 세계는 언어도 다르고요."

<40년 글쓰기 경력, 필력 뛰어나>

임작가의 동화집 '밥 태우는 엄마'에는 모두 10편의 동화가 실려있다.
임작가의 동화집 '밥 태우는 엄마'에는 모두 10편의 동화가 실려있다.

평생 문학 창작과 목조건축문화 운동을 병행해온 임 작가는 두 분야가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고 얘기했다. 건축이 인간의 바람을 도면에 선으로 담아내는 반면 문학은 인간의 내면과 삶의 이야기를 원고에 담아내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건축과 문학은 인간이 좀 더 인간답게 살아가려는 것을 지향하고 인간의 삶에 천착한다는 점에서 같다는 것이다.

임 작가가 5년만에 펴낸 동화집 '밥 태우는 엄마'에는 '꽃 도둑의 이상한 병' '분홍 구름' '수리 부엉이' 등 모두 10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문장이 더도 덜도 없이 깔끔하다. 글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재미도 있는 수작들이다. 작가의 필력과 경륜이 잘 묻어난다.

책의 표제가 된 '밥 태우는 엄마'는 어린 딸이 늘 밥을 태우는 엄마를 걱정하는 이야기이다. 엄마는 전기밥솥을 쓰지 않고 가스불에 밥솥을 얹어 밥을 짓는 데 매번 밥을 태우곤 한다. 딸은 누룽지 밥이 싫고 엄마가 치매에 걸린 것같아 불안하다. 엄마가 딸에게 고슬고슬하고 따뜻한 밥을 해주려는 생각 때문이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몸이 허약한 엄마에게 그렇게 밥을 지어줬고, 엄마는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딸에게 정성이 담긴 밥을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선문대 안병국 교수는 이 작품에 대해 문장이 간결하고 내용과 조화를 이뤄 박진감을 주고 있다고 평했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작위적이지 않고 살아 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글과 그림도 매우 잘 어울린다. 전문 화가인 김현숙 작가가 그린 심플한 그림이 글의 내용과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84년 대전일보, 8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임 작가는 어렵다는 신춘문예를 두 번이나 거쳤다. 198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1985년에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것이다.

"1985년 대전에서 살았는데 대전일보 제1회 신춘문에 공모를 보고 '파랑이의 구름마차'라는 동화를 냈어요. 다행히 당선이 됐고요. 대전에서 글을 쓰며 살고 싶었거든요."

임 작가는 이미 한해 전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하늘마을의 사랑'이 당선된 기성작가였다. 다른 문인들과 달리 중앙지에 먼저 당선되고 나중에 지방신문 신춘문예를 통과한 것이다.

임 작가는 살아가면서 이사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글쓰기만은 멈추지 않았다. 동화집 '하늘마을의 사랑' '무화과 나무집' '광덕 할머니의 꽃자리' '정림사 절 짓는 이야기' '남이의 징검다리(장편)' 등을 펴냈다.

광덕 할머니와 정림사 절(사찰)에서 보듯 천안 광덕과 부여 정림사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고 살았던 곳이 알게 모르게 문학의 살과 뼈가 되고 거름이 된 것이다. 그는 천안에서 태어나고 천안에서 초중고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백일장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책도 많이 읽고 늘 원고도 썼습니다. 중학교 때 '학원'이라 잡지에 투고도 했고, 고등학교 때는 '여학생'이란 잡지에 단편소설을 보냈는데 김동리 선생께서 당선작으로 뽑아줬습니다. 대학도 자연스럽게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로 갔습니다."

한동안 고향인 천안에서 살 때는 지역문인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동화집에 실렸던 그림을 비롯하여 나태주 시인 등과 주고받은 편지 등을 전시한 것이다.

<97년부터 목조건축문화 확산 노력>

임 작가는 생활인과 글쟁이로 살아가던 중 목조주택 분야에 뛰어든다.

학생들에게 논술을 가르치던 중 모 교육기관에서 목조건축 전문과정을 운영해보자는 권유를 받고 현대 목조건축을 전파하기 시작한 것이다.

"1997년 건축전문인들과 국민대에 목조건축디자인센터를 개설했어요.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반향이 컸습니다. IMF 구제금융 사태로 일감이 줄어든 건축가와 건축사들이 새로운 공법인 현대 목조주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때부터 지금까지 26년 동안 목조건축 기술과 문화를 퍼뜨리는데 힘써왔다. 미국임산물협회(AFPA)와 여러 건축 전문가들이 도움을 줬다. 줄잡아 3000명의 건축인들이 이곳에서 현대적 목조건축 이론과 기술을 배웠다. 수료생 중에는 목조건축물로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은 사람도 있다. 임 작가는 현재도 (사)한국목조건축기술협회 상임부회장을 맡고 있다.

임 작가는 요즘 목조건축보다는 문학에 더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자신이 쓴 글에서 "이제 나무라는 별의 세계에서 다시 문학이라는 별의 세계로 더 깊이 들어가 볼 때가 된 것 같다. 이 에움길을 통해 문학은 나에게 또 다른 구도의 길을 가게 할 것이다. 파견의 임무에서 벗어나 이제 좀 더 열심히 글을 쓰리라. "라고 밝히고 있다.

'에움길'은 멀리 돌아서 가는 길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돌고 돌아 다시 자신이 가고자 했던 문학에 전념하기로 한 것이다. 글을 쓰는 게 깊은 샘물에서 한 바가지씩 힘겹게 물을 길어 올리는 것처럼 힘든 일이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겠다고 한다.

<"글쓰기에 목말라… 구도의 길 갈 것">

"글에 대한 목마름이 컸습니다. 목조교육센터를 그만두고 쉼과 여유의 소중함을 즐기고 있습니다. 먹고 글쓰기를 반복하고 있고요. 영혼과 영혼이 만나는 언어를 추구하고 싶습니다."

임 작가는 요즘 미니픽션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 미니픽션은 단편소설보다 훨씬 짧은 초미니 창작물로 20세기 초 중남미에서 시작됐다. 간결하고 다양하고 함축적인 글이 인터넷시대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73세의 작가가 좋은 작품집을 내고 더욱 더 문학의 길에 전념하겠다는 다짐과 각오가 놀랍고 새롭다. 자신의 말처럼 문학을 통해 경이로운 세계를 만나고 그것을 글에 담아 어떤 작품을 생산해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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