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30분거리 시원한 여름 숲 "좋아요"
대전·중구 동구편 : 상소동산림욕장, 만인산자연휴양림, 보문산숲치유센터, 뿌리공원산림욕장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가까운 명소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푹푹 찌는 날씨에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지자 먼 바닷가나 해외여행 대신 계곡과 숲에서 쏠쏠한 재미를 즐기려는 것이다. 여름휴가뿐 아니라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도 누구나 쉽게 가볼 만한 충청권 숨은 명소를 소개한다.

대전 동구와 중구에는 시내에서 30분-1시간 안에 찾아갈 수 있는 산과 숲이 많다. 1박이나 2박 캠핑을 해도 좋고, 한나절 숲길을 거닌 뒤 인근 맛집에서 식사를 해도 좋다. 구도심과 그 주변 외곽에는 오래되고 저렴한 맛집과 분위기 있는 카페도 많다.

요즘 대전에서 숲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이에 은근히 소문난 곳이 상소동산림욕장이다. 오토캠핑장과 계곡, 숲길을 두루 갖춘 곳으로 한국관광공사가 2023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선정했다.


 

상소동산림욕장의 돌탑은 투박한 자연석을 쌓아올린 것으로 불교 초기 탑 양식과 닮았다. 사진=김재근 선임기자
대전시 상소동산림욕장의 붉은 돌탑. 푸른 숲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느낌마저 자아낸다. 사진=김재근 선임기자
2003-2007년 아내와 함께 상소동에 돌탑을 쌓은 이덕상옹. 사진=대전시

<붉은 색 돌탑 신비로운 상소동산림욕장>

상소동산림욕장은 대전-금산을 연결하는 17번 국도에서 서쪽 방향에 위치했다. 대전역에서 10km, 남대전IC에서 5km 거리에 있다. 산림욕장으로 가는 옛국도는 아름드리 버즘나무 가로수가 터널을 이룬다.

입구에는 상소오토캠핑장이 자리잡고 있다. 1만 6,962㎡의 터에 캠핑 사이트 68면이 있고, 편의시설로 화장실 3곳, 취사장 2곳, 샤워장 2곳 등이 설치됐다.

상소동산림욕장은 만인산 줄기의 계곡에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있다. 산책로 옆에는 메타세콰이어와 벚나무, 소나무, 단풍나무가 무성하다. 봄에는 우리꽃관찰원, 가을에는 단풍숲 체험, 겨울에는 얼음동산을 운영한다. 여름철인 요즘은 어린이들을 위한 물놀이장을 운영한다. 물놀이장은 사방댐을 활용한 곳으로 안전요원도 배치돼 있다.

상소동산림욕장을 찾은 사람들이 가장 놀라는 것이 돌탑이다. 산골짝 산책로 중간 중간 숲 속에 400여 개의 돌탑이 있는데, 투박한 자연석을 정성 들여 쌓은 것이다.

이 돌탑을 쌓은 주인공은 올해 93세의 이덕상 할아버지이다. 그는 2003년 대전시 동구청이 이곳에 돌탑 쌓기 캠페인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참여했다. 쓸 만한 돌을 자동차로 싣고 와 몇 개씩 지게로 져 나르며 탑을 쌓았다. 기왕이면 아름다운 탑을 쌓겠다는 생각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수고 다시 지었다. 처음에는 서너 개 정도 쌓으려 했는데 너무 재미 있어 일을 계속했다. 2003년 9월부터 2007년 5월까지 4년 가까이 자원봉사를 한 것이다.

그가 쌓은 탑들은 미얀마나 라오스 등 동남아 국가에서 볼 수 있는 불교 초기의 탑을 연상케 한다. 붉은 색의 자연석 돌탑이 푸른 숲과 어우러져 신비로움까지 자아낸다. 이덕상은 시민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이 탑을 쌓았다고 한다.


 

만인산푸른학습원에서는 숙박과 교육, 식사까지 할 수 있다. 사진=김재근 선임기자
만인산자연휴양림은 생태계가 건강한 곳으로 새소리와 매미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린다. 사진=김재근 선임기자
만인산자연휴양림에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태를 모신 태실도 있다. 사진=김재근 선임기자

<건강한 숲, 토종 매미소리 시원… 만인산자연휴양림>

상소동산림욕장과 7km 정도 떨어진 곳에 만인산자연휴양림이 있다.

대전시와 금산군의 경계를 이루는 만인산 자락에 자리 잡았고, 면적은 183ha이다. 만인산자연학습원이라는 숙박시설이 있어 자연환경 체험이나 수련회 등을 하고 숙박도 할 수 있다. 숙박과 식사는 240명까지 가능하다.

대전시에서 운영하는 만인산자연휴양림은 푸른학습원 외에도 야영장과 야영데크, 야외공연장, 캠프파이어장, 전망대도 있고 학생들을 위한 새와 짐승의 집, 학습농장, 숲속교실, 전시림(학습림), 곤충생태학습장, 숲속수련장이 있다. 물놀이장과 족구장, 산악자전거코스, 어린이놀이터, 썰매장, 잔디광장 등의 운동 시설도 갖추고 있다.

이곳은 자랑은 산책로와 등산로이다. 푸른학습원을 중심으로 산 줄기마다 촘촘하게 산책로와 등산로가 있다. 나무로 만든 데크와 계단이 유달리 많은데 그 이유는 산 줄기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험한 산을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도록 곳곳에 나무계단을 설치한 것이다.

산책로 주변에는 낙엽송과 벚나무 등이 많고 능선에는 소나무와 참나무, 철쭉 등이 빽빽하다. 숲이 워낙 건강한 탓으로 걷는 내내 참매미와 말매미, 쓰름매미 등 토종 매미소리를 듣게 된다. 우거진 숲속에서 삼림욕을 즐기며 매미와 새소리까지 듣다 보면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심신이 상쾌해지는 느낌마저 든다.

이곳은 생태계가 건강한 곳으로도 이름이 높다. 이끼도룡뇽과 두꺼비, 늦반딧불이, 참매, 새호리기, 고슴도치 등 곤충류 140종, 조류 54종, 포유류 12종이 살고 있다. 식물도 노루귀와 넓은잎각시붓꽃, 뻐꾹나리, 으름덩굴 등 양치식물 14종, 나자(겉씨)식물 10종, 피자(속씨)식물 528종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대전을 상징하는 대전천의 발원지도 이곳에 있다. 만인산 동쪽 봉수레미골에는 대전천이 시작되는 곳을 알리는 발원지 표지석이 서 있다. 해마다 이곳에서 대전천 발원제가 열린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태(胎)를 모신 태조대왕태실도 있다. 태실은 왕가의 태를 보관하는 작은 돌방을 말한다. 이성계의 태는 당초 그가 자란 함경도 함흥의 본궁에 안치됐으나 무학대사의 말에 따라 만인산으로 옮겼다고 한다. 태실이 위치한 곳은 행정구역상 충남 금산군 추부면 마전리이지만 대전시가 운영하는 만인산자연휴양림과 닿아 있다. 휴양림의 메인도로와 연결된, 낙엽송이 늘어선 평평한 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만날 수 있다. 행정구역상 충남에 소재한 까닭에 충남도 문화재자료 제131호로 지정돼 있다.


 

보문산숲치유센터 숲길에는 아름드리 플라타너스와 벚나무 등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김재근 선임기자
나무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배우고 목재로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 볼 수 있는 대전목재문화체험센터. 사진=김재근 선임기자

<보문산숲치유센터, 뿌리공원산림욕장도 가볼만>

대전시내와 아주 가까운 보문산과 뿌리공원에도 푸른 숲이 있다.

보문산숲치유센터는 대전 중구 보문산공원로 440번지 일원에 조성된 산책로로 보문산 중턱에 이리저리 자연스럽게 펼쳐져 있다. 포장이 이뤄진 도로 주변으로는 인공조림한 플라타너스와 메타세콰이어, 벚나무 등이 많다. 이곳에서 동물원이 있는 오월드까지 10km를 연결하는 보문산숲길이 잘 조성돼 있다. 산길을 잘 타는 사람들은 보문산 동남쪽 호동-이사동-무수동으로 이어진 트레킹코스를 즐겨도 좋다.

보문산숲치유선터 바로 옆에는 대전목재문화체험장이 있다. 목재문화체험장은 목재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목재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나무를 이용하여 장난감과 놀이기구, 옷걸이, 연필꽂이, 나무쟁반, 도마, 화분받침대 등을 만들어 보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가족들과 함께 목재체험을 하고 숲을 거닐며 건강도 다질 수 있는 곳이다.

뿌리공원산림욕장도 가볼 만하다. 뿌리공원은 1997년 개장한 곳으로 대한민국 성씨(姓氏)의 유래와 역사를 주제로 한 공원이다. 성씨의 연원과 역사를 담은 다양한 조형물과 한국 족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족보박물관이 유명하다.

뿌리공원 한쪽에는 생태숲과 산림욕장이 조성돼 있다. 조상의 뿌리와 경로효친, 효(孝)에 대해서 공부하고 건강한 숲, 아름다운 유등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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