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연령대 20·30세대가 절반 이상 차지
빌라시장도 먹구름…대전 매매량 48.5% ↓

사진=대전일보DB


지난달 대전에서 20·30대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40억대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해 지역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자금책과 모집책, 바지사장, 공인중개사로 구성된 이들 일당은 금융권에서 거액의 대출을 받아 동구 가양동과 대덕구 중리동 일대 다가구주택 신축 건물을 매입했다. 그리고 당시 세입자가 계약 전 집주인의 세금 체납과 선순위 보증금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전월세 계약을 체결했다. 임대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 없이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전세금을 속여 뺏는 이른바 '깡통전세' 수법을 이용한 것. 이들은 앞서 서구 가장동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러 총 52명에게 약 44억 원 상당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전세사기 사범이 대전과 세종, 충남·북 등 충청권에만 100명이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가구 주택이 많은 대전의 경우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유형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사기 피해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충청권 다세대주택(빌라) 시장도 얼어붙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7월 25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10개월간 진행된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 중간결과를 8일 발표했다. 이 기간 경찰은 총 2895명을 검거하고, 이중 288명을 구속했다. 시·도별로는 경기남부 651명, 서울 623명 순으로 가장 많았다.

충청권에선 전세사기 사범 총 189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 88명(구속 14명), 세종 29명(구속 4명), 충남 32명, 충북 40명(구속 8명)이다. 검거 건수는 대전 29건, 세종 9건, 충남 28건, 충북 19건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전국 피해 현황은 피해자 2996명, 피해 금액 4599억 원이다. 피해자 연령대는 30대가 1065명(35.6%)으로 가장 많았으며, 20대가 563명(18.8%)으로 뒤를 이었다. 국토교통부가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상담사례를 추려 점검한 결과에서도 피해자 중 61%가 20-30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주택 유형별로는 다세대주택이 1715명(57.2%)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오피스텔 784명(26.2%)과 아파트 444명(14.8%), 단독주택 53명(1.8%) 순이었다.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나타난 범죄유형은 금융기관 전세자금대출 등 공적 기금을 소진하는 허위보증·보험(1471명)이었다. 조직적으로 보증금 또는 리베이트를 편취한 무자본 갭투자(514명), 법정 초과 수수료·중요사항 미고지 등 불법 중개행위(486명), 깡통전세 등 보증금미반환(227명) 순으로 이어졌다. 대전의 경우 다가구주택 비율이 33.5%로 타지역보다 높은 만큼 깡통전세 같은 사기 피해가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처럼 지역사회를 강타한 전세사기는 빌라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충청권 소재 비(非)아파트 매매거래량은 4889건(연립·다세대 1709건, 단독·다가구 318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938건)보다 38% 가량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대전의 감소세가 가장 컸다. 지난해 1-4월까지만 해도 1820건의 매매량을 보였던 대전지역은 올해 937건을 기록, 48.5%의 하락률을 보였다. 충남 39.5%, 충북 30.3%, 세종 27.3%로 집계됐다.

빌라 매매수급지수도 점차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1월 101.8을 기록했던 충청권 연립·다세대 평균 매매수급지수는 올 4월 89.7까지 추락했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집을 팔려는 사람이, 200에 가까울수록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단독·다가구 매매수급지수도 지속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초 101.9였던 단독·다가구 평균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4월 94.8까지 감소했다.

지역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 중개 현장에서도 빌라 매매량이 급감하다 보니 곡소리를 내는 상황"이라며 "재건축·재개발이 멈춘 상태에서 전셋값까지 하락하니 매입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은수 기자 limes@daejonilbo.com
 김소연 기자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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