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희 대전을지대병원 간호부 파트장
유경희 대전을지대병원 간호부 파트장

따뜻함과 포근함, 그리고 싱그러움까지 품은 계절의 여왕 5월이 돌아왔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의미심장한 날들로 채워져 유독 거리 곳곳은 꽃들로 화사하고 모든 것들이 빛나는 달이다.

나는 잠시 내가 몸담은 병원 안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5월. 이 밝음이 한창일 때에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 속에서 몸을 누이고 있는 어느 고령 환자의 야윈 뒷모습이 유독 눈에 밟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로 병원 내 감염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공고해졌다. 또 다른 감염원의 차단을 위해 외출과 외박, 면회가 금지되면서 나를 비롯한 우리 간호사들은 그들의 '마음 가족'이 됐다.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 병원을 찾게 됐을 때, 가장 가까이에서 맞이하고 살펴주는 이는 바로 간호사다.

우리 국민의 의료기관 이용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외래 진료 횟수는 OECD 평균의 2.5배에 이른다. 그런데 이들을 간호할 간호사는 인구 1000명당 3.8명으로, OECD 평균 8.9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간호사 면허를 가진 간호사는 많은데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절반에 불과한 것이다.

간호사들이 떠나간다. 숙련된 간호사의 이직은 사회적 비용과 사회적 생산성 손실이 굉장히 크다. 이와 더불어 떠나간 숙련간호사의 자리는 신규간호사로 채워져 환자 안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생각해 보니 우리 병동 환자분들의 평균 연령은 65세를 훌쩍 넘어선다. 65세가 넘어가면 그 전에 비해 의료비 지출이 4배 이상 올라간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2050년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되어갈 전망이다.

실제로 보건의료 시스템은 지역사회 돌봄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으며, 질병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전문 간호 서비스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 밖의 소외된 지역, 즉 산지 벽촌 등 다양한 장소로 확대돼 있지 못할 뿐더러 전문화된 간호업무를 다루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간호사의 영역에 대해서도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고, 그에 따른 책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독립적 간호법이 필요하다. 이는 간호사의 업무 안정 및 근무환경 개선으로 간호사의 전문성을 확보하여, 보다 안전하고 질 높은 간호서비스를 가능케 한다. 간호법은 부모 돌봄과 지역 돌봄을 실천하며 더 열정적으로 일하겠다는 다짐이다.

나의 하루 업무는 입원 환자의 밤사이 안부를 살피며 오늘 하루도 힘내시라는 응원의 메시지로 시작된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가 짙지 않도록, 나는 잠시 그들의 작은 온기가 되어 밝혀드리리라 다짐하며 오늘도 존엄한 돌봄을 실천해본다.

"당신도 을지가족입니다". 입원 기간 동안 외롭고 쓸쓸하지 않도록, 기꺼이 그들의 '마음 가족'이 되어드리리라.
 

유경희 대전을지대병원 간호부 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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