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대전시약사회 여약사이사
김진숙 대전시약사회 여약사이사

우리 약국에는 웬만큼 더운 날이 아니면 반짝반짝 윤이 나는 백구두에 중절모를 쓰고 위아래 색을 맞춘 정장을 입고 오는 70대 후반 멋쟁이 어르신이 계시다. 그런데 여름의 문턱에 들어서며 무더위가 시작되던 어느 날 멋쟁이 어르신이 나를 조용히 구석으로 불렀다. 어르신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처음엔 발가락 사이에 물집이 한 두개 생기더니 이젠 (물집이) 벗겨지면서 냄새도 나기 시작했다. 참을 수 없는 가려움에 자꾸 손으로 긁다 보니 스타일이 구겨져 너무 속상하다"고 말씀하셨다.

어르신의 스타일을 구긴 무좀의 원인은 곰팡이균이다. 표재성 곰팡이증은 진균이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각질층이나 손발톱, 머리카락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원인균에 따라 백선(피부사상균증), 칸디다증, 어루러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백선증은 피부사상균이 피부의 가장 바깥층에 감염되는 표재성 감염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써, 병변 부위에 따라 머리백선, 몸 백선, 샅백선, 발 백선(무좀), 손발톱 백선 등으로 분류된다.

흔히 무좀이라 불리는 발 백선은 피부사상균이 발 피부에 감염을 일으켜 발생하는 표재성 곰팡이 질환이다. 무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백선으로 성별을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무좀은 무좀 환자와 직접적인 피부 접촉을 하거나 수영장·공중목욕탕에서 사용한 발 수건, 신발 등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목욕탕처럼 사람이 맨발로 많이 모이는 곳에서 무좀 환자의 인설(살비듬)을 통해 발로 전염되는 것이다. 특히 발에 습도가 높은 환경이 유지되거나, 당뇨병이나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 걸어 다니면서 피부에 손상이 생긴 틈을 통해 감염될 위험이 더 커진다.

발뒤꿈치 각질도 무좀의 일종인 경우가 있다. 돌로 문질러 보거나 각질 전용 도구를 사용해 보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이런 경우 약국에 파는 유레아 성분의 각질 용해제와 무좀약을 아침저녁 번갈아 바르면 빠른 증상 개선을 보인다. 말초 혈액 순환 장애가 있다면 각질이 심해지니 증상 개선이 없을 땐 전문가와 상의하길 권한다.

피부 무좀과 손발톱 무좀은 치료방법이 다르다. 피부 무좀은 아침저녁으로 병변부위를 깨끗이 씻고 꼼꼼히 말린 후 연고를 바르는 것이 통상의 방법이다. 반면 손발톱 무좀은 일반 연고로는 흡수가 되지 않는다. 시중에 나와 있는 네일라카 제품을 사용해야 하며 매일 저녁 매니큐어를 바르듯 발라주는 제품과 일주일에 2번 손발톱 윗면을 갈아내고 소독 후 매니큐어 타입의 약물을 도포하는 제품으로 나눌 수 있다. 바르는 약만으로 치료가 힘들면 의사의 진찰을 통해 먹는 무좀약이 처방되기도 한다. 치료 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중간에 포기할 경우 다시 감염돼 처음으로 돌아가게 되니 치료를 시작했다면 완치 판정이 날 때까지 인내를 갖고 끝까지 치료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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