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중독
마약보다 센 '베타 엔도르핀'
불안, 죄책감…운동 금단현상
신체 과사용으로 부상 야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학생 김모(23) 씨는 완벽한 '초콜릿 복근'의 소유자로, 연예인 못지않은 '보디 스펙'을 지녔다. 그가 코로나19 시국에도 운동을 게을리 할 수 없었던 건 운동이 삶의 기쁨이자 낙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한 건 약 1개월 전, 무릎에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한 때부터였다. 김 씨는 원인 모를 통증에 운동을 게을리 했나 싶어 더욱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병원을 찾았고, 무릎 관절이 망가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수술을 앞두고 있지만 요즘도 운동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김 씨처럼 지나치게 운동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운동 중독'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잘못하면 몸을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오한진 대전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운동 중독의 위험성과 예방법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마약처럼 중독적인 운동=김 씨처럼 몸에 무리가 갈 정도로 운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운동을 하면 '엔도르핀(Endorphin)'이 분비된다. 특히 운동 시 발생하는 '베타 엔도르핀'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물질로 마약과 화학구조가 유사해 이와 비슷한 희열을 느끼게 한다. 베타 엔도르핀의 진통효과는 진통제보다 40-200배나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진통과 행복감 현상은 운동 시 생성되는 젖산 등 피로물질과 관절·근육통증을 감소시키기 위해 체내에서 자동으로 반응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체력이 바닥나 호흡조차 곤란한 사점(Death point)에서 베타 엔도르핀이 급격하게 분비되면 우리 몸은 '세컨드 윈드(Second wind)'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이는 운동 중 고통이 줄면서 운동을 계속하게 하는 의욕이 생기는 상태다. 탈진한 신체를 다시 운동 상태로 유지시키기 위해 행복감과 진통효과를 주는 것이다. 이때 느끼는 유쾌한 기분은 마약을 복용하는 것보다 더 강력하다고 한다.

◇즐긴다고 만사가 아니다=전문가들은 가벼운 운동이라도 규칙적으로 2-3개월 계속하면 100% 운동중독이 생긴다고 지적한다. 하다 못해 매일 3㎞를 걷는 것만으로도 이런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운동을 거른 후 불안, 초조, 신경과민, 불쾌감 등이 생긴다면 이미 이 단계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운동중독에 빠지면 우선 금단증상을 느끼게 된다. 바빠서 하루라도 운동을 못하면 불안하거나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또 희열감을 느끼기 위해 지칠 때까지 운동을 하고, 계속 운동량을 늘려나간다. 결국 스스로 운동을 중단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된다.

문제는 운동에 대한 내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운동 강도를 계속 높여야 행복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년층에서는 매일 등산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경우 앞 정강이에 피로 골절이 생길 수 있다. 다리를 무리하게 사용하면 정강이뼈에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지고 결국 뼈에 금이 가는 것이다. 축구에 중독된 사람은 발목과 정강이에 부상을 입고도 계속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처럼 운동중독은 신체의 과사용으로 질병을 야기하고 상태를 악화시킨다. 근육이나 인대를 다치면 당분간 쉬면서 회복을 기다려야 하지만 운동중독자들은 견딜 만한 통증이라면 바로 다시 운동을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손상된 근육과 인대는 회복할 틈도 없이 망가지게 되는 것이다.

오 교수는 "운동이 격렬해지면 뇌에서 아편, 모르핀과 비슷한 엔도르핀 등 통증감소 물질이 나와 육체적 고통을 잊고 기분이 좋아진다"며 "운동을 하면 생리학적으로 피곤하고 아파야 정상인데, 운동중독에 걸리면 오히려 운동을 하지 않을 경우 소화가 안 되고 아프기까지 한다"고 말한다.

이어 "과격한 운동은 잠재된 질병을 불러내는 위험한 행동"이라며 "운동중독을 예방하려면 스포츠의학클리닉 등을 찾아 현재 하는 운동이 자신에게 맞는지, 강도는 적절한지 등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한진 대전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한진 대전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소연 기자·도움말=오한진 대전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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