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1차회의에서 화상으로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박지현"이라며 "저는 그동안 `N번방` 사건를 비롯해 디지털 성범죄를 추적해온 기자이자 활동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단 안팎에서 요구하는 쇄신의 목소리와 2만 명의 신규 당원들을 기억하며 큰 자리에 함께하게 되었다"며 "어깨가 무척 무겁다"는 소회를 밝혔다.

"공동비대위원장 인선 발표가 있고 많은 분이 우려하셨다"며 "새로운 사람이 책임자가 된 만큼 민주당의 변화와 쇄신의 모습을 국민여러분께 보여드릴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인사말을 마친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은 닷새 전 선거결과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5년간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내로남불이라고 불리며 누적된 행태를 더 크게 기억해야 한다"고 본격적으로 쓴소리를 시작했다.

"47.8%의 국민적 지지에 안도할 것이 아니라 패배의 원인을 찾고 47.8%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뼈저리게 반성하고 쇄신해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민주당의 과제"라고 박지현 위원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패배는 다른 것이 아니다"며 "민주당이 안주하고 안이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과거 민주당은 약자를 위한, 평등을 위한, 더불어 함께 사는 그런 민주당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에 남은 것은 기득권 정치와 소통 불통의 모습뿐"이라고 강도 높은 자아비판을 내놨다.

"180석만 믿고 모른 채 안 들리는 척 하며 5년간 국민께 실망을 안기며 안주해온 결과가 결국 패배를 만들었다"고 박 위원장은 강조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그 어느 때 보다 불평등과 차별이 눈에 드러났다"며 "그것을 부동산으로 젠더로 능력주의로 나누며 왜곡되는 과정에서도 민주당은 이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갈라치기를 종용하고 부추기고 차별과 배제가 시대의 과제인 것처럼 쫓아가기 바빴다"며 "권력형 성범죄와 성비위에도 최소한의 피해자에 대한 배려도 없이 자신의 위치와 권력을 남용하고 2차 가해에도 사과하지 않고 모르쇠 해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바뀌겠다, 바꾸겠다 했지만 하지 않았다. 사과하겠다며 입을 열기까지에도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조차 180석을 가진 민주당에서 반의 반도 안 되는 사람이 그리했다"는 것이 박 위원장의 지적이다.

"민주당은 지금이 마지막으로 주어진 쇄신의 기회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자리에서 저는 책임자로서 쇄신과 변화를 이끌어 47.8%의 국민들이 보여주신 마지막 염원을 완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지난 5년의 묵은 정치를 벗어내고 새로운 정치로 탈바꿈하는 마지막 기회다. 외부수혈에도 쇄신하지 못하는 민주당에게 어떤 희망을 걸 수 있겠냐"고 반문하며 "절대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 민주당의 발전과 대한민국의 정치발전, 그리고 국민을 위해 함께 해야 할 일이 남았다"며 "첫째 성폭력, 성비위, 권력형 성범죄 무관용 원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성비위와 성폭력 문제는 성별로 나눌 수 없는 인권 유린 폭력의 문제"라며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약자의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는 결코 용인될 수 없으며 이는 다가올 지방선거의 공천 기준에도 엄격하게 적용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당 소속 당직자들, 보좌진들의 성비위 발생 시에도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신고시스템은 물론 가해자 무관용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고 박 위원장은 거듭 강조했다.

"성평등 뿐만 아니라 보편적 인권의식과 민주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 소양이 우선"이라며 "성인지 교육, 장애인식 교육, 다문화 교육 등 인권교육을 이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새로운 평가기준을 제안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쇄신과 변화에 발맞추어 여성과 청년에게 공천을 확대하겠다. 청년과 여성 할당제를 두고 첨예한 정쟁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았다"며 "변화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동장 자체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해 선거권 연령이 하향되고 청소년도 정당에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며 "또 지난 대선기간 제가 마주했던 민주당에는 이미 충분한 능력과 경험치를 가진 준비된 청년 정치인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기회가 없다는 것은 그들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판의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함께 깨닫고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며 "여전히 절대 다수가 기성 남성인 정치에서 여성과 청년, 청소년과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담을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천 시스템에도 다양성과 기회의 폭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며 "가산점이나 할당제에 얽매이지 않고 젊은 정치인들이 정치에 더 많이 도전하고 기회를 가지며 활약할 수 있는 공천 시스템을 개편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그러면서 "정치권의 온정주의를 뿌리 뽑겠다"며 "여전히 남아있는 학연, 지연, 혈연과 온정주의로 보편적인 원칙과 사회적 규범에 위배된 정치인들을 감싸는 사람들이 여전히 민주당에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적으로 위로를 전하는 것이 무슨 상관이겠냐"며 "정치의 영역에서 공개적으로 또 공식적으로 행하는 경우가 여전히 비일비재 하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부친상에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명의 조화를 보낸 것을 염두에 두고 비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박 위원장은 "오늘부로 뼈를 깎으며 쇄신해야 하는 민주당에서는 더이상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그런 나쁜 문화를 이해해달라고 할 수 없고 이해해서도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잘못을 했음에도 감싸고 팔이 안으로 굽으며 옳은 소리 못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정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뼈아프게 반성하며 바꿔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어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며 "민주당을 쇄신하고 싶은 의원님들은 언제든 저를 찾아달라"고 말했다.

"장소와 시간이 마땅하지 않으면 언제든 제가 찾아가겠다"며 "자리가 어디든 함께 만나서 치열하게 함께 민주당을 살릴 구상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쇄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저와 소통해달라. 기다리겠다"고 박 위원장은 거듭 쇄신과 소통을 강조했다.

박 공동비대위원장에 이어 발언에 나선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국민 여러분께 지지해 달라. 믿어 달라하기 전에 먼저 행동하고 실천하는 민주당이 되겠다"며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님과 6분의 비대위원 여러분, 어려운 시기에 당의 요청을 수락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국민에게 다시 사랑과 신뢰를 받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지혜와 도움을 부탁드린다"며 "저희 민주당은 선거과정에서 국민께 약속드린 그 약속을 이행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겠다"교 윤 비상대책위원장은 덧붙여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