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녹취 "대법원에 싹 다 작업"... 당사자 "2016년 뒤로 이 후보 관련 일에서 완전히 멀어져"
민주당 "자신 과시하기 위한 허세성 발언, 명백한 허위"... 국민의힘 "재판거래 경천동지 증거"

JTBC 보도 캡처.
JTBC 보도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수행비서를 지낸 인물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관련 "대법원에 작업을 했다"는 녹취가 보도돼 대선 하루를 남겨두고 파문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직접 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더불어민주당은 "상상력이 빚은 허위"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JTBC는 전날인 7일 저녁 뉴스에서 "대장동 사건의 또 다른 한 축엔 `사법 거래` 의혹도 있다"며 "이 후보의 첫 수행비서였던 인물이 대법원 로비 정황을 얘기하는 녹취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고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던 2020년 2월 13일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첫 수행비서를 지냈던 백모씨가 당시 은수미 성남시장 정무비서관과의 통화에서 대법원을 언급한다.

"대법원 라인 우리한테 싹 있어. 우리가 대법원 하잖아. 그동안 작업해 놓은 게 너무 많아가지고..."라는 게 백씨의 말이다.

JTBC는 "같은 시기 은 시장도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고 대법원 재판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백씨는 필요하면 도와주겠다는 취지로 말한다"고 보도했다.

"빨리빨리 작업, 대법원. 저기 주심, 대법원장. 아니 아니 대법관 발표 나면 작업 들어갈 생각해야 해. 그럴 때 얘기해. 싹 서포트 할 테니까.(도울 테니까)"라고 말했다는 것이 JTBC 보도다.

JTBC는 이어 대장동 김만배씨가 정영학 회계사와의 대화에서 "은 시장은 당선 무효 아닐 정도로만 하면 된다", "대법관님하고, 사람 봐서 일한다"고 말한 기존에 알려졌던 녹취록 내용도 이어 보도했다.

JTBC는 그러면서 "김만배씨는 2019년 7월 16일부터 2020년 8월 21일까지 9차례 대법원을 방문했다"며 "그중 8차례는 방문 장소를 `권순일 대법관실`로 적었다"고 전했다.

JTBC는 이에 덧붙여, "이와 관련 대장동 민간 사업자 남욱 씨는 검찰 조사에서 `김씨가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대법원에 들어가 권순일 전 대법관에게 부탁해 뒤집힐 수 있도록 역할을 했다고 말했었다`고 진술한 걸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JTBC는 또 "검찰은 `2019년부터 김씨가 권 전 대법관에게 50억 원을 줘야 한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남씨 진술도 확보한 걸로 전해졌다"고 덧붙여 보도했다.

`대법원에 작업을 했다"는 백씨 통화 녹취 진술에 신빙성을 더하기 위한 취지로 김만배씨의 언행이나 남욱 변호사의 검찰 진술 등을 이어붙인 보도다.

김만배씨가 이재명 후보를 위해 대법원에 이른바 작업을 했다면, 대장동 사업에 자꾸 부대조건을 다는 이 후보에 대해 김만배씨가 "내가 욕을 많이 했다. X같은 XX, XX놈, 공산당 같은 XX 했다"는 6일 공개된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의 대화 녹음과는 배치된다.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위원장과의 대화 녹음에 따르면, 대장동 사업을 어렵게 만든 이 후보를 위해 김만배씨가 대법원에 작업을 할 이유를 찾기 어렵고, 김씨로서는 당 시 이 지사가 당선무효형을 확정 받는 게 여러 모로 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JTBC는 또 "2020년 6월 24일, 이재명 성남시장 선거 캠프 출신이자 인수 위원이던 임모 씨와 은 시장 비서관의 통화 내용"이라며 관련 내용도 보도했다.

"지사님 (사건)은 (대법원 내부) 잠정 표결을 한 모양이야. 잘 됐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 같네. 7월 16일 결과가 나온 모양이야. 만장일치는 아닌 것 같고. 8대 5나 예를 들어서"라고 했다는 것이 JTBC 보도다.

`6월 24일` 통화 시점에 "7월 16일 `나온` 모양이야"라고 과거형으로 얘기하는 게 시제가 안 맞긴 하지만 "나오는"을 "나온"으로 잘못 발음 한 걸로 가정하면 대법원 선고 전에 선고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있었다는 게 JTBC 보도 취지다.

7월 16일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실제 표결은 무죄 7대 유죄 5, 기권 1이었고, 무죄 의견을 낸 권 전 대법관은 그해 11월 화천대유 고문으로 취임했다고 JTBC는 전했다.

녹취 보도에 대한 반론으로 JTBC는 "백씨가 (대법관에) 작업했다는 건 허언일 가능성이 높고 무죄는 예상됐다"는 이 후보 변호인의 말을 전했다.

김만배 씨 변호인은 "`김씨는 권 전 대법관을 만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고 JTBC에 밝혔다.

그리고 `대법원 작업`을 언급한 당사자인 백씨도 JTBC에 "2016년 뒤로 이 후보 관련 일에서 완전히 멀어졌다"고 2020년 이 후보의 대법원 재판에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취지로 녹취 내용을 스스로 부인했다.

JTBC 보도에 대해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은 즉각 공지문을 내고 "근거 없는 상상력이 빚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선대위는 먼저 "보도에 언급된 백모씨는 성남시장 초선 당시인 2013년 하반기 사직했으며, 그 이후로는 이 후보 관련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2013년 사직한 백씨가, 애초 2020년 대법원 재판 관련 이 후보 일에 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취지의 반박이다.

같은 취지에서 선대위는 "임모씨 또한 성남지역 정당인으로서 성남시장 인수위 활동을 했을 뿐, 그 외에 후보자와 관련된 일은 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선대위는 그러면서 "녹취록 내용은 백씨와 임씨가 각각 사인 간의 지극히 사적인 대화에서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허세성 발언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대법원 작업` 주장을 일축했다.

`대법원 결과를 미리 알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선대위는 "대법 판결 전 이미 언론에서는 대법관 13명 중 진보 성향 7명을 유추해서 보도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을 통해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선대위는 "권 전 대법관은 (당시) 이 후보 사건을 담당했던 소부 소속 대법관이 아니다"며 "소부 소속도 아닌 대법관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이유 자체가 없다"고 강조했다.

선대위는 "선거를 이틀 앞둔 시점에서 이미 사실이 아니라고 법적 조치를 예고한 내용까지 재탕하는 것에 대해선 국민의 신성한 권리행사를 흐리는 행위임을 명심해 주시기 바란다"며 "이는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이므로 엄중하게 법적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여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재판거래 의혹의 경천동지할 만한 증거가 새로 드러났다"며 "이 후보가 답하라"고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대법원 판결을 미리 알고 있었다"며 "이 후보를 기사회생시킨 공직선거법 무죄 판결의 `재판 거래` 의혹에 관해 경천동지할 만한 증거가 새로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만배와 권순일의 만남 일자와 대법원 사건 진행 일정, 권순일에게 50억원을 챙겨줘야 한다는 김만배의 발언, 이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첫 수행비서의 말, 소름끼치게 부합하는 실제 대법원 사건 선고일과 표결 결과, 여기에 무엇이 더 필요한지 이제 이 후보와 민주당이 말할 차례"라고 이 후보와 민주당을 싸잡아 압박 비판했다.

최지현 선대본부 대변인도 "김만배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해준 1등 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김만배는 이 후보의 대법원 재판이 진행될 때 무죄를 강력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권순일 당시 대법관 집무실을 수시로 방문했다"고 최 대변인은 강조했다.

최 대변인은 그러면서 "화천대유 50억원을 활용한 김만배의 `이재명 살리기`를 위한 처절한 `재판 거래` 의혹 일지, 사실은 쌓여 기록을 만들고, 기록은 쌓여 진실을 말한다"고 논평했다.

유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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