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대표 "지금까진 10년 주기... 잘못하는 정권이라면 5년 만에도 정권 교체해야"
"협박 주장은 다 가짜뉴스"... "배신의 칼날 꽂아, 실망 할 값어치도 없어" 비판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
제20대 대선을 나흘 남겨둔 5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단일화 발표 이후 처음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원유세에 나선다.

안철수 대표는 대선 사전투표 두 번째 날이자 마지막 날인 이날 오전 사전투표를 한 뒤 오후 2시 반 경기 이천에서 윤석열 후보 지원유세에 나설 예정이다.

안 대표는 전날 저녁 8시쯤 이같은 일정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지난 3일 오전 후보직 사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의 단일화 발표 기자회견 이후 국민의당 게시판 등에 당원과 지지자들의 성토와 비난이 폭증하자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안철수 대표가 본격적으로 윤 후보 지원에 나서는 모양새다.

권은희 원내대표가 "누군가는 (후보 사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거취 표명을 암시하는 등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안 대표는 전날 유튜브 `안철수 소통 라이브` 방송을 통해 "많은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겠다"고 거듭 몸을 낮췄다.

안 후보자에 대한 해외 유권자 사전투표가 사표가 된데 대해 "해외에서 그 먼 길을 찾아 저에게 투표해주셨던 분들, 또 제 딸도 해외에서 제게 투표를 했었다. 또 돌아가신 손평오 위원장님께 제가 모자란 탓에 보답을 못 해 드린 것 같다"고 안 대표는 말했다.

이날 방송은 단일화 발표 이후 안 대표의 첫 공개일정으로, 방송 제목은 `지지자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지금까지의 성원이 헛되지 않게, 더 좋은 대한민국 만드는 데 혼신을 다하겠습니다` 였다

방송에서 안 대표는 여권에서 제기되는 `협박설`에 대해 "진짜 협박당한 것 아닌가라는 분도 있는데 그런 말은 전부 가짜뉴스라는 말을 드린다"고 일축했다.

"제가 협박당할 일이 어디 있겠냐"고 반문하며 "지난 10년간 양당에서 공격받았는데 새로 나올 게 뭐가 있겠냐"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그러면서 "5년간 국민이 분열된 상태로 우리나라가 가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부족합니다만 제 모든 것을 바쳐서 어떻게든 국민을 통합시키는 일에 앞장서려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방송을 하며 채팅창 댓글을 직접 읽어내려가가다 유세 버스 사망 사고와 관련한 댓글을 본 안 대표는 "`일찍 사퇴했으면 고인이 차라리 살았겠지`라는 말씀이 제 가슴을 찌르네요"라며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을 동시에 내비쳤다.

"`은퇴하라`는 분도 계시고 `누굴 찍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실망이 큽니다`라고 하셨다"고 댓글창 글들을 소개하며 안 대표는 "비판의 말씀들을 제대로 마음에 새기겠다"고 말했다..

"교육개혁, 연금개혁, 코로나19, 청년 일자리와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면 계속 이렇게 나뉘어 있어서는 해결이 안 되는데 지금 거대양당 시스템 아닌가"라며 "제가 중재 역할을 하려 한다"고 거듭 `역할론`을 내세웠다.

"정말 국민에게 필요한 법들 제대로 통과시키고, 행정부도 그걸 제대로 바로잡도록 설득하고, 부정부패에 단호하게 원스트라이크 아웃으로 퇴출하겠다"고 말했다.

"다당제를 포기한 거 아니냐고 물어보시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며 "저는 다당제가 돼야 하고, 대통령 결선투표제가 도입돼야 하고, 대통령 권한이 축소돼야 한다는 3가지가 제 소신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당제가 돼서 정당이 3개, 4개, 5개, 6개 있으면 서로 연합하고 대화하고 타협하는 게 정치"라며 "그게 되려면 국회에서 선거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당제가 가능한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정말 만들고 싶다"며 "그것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이룬다면 여한이 없다"고 안 대표는 밝혔다.

"한국의 대통령은 행정권력 뿐 아니라 인사권, 예산권, 감사권, 입법권까지 다 갖고 있어서 잘못된 생각이나 판단을 교정할 아무런 대상이 없다. 그게 대통령을 불행하게 만들었다"며 "원포인트 개헌을 통해 대통령 제도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금까지 10년 주기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정권교체가 되면 5년 만에 되는 거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제대로 잘 못 하는 정부라면 5년 만에도 정권교체가 될 수 있다는 사례가 남는 것도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이다"는 게 안 대표의 말이다.

"저는 민주당에도 아는 의원들이 많고 국민의힘에도 아는 의원들이 많다"며 "제가 나서서 열심히 중재 역할을 하겠다. 제가 10년간 모든 정치의 중심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그분들을 설득해서 제대로 된 중재안을 만들고 정말 문제 해결의 정치, 실용 정치가 되도록 하겠다"고 안 대표는 말했다.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 정부나 정당은 심판받는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겠다"며 "제가 약하고 소외받고 힘든 분들 옆에 있겠다"고 안 대표는 덧붙여 말했다.

한편, 안 대표는 이날 방송에서 같은 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A4 두장 분량의 자핀 손편지를 읽기도 했다.

안 대표는 손편지에서 "이번 후보 단일화 결과를 통해 많은 분들께 큰 아쉬움과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저의 완주를 바라셨을 소중한 분들, 그리고 저를 지지하고 사랑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특히 저의 독자 완주를 바라셨던 분들의 실망하시는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며 "이것만큼은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다. 단일화가 안 된 상태에서 자칫하면 정권교체가 되지 못하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단일화 이유를 설명했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 시작한 정치였지만 여전히 국민의 고통의 크기는 줄어들지 않음에 번민했고 고통스러웠다. 단일화 결단의 고민은 거기에서 비롯됐다"며 "이렇게 제가 완주를 하지 못했다고 해서 결코 저의 길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들이야말로 그동안 나라를 걱정하고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저를 지지해주신 분들이다. 그렇기에 저의 송구함과 죄송함은 더욱 더 크다"며 "그러나 저는 분명하게 약속드린다. 지금까지 여러분들과 손잡고 함께 걸어온 길을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함께 걸어갈 것이다"고 안대표는 거듭 강조했다.

이날 안 후보의 손편지와 유튜브 방송 재개, 거듭된 사과와 정치개혁에 대한 꿈과 열망 강조는 후보 사퇴와 단일화 발표 이후 국민의당 탈당과 후원금 반환 요구가 쇄도하는 등 역풍과 여진을 달래고 가라앉히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럼에도 댓글은, "실망이라는 말을 할 값어치도 없는 인물임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한동안 당신을 존경했던 내 잘못이다"는 자책 섞인 비판과 함께 "어처구니없는 황망한 사고를 당한 그분들께 어떻게 사과하시겠나"같은 성토와 비난이 대부분이다.

"순수한 마음의 국민의당 당원과 지지자들 가슴에 배신의 칼날을 꽂았다"거나 "눈에 띄기만 해봐라"는 직설적인 비난 댓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지자들의 반발과 지지 철회, 탈당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대표가 이날 윤석열 후보 지원유세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안 후보 지지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지자들에게 보낸 페이스북 사과 손편지. 안 대표 페이스북 캡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지자들에게 보낸 페이스북 사과 손편지. 안 대표 페이스북 캡처.

유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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