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씨, 취재진에 "고생 많으십니다"... 다른 질문에는 '묵묵부답'
민주당, '성상납 의혹' 제기 김용민에 "무슨 도움 된다고... 묵언하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기표한 후 기표소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기표한 후 기표소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를 찾아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를 했다.

해당 사전투표소는 김건희씨의 자택 부근으로 이날 김씨의 사전투표엔 최지현 선대본부 대변인이 동행했다.

짙은 회색 코트에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준 스카프를 매고 사전투표소를 찾은 김건희씨는 1층 동사무소 입구에서 체온 측정을 마친 뒤 계단으로 올라가 투표 대기줄에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비닐 장갑을 끼고 투표를 기다리는 내내 이렇다 할 표정 변화 없이 내내 무표정한 모습을 보인 김건희씨는 마스크를 잠시 내리고 본인 확인을 한 뒤 기표를 마치고 사전투표소를 떠났다.

사전투표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건희씨는 "고생 많으십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공식 선거운동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냐"는 등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독장 차에 올라 자리를 떠났다. 김씨가 투표소에 들어와 떠나기 전까진 대략 10분 정도 걸렸다.

앞서 윤석열 후보는 이날 오전 부산 남구청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부산에서 사전투표를 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윤 후보는 "오늘 일정이 부산 쪽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이날 오전 서울 서울 중구 소공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사전투표를 했다.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는 이날 이 후보 사전투표에 동행하지 않았다. 김혜경씨가 다른 투표소 별도로 사전투표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선 후보의 투표에 배우자가 동행하지 않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이례적인 일로 두 후보 모두 이른바 `배우자 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수도 있다는 부담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은 `나는꼼수다` 출신 방송인 김용민씨가 거듭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성상납` 의혹을 언급하는데 대해 "도대체 확인도 검증도 안 되는 주장으로 논란을 부추기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김씨를 강하게 힐난했다.

홍정민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방송인 김용민씨가 묵언 선언 하루 만에 약속을 깼다"며 "심히 유감스럽다. 김용민씨가 뱉어낸 말들을 굳이 옮기고 싶지 않다"고 적었다.

홍 대변인은 그러면서 "아무리 선거 때 경쟁이 치열하더라도 정치에서 지켜야 할 선이 있다"며 "그러나 김용민씨는 정치가 지켜야 할 선을 무너뜨리고, 선거를 진흙탕에 밀어 넣으려 하고 있다"고 불편함과 화, 곤혹감 등이 혼재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민주주의의 축제여야 할 대통령 선거와 국민의 관심과 참여에 찬물만 끼얹는 결과만 낳고 있다"며 "도대체 확인도 검증도 안 되는 주장으로 논란을 부추기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김용민씨의 `성상납` 발언을 거듭 강하게 힐난했다.

"자신의 언행이 우리 정치 나아가 우리 사회에 무슨 도움이 될지 진지하게 성찰하길 바란다"며 "김용민씨는 대선까지 묵언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고 홍 대변인은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민주당 선대위는 이날 출입기자단 단체 대화방에 홍정민 대변인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공유했다.

선대위가 이재명 후보 발언이나 메시지가 아닌 다른 관계자의 SNS 메시지를 기자단에 공유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당이나 선대위 차원에서 정색을 하고 관련 논평을 내기도 어정쩡하고 애매한 상황에서, 김용민씨 발언은 민주당 입장과 하등 상관이 없음을 명확히 해서, 야권의 비판이나 검증되지 않은 막말에 대한 비난 여론에 선을 그으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홍정민 대변인은 고양시(병)을 지역구로 둔 현역 국회의원으로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이 후보를 현장에서 밀착 수행했고 현 선대위에선 `이재명 후보의 입` 역할을 맡고 있다.

앞서 김용민씨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은 검사로 있으면서 이런저런 수사상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김건희로부터 성상납을 받은 점이 강력하게 의심된다"고 주장해 큰 논란과 비난을 받았다.

당장 민주당에서 "김용민씨는 막말을 그만두라"는 성토가 터져나왔고, 허영일 선대위 산하 디지털혁신위 대변인은 "김용민 이 자를 허위 사실 유포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으면 좋겠다. 간자의 전형이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허 대변인의 `간자` 표현은 김용민씨의 성상납 관련 발언이 여권 지지자는 물론 진보나 보수 중도층의 표심을 깎아먹고 있다는 직설적인 비판이다.

민주당의 김용민씨 발언에 대한 이런 적극적인 거리두기와 선긋기는 여론의 반발과 비난, 역풍이 김용민씨를 넘어 민주당 쪽으로 불똥이 튀는 걸 사전에 적극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에 김씨는 "대선 승리를 위해 묵언하겠다"며 해당글을 삭제해놓고 불과 하루도 다 지나기 전인 지난 3일 <성상납 발언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밑도 끝도 없이 `성상납` 운운한 게 아니다"고 주장하며 `성상납`을 다시 언급했다.

김씨는 윤 후보가 2012년 피의자와 동거 의혹으로 검찰에서 1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글 안 올린다고 했는데 설명은 분명히 해야 할 것 같아 추가로 올린다"며 "확인도 검증도 안 하는 언론 보도에 휘말리는 민주당 인사들을 바로 인도해주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신분 확인을 위해 마스크를 잠시 벗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신분 확인을 위해 마스크를 잠시 벗고 있다. 연합뉴스

유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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