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몰락과 교훈] 中 밖으로는 소통, 안으론 '불통'

40대 젊은 나이에 수장으로 나선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도정을 운영하는 내내 소통을 내세웠다. 각종 현안을 놓고 토론과 대화하기를 좋아한 안 전 지사는 내부에선 소통의 달인이라는 말을 듣기까지 했다. 그런 덕분에 그의 소통의 리더십을 배우기 위한 기업과 공공기관의 초청 강연이 쇄도하기도 했다. 여비서를 성폭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안 전 지사의 소통의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소통을 도정의 기본 운영방침으로 제시한 안 전 지사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차기 대선의 유력후보였던 안 전 지사는 소통과 인권을 실천하고, 반듯하면서 긍정적인 이미지, 호감가는 외모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는 대통령 선거에 도전한 지난 한해동안만 50여 건에 달하는 외부 특강을 다녔다. 그의 외부 특강은 본격적인 대권 도전설이 나오기 시작한 2016년부터 눈에 띄게 늘었다. 민선 5·6기 동안 학교나 지자체 등에서 124건에 이르는 강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권을 염두에 둔 지역민과의 대면 접촉을 늘리기 위한 소통 행보를 보인 것이다.

도청 관계자는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던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25건의 외부 특강을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특히 안 전 지사가 대권 후보자가 되면서 외부에서 강연 초청 신청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도청 직원들에게도 항상 소통을 강조하며 양성평등 문화 정립에 앞장섰다.

도청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그동안 인권을 강조하고 양성평등 정책을 중점 추진하는 등 안 전 지사의 이미지와 상충된다는 점에서 충격"이라며 "도청 내에서 직원들과 마주치면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와 대화를 청하고 주민들의 사진 요청에 흔쾌히 포즈를 취하는 등 소통의 달인이라는 평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정 운영이나 인사 전횡 등에 대한 도의회와 언론 등의 지적에는 불통으로 일관했다. 수많은 지적에도 귀를 닫고 소통하지 않았다. 밖에선 소통하는 행동을 보이면서 정작 안에선 불통의 아이콘이란 지적을 받았다.

정작 문제가 생기면 해외출장 등을 통해 회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올 초 충남인권조례 폐지 논란이 일자 안 전 지사는 이들 현안을 뒤로한 채 스위스 다보스와 호주를 찾았다. 당시 도청내에선 안 전 지사가 전면에 나서 도의회의 인권조례 폐지에 정면 대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태신 충남도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안 전 지사는 대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외부 강연과 해외 출장 등 대외활동을 폈는데 언론과 의회 등에서 지적을 해도 고쳐지지 않더라"며 "밖으로 소통을 내세우던 안 전 지사는 노조와도 대화를 하지 않고, 의회측과도 대립하는 등 사실상 불통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 사태는 불통과 제왕적 리더십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점에서 기인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밖으로 소통을 강조했지만 안으로는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는 안 전 지사의 불통 행동이 화를 키웠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인 최진혁 충남대 교수는 "우리나라 국가 권력구조가 대통령 중심의 제왕적 대통령제인데 지방정부에서 똑같이 가져오니 제왕적 지방자치단체장, 시도지사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제완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불통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의회나 시민단체 등을 활용한 내부·외부 견제장치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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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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