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세종 개헌으로 완성] ②왜 행정수도인가

지난달 1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 선포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이춘희 세종시장 등 시도지사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대전일보 DB
지난달 1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 선포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이춘희 세종시장 등 시도지사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대전일보 DB
전국을 골고루 잘사는 나라로 만들기 위한 충청권 신행정수도 건설 계획은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좌절됐다. 헌재는 당시 신행정수도 건설은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에 위배된다`는 억지 논리를 들고 나왔다.

행정수도가 무산되면서 그 대안으로 국토의 중심인 세종시에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게 된 것이다. 신행정수도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국토의 중심인 세종시를 건설하면 파급효과가 전국으로 퍼질 것으로 기대했다.

◇인구, 경제력 수도권 집중 지속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상징도시인 세종시가 출범 만 5년이 지났고, 세종시의 신도심인 행정중심복합도시도 착공 만 10년이 지났다. 세종시는 중앙부처들의 4단계에 걸친 이전, BRT(간선급행버스체계) 구축, 전국 최고의 녹지공간 확보 등으로 살기 좋은 도시로 면모를 갖춰 가고 있다.

하지만 세종시가 당초 목표한 대로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국토균형발전에 기여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행복도시가 건설되고 있는 와중에도 수도권의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경제력 집중도 심화되고 있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인구는 총 5107만 명이며, 이 가운데 수도권 인구는 2527만 명으로 전체의 49.5%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수도권의 인구 비율이 2000년 46.3%, 2005년 48.2%, 2010년 49.2%, 2015년 49.5%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10년부터 5년 동안 전국 인구증가 상위 15개 시·군·구 가운데 11개가 수도권에 분포해 있다. 세계적으로도 서울의 인구밀도는 ㎢ 당 1만 6364명으로 방글라데시, 대만에 이어 3번째다. 반면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도시 31개 중 29개가 비수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과 함께 경제력의 수도권 집중도 가속화되고 있다. 2015년 기준 전국의 사업체수 387만 4000개 중 183만 5000개가 수도권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의 사업체수는 2010년 47.1%에서 2015년 47.4%로 증가한 반면 지방의 사업체 비중은 그만큼 감소했다. 수도권 사업체의 종사자나 매출액, 영업이익도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행복도시 효과 기대에 못 미쳐

행복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시작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수도권 블랙홀은 멈추지 않고 있다. 2016년 전국 지역내총생산(GRDP)은 수도권의 비중이 49.5%로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수도권의 GRDP는 2002년 49.5%까지 올랐다가 노무현 정부 시기 국토균형발전 정책으로 다소 개선되는 듯 했지만 2012년부터 다시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절반이 서울에 있다 보니 대학생 아르바이트마저도 서울로 가야할 판이다.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이 2017년 하반기 사이트에 올라온 아르바이트 구인공고 71만 건을 분석한 결과 채용공고의 절반이 수도권 20개 대학가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역할이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다 중앙부처의 세종이전으로 정치와 행정의 이원화에 따른 비효율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2개 기관이 세종으로 이전했지만 국회와 청와대는 여전히 서울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부세종청사의 공무원들이 서울 출장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면서 `길 과장`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세종에 위치한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서울 출장은 국정감사, 예산안 심사 등 대국회 업무가 있는 10월과 11월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세종에 위치한 중앙부처 중 조사에 응한 15개 중앙부처의 연간 출장비용 총액은 32억 1665만 원이며 7개 미응답 부처의 출장비까지 합치면 최소한 35억 6665만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처별로 적게는 5000만 원에서 많게는 5억 원 가량이 서울 출장으로 발생한 것이다.

◇행정수도로 괘도 수정 불가피

행복도시가 국토균형발전을 견인하기 보다는 인근 충청권의 인구를 빨아들이는 `세종시 빨대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도 문제다.

세종시는 출범 5년만에 인구가 배 이상 증가해 현재 29만 4000여 명에 이르고 있으며 3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세종시 출범이후 5년간의 인구유입을 보면 국토균형발전이라는 행복도시 건설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충청권 인구의 세종시 유입이 10만 9015명으로 전체의 61.5%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수도권 인구 유입은 4만 9620명으로 28.0%에 그쳤다. 대전은 세종시가 성장하면서 결국 인구 150만 명선이 무너졌다.

이제 행복도시 착공 10년을 살펴볼 때 행정수도가 아니고서는 서울 중심의 구조를 탈피하고 국토균형발전을 이루기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지역별 혁신도시가 건설되고 있고,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이뤄졌지만 이 또한 역부족이다.

행복도시 10년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진정한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에 대한 해답을 행정수도에서 찾고 있다. 행복도시 세종시가 특별자치시로서 더 많은 권한과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정수도로 완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장과 초대 행복도시건설청장을 지낸 이춘희 세종시장도 행정수도 완성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달 한국헌법학회와의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헌법적 지위 확보를 위한 업무 협약`에서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은 국가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균형 잡힌 대한민국을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며 "세종시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상징도시로서 기능을 수행하도록 행정수도를 둘러싼 헌법적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분권형 개헌에 행정수도 세종시를 명시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헌재의 위헌 판결은 지방분권 반대론자들에게 두고두고 빌미를 줄 가능성이 있다.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관습법에 의해 서울이 수도라는 헌재의 판결이 유효해 논란을 마무리 지을 수가 없다. 이제 조선왕조 이래 600여 년 이상 지속돼 온 한국 특유의 중앙집권적 구조를 바꿀 수 있는 행정수도가 필요한 시기다. 은현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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