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땅 가로림만, 지속가능한 미래는] ①가로림만의 역사와 현재

가로림만 연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수산자원이 서식하는 덕분에 지역민들에게 소중한 자원으로 활용된다. 사진=충남도 제공
가로림만 연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수산자원이 서식하는 덕분에 지역민들에게 소중한 자원으로 활용된다. 사진=충남도 제공
가로림만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온 곳이다. 가로림만의 갯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일 뿐 아니라, 점차 사라져가는 우리나라의 갯벌 중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자연 상태가 보존된 곳이다. 생물다양성 역시 뛰어나 점박이물범 등 각종 보호종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가로림만 외해 지역은 현재 충남 서북부를 대표하는 산업단지로서 성장하기도 했다. 때문에 자연환경과 산업단지가 혼재된 독특한 성격을 띄고 있다.

이처럼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췄음에도 접근성이 열악해 가로림만의 관광객은 지금도 다소 적은 편이다. 특히 30년 전부터 조력발전소 건립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갈등과 논란 역시 꾸준히 발생했다. 조력발전 논란 속에서도 대산항이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중국·수도권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 덕분에 가로림만 지역은 충남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는 곳이다.

이에 본보는 가로림만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향후 보완해야 할 점 등을 파악, 가로림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5차례에 걸쳐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독특한 지형에 따른 천혜의 자연환경, 전국 최대 규모의 갯벌=태안반도 북쪽에 위치한 대표적인 `반폐쇄성 내만`인 가로림만은 행정구역상으로는 태안군과 서산시를 포함하고 있다. 가로림만의 면적은 112㎢에 달하며, 만의 내부에 비해 입구가 좁은 항아리 모양을 하고 있다. 전형적인 리아스식 형태로 자연해안선과 인공해안선이 절반씩 섞여 있다.

가로림만의 해안은 대부분 간석지와 암석 해안으로 구성돼 있다. 모래 해안도 조성이 돼 있지만 드문 편이다. 육지부는 완만한 구릉지 형태를 띄고 있다. 해안과 접하는 일부 지역에는 침식 지형이 분포하고 있기도 하다. 만 지역은 대개 간석지로 매립해 농경지나 염전 등으로 사용된다.

가로림만 남쪽에는 또 다른 내만인 천수만이 인접해 있으며, 천수만은 서산 AB지구와 홍보지구 간척사업이 진행된 이후 만으로서의 기능을 크게 잃었다. 덕분에 가로림만은 서해 중부 내만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연 상태가 잘 보존된 곳이다.

드넓은 갯벌은 가로림만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다. 81.9㎢에 달하는 갯벌은 서산 연안에 59.5㎢, 태안 연안에 22.4㎢로 각각 나뉘어 있다. 해안선이 복잡할 뿐 아니라 조석간만의 차가 심하고, 수심이 얕아 갯벌이 잘 보존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가로림만의 갯벌은 특히 만으로 유입되는 하천이 거의 없는 만큼 대부분이 조류에 의해 생성됐다. 때문에 점토를 비롯한 다양한 세립물질이 풍부하다. 가로림만은 사질갯벌, 혼성갯벌, 점토질갯벌, 역질갯벌 등 다양한 종류의 갯벌이 혼재해 있지만, 점토·모래·자갈이 섞인 혼성갯벌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점토질 갯벌도 넓게 분포하고 있어 다양한 생물들이 군락을 이룬다. 덕분에 2005년 정부로부터 `생태계가 잘 보존된 갯벌`, 2007년 환경가치 평가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다양한 수산자원은 가로림만의 최고 강점=풍부한 자원은 가로림만의 상징과도 같다. 가로림만은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과 여름철 제주 난류가 북상할 경우 난해성 어족이 모인다. 연안지역의 경우 각종 어류의 산란 장소로 활용되기도 하며, 갯벌은 각종 패류 양식과 채취 장소로 쓰였다.

갯벌의 만과 연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수산자원이 서식한다. 덕분에 지역민들에게 소중한 자원으로 사용된다. 서산시 대산읍 웅도리와 지곡면 등 가로림만과 인접한 지역의 어민들은 현재 갈치, 조기, 농어, 실치, 송어, 민어, 밴댕이, 도미, 주꾸미 등의 어업으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또 바지락과 굴, 가무락, 참맛, 가리비 등의 패류양식도 여전히 중요한 생계 수단으로 활용된다.

가로림만은 비교적 잘 보존된 환경 덕분에 생물 다양성이 풍성하다. 현재 가로림만에 서식하는 생물 중 IUCN적색목록종, 멸종위기종,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볼 수 있는 생물은 기각류인 `점박이 물범`, 십각류의 `흰발농게`와 `붉은발말똥게`, 해조류에 속하는 `거머리말` 등 4종이다.

점박이물범과 흰발농게, 붉은발말똥게는 국내 기준 멸종위기종 2급이며 거머리말은 보호대상 해양생물이다. 점박이물범의 경우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흰발농게와 붉은발말똥게, 거머리말은 계속해서 서식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거머리말의 가로림만 서식지 면적은 전국적으로도 상위 50%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를 보였다. 무엇보다 생태계의 질적상태를 반영하는 동물군인 `대형 저서동물` 군집의 출현 종수도 1980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비교적 양호한 생물다양성을 보인다.

가로림만은 육지 면적이 좁고 소규모 간척이 이뤄진 곳이 많아 영양염류의 공급이 적어 염생습지가 형성된 곳이 적다. 하지만 드물게 다양한 염생식물이 소규모로 군락을 이루기도 하는데, 거머리말을 비롯한 `칠면초`와 `나문재` 등이 발견되기도 한다.

◇외해는 충남 서북부 대표하는 산업단지로 성장하기도=가로림만은 각종 어류와 패류의 양식·채취 장소로 유명했다. 덕분에 풍부한 자원에 기반을 둔 어촌공동체 마을이 발달할 수 있었다. 주변 마을의 경우 가로림만과 가까울 수록 어업 의존도가 높고, 마을 앞 바다에 갯벌이 발달한 지역일 수록 바지락과 굴, 김 등의 양식이 발달했다. 현재는 교통이 개선되면서 숙박과 식당, 바다낚시, 어촌 체험마을 등 관광분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관광업 역시 천혜의 자연환경에 기반하고 있다.

꾸준한 개발 덕분에 가로림만외해는 충남 서북부를 대표하는 산업단지로서의 위상도 확립했다.

가로림만 일대의 개발은 이미 조선시대부터 시작됐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새로운 농지 확보를 위해 국가에서 간척·개간을 장려할 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하천이 발달하지 않는 `구릉성 평지`라는 지형적 조건 탓에 간척지의 염분을 제거할 수 있는 충분한 담수를 확보하기 어려웠고, 타 간척지와는 달리 염전 확보를 목적으로 개발이 진행됐다.

간척지가 농경지로서 전환된 것은 관개시설이 확충되기 시작한 일제강점기 시절부터다. 간척사업은 광복 이후까지 꾸준히 진행됐지만, 당시에는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해 일제 때 완성하지 못한 간척사업을 마무리하는 수준에 그쳤다.

본격적인 개발은 1960년대 들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국토 확장·식량 증산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대규모의 간척사업이 추진됐던 것이다. 이후 1980년대에 들어서는 대호지구 농업종합개발사업이 시작됐고, 서산시 대산읍 일대의 갯벌을 매립하며 석유화학단지가 조성됐다.

덕분에 1990년대 이후에 이르러서는 대산읍은 충남 서북부 지역의 대표 임해산업단지로 성장하게 됐다. 1992년 단행된 한중수교와 2001년 서해안 고속도로 개통, 2009년 당진-대전 고속도로의 개통 등으로 산업단지로서의 입지 역시 크게 강화됐다.

수많은 개발 압력 속에서도 현재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만큼, 가로림만은 꾸준한 관리·복원을 통해 후대에게 물려줄 자원이자 터전으로 자리잡았다. 전희진 기자

△글 싣는 순서

1. 가로림만의 깊고 풍부한 역사

2. 충남의 젖줄 그 역할과 의미

3. 생태보전과 산업발전 갈등

4. 앞으로의 활용방안과 비전

5. 신성장동력 도·정부 역할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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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림만의 면적은 112㎢에 달하며, 만의 내부에 비해 입구가 좁은 항아리 모양을 하고 있다. 사진=충남도 제공
가로림만의 면적은 112㎢에 달하며, 만의 내부에 비해 입구가 좁은 항아리 모양을 하고 있다. 사진=충남도 제공
태안반도 북쪽에 위치한 반폐쇄성 내만인 가로림만은 행정구역상으로는 태안군과 서산시를 접하고 있다. 사진=충남도 제공
태안반도 북쪽에 위치한 반폐쇄성 내만인 가로림만은 행정구역상으로는 태안군과 서산시를 접하고 있다. 사진=충남도 제공

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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