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봄에 그곳을 떠나 북쪽 북극권으로 갔던 캐리브의 무리가 돌아오고 있었다. 북극권의 어둠과 추위를 피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침엽수 산림에 길이 있었다. 깊은 계곡이나 큰 바위들을 피해 꽤 넓은 길이 있었다. 캐리브의 대군들이 오고가면서 생긴 길이었다. 고속도로처럼 뚫려 있었다. 얼마나 많은 캐리브들이 오고 갔기에 그런 고속도로가 생겼을까.

고속도로 여기저기에 핏자국이 있었고 짐승들의 뼈와 털들이 있었다. 그곳으로 오고가는 캐리브들을 사냥한 갈색곰과 이리 등 포식동물들이 한 짓이었다. 그런데 떨어져 있는 털들은 캐리브의 털만이 아니었고 그들이 사냥한 갈색곰과 이리들의 털들도 있었다. 포식동물들의 털에도 피가 묻어 있었다.

캐리브는 온순한 초식동물들이었으나 포식동물들의 습격을 받고 그냥 그대로 죽지는 않았다. 그들의 머리에 박혀 있는 뿔들은 크리스마스용 장식품들이 아니었다.

이미 여름에서 겨울이 가까워져 날씨가 어두워지고 있었으므로 어둠 속에서 무더기가 되어 행진해오는 캐리브의 무리들을 사냥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포식자들은 무더기가 되어 급히 행진해오는 캐리브의 뿔에 밀려 다친 것 같았다.

죽은 놈도 있었는지 몰랐다.

캐리브는 얌전하고 약한 짐승이었으나 무리의 힘은 컸다. 여름 동안 북극권으로 넘어갔던 캐리브들은 그렇게 민족 대이동을 감행하여 남쪽으로 넘어오고 있었다.

그들을 노리는 포식자는 비단 불곰과 이리들뿐만이 아니었다. 추위와 어둠의 계절에 들어가게 된 해변가의 에스키모 마을과 산악지대에 있는 인디언의 마을들도 겨울 양식을 장만하기 위해 캐리브 사냥을 하고 있었다.

브라운교수 일행은 캐리브들이 이동하고 있는 침엽수 산림에서 인디언 사냥꾼들을 만났는데 활과 창이 화승포들을 갖고 캐리브들을 쫓고 있던 인디언들은 같은 백인과 황색 인종을 만났는데도 인사도 하지않고 시무룩했다. 사냥이 잘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이미 어두워진 산림에 도착한 캐리브들은 그들에게 쉽게 잡히지 않은 사냥감이었다. 인디언들은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캐리브들은 잘 보지못했으나 캐리브들은 예민한 후각과 청각으로 인디언들의 움직임을 알고 있었다.

인디언들은 본디가 인사성이 없는 민족들이었다. 그들은 브라운 교수가 먼저 인사를 해도 제대로 답도 하지 않았다. 인디언들은 자기들을 침략한 백인들에게 뿌리 깊은 반감을 갖고 있었고 생존경쟁자인 에스키모인들도 싫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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