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세 마리의 젊은 수컷들은 옆으로 한 줄이 되어 늙은 사자가 거느리고 있는 무리들에게 쳐들어왔다.

그래서 늙은 수컷은 당연히 그들과 맞섰다. 늙은 두목사자는 있는 힘을 다해 싸웠으나 상대는 한참 힘이 오른 젊은 놈들이었기에 당해 내지 못했다. 늙은 사자는 얻어맞고 물려 전신의 털이 무참하게 뽑히고 피투성이가 되었다.

늙은 두목은 결국 꼬리를 내리고 도망갔다. 암컷도 새끼들을 침략자들에게 맡기고 늙은 두목을 따라 비틀거리면서 도망갔다.

멀리서 그 싸움을 보고 있던 바라이데이는 그 놈은 죽었을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녀석은 죽지 않았다. 놈은 처참한 모습이었다. 동물들간에 벌어진 싸움에서 지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놈은 보여주고 있었다.

그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한 듯 뼈와 가죽만이 남아 있었고 드러누워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 물소들이 나타났다. 코끼리와 다투었던 그 두 마리였는데 놈들은 드러누워 있는 늙은 사자를 곁눈으로 보면서 옆으로 지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뼈와 가죽만 붙어 있는 늙은 사자가 물소들을 보고 일어났다. 상처를 받고 굶주렸던 그 녀석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비실비실 물소를 따라갔다. 어쩌자는 것일까. 그 꼴로 뭘 하자는 것일까.

늙은 사자는 물소들에게 덤벼 들었다. 공격을 하기 전에 아가리를 벌려 백수의 왕의 기세를 보이려고 포효를 하려 했으나 그건 약한 울부짖음에 불과했다. 힘이 없어 소리가 목에 걸려 그 사자의 폭발음이 나오지않았으며 어찌들으면 비명같이 들리기도 했다.

그래도 늙은 사자는 사냥의 본능을 잃지 않았다. 녀석은 있는 힘을 다해 물소의 목덜미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늘 하는 사냥법으로 앞발로 목덜미를 껴안고 아가리로 아래쪽을 물어 지릿대 작용을 이용하여 물소를 옆으로 쓰러뜨리려고 했으나 물소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물소는 그렇게 사자를 목덜미 위에 얹어 놓고 질주했다. 질주하면서 나뭇가지를 빠져나갔고 그 통에 사자는 나뭇가지에 걸려 떨어졌다.

싸움은 거기서 끝났다. 다음부터는 물소의 사자사냥이었다. 사냥이 아니라 일방적인 살육이었다.

물소는 뿔로 쓰러져 있는 사자들을 들이받았으며 사자의 몸은 인근에 있는 나뭇가지에 걸려 덜렁거렸다. 벌써 아랫배가 찢어져 내장이 쏟아져 나와 있었다.

그러자 다른 물소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걸려 덜렁거리는 사자의 시체를 다시 뿔에 걸어 멀리 내동댕이쳤다. 살육 그리고 잔인한 살육은 계속되었다. 이번에는 다른 물소가 고깃덩이가 되어 쓰러져 있는 사자의 몸을 마구 짓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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