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방사성폐기물 공포' 언제까지 - ① 현주소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돼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수조시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돼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수조시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대전지역에는 사용후핵연료와 중저준위 폐기물이 쌓여 있다. 원자력 안전성 문제에 대전시민들은 항상 노출돼 있고,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폐기물 무단폐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주민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속시원한 대책이 없어 암울하다. 또 방폐물 상당량을 보관하고 있지만 원자력발전소 지역과 달리 정부의 지원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보는 5차례에 걸쳐 대전 지역 방사성폐기물 현황과 관련 지원 대책, 해결방안 등을 짚어본다.

대전의 종합 방사성폐기물 저장량은 부산의 고리원자력발전소 부지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사실상 방사성폐기물처리장과 다름 없다.

22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통합정보시스템(WACID)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대전의 종합 방사성폐기물(중·저준위폐기물·동위원소폐기물·해체폐기물) 저장량은 2만 9000드럼이다. 이는 고리원자력 부지 4만 4009드럼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이와 별도로 대전에는 지난 1987년부터 2013년 8월까지 21차례 걸쳐 고리·한빛·한울 등 국내 원자력 발전소에서 △핵연료 연구개발 △국산 핵연료 성능검증 △손상 핵연료 원인 분석 등을 위해 사용후핵연료봉 1699개, 3.3t을 반입해 보관중이다.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도 0.86t에 달한다.

사용후핵연료는 발생지 반환이 원칙이지만 되돌아가지 못하고 대전에 남아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오는 2022년까지 현재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발생지로 반환할 계획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반출을 위해서는 △소유권 정리 △시설권 △취급장비 확보 △반환을 위한 용기 개발 △예산 확보 등의 문제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 부산 등을 비롯한 해당 지자체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계획대로 실행될지는 미지수이다.

사용후핵연료가 대전에 남아 있는 이유는 정부의 정책도 한몫 했다.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고준위방폐장 선정을 35년째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해 정부가 고민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83년부터다. 정부는 이 때부터 방폐장 부지를 물색했으나 9차례나 실패했고, 지난 2004년 중저준위와 고준위를 분리해 저장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틀었다. 중저준위방폐장 부지는 2005년 주민투표를 통해 경북 경주로 결정됐지만 고준위 방폐장은 여전히 부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발생지 반환이 맞다. 우리도 사용후핵연료를 털어내면 좋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정부에서 고준위방폐물 처분장을 선정하면 그곳으로 보내려 했는데 여론의 반대 등으로 부지가 선정되지 못해 현재까지 원자력연구원이 보관중"이라고 말했다.

피해와 불안감은 고스란히 지역민들의 몫이다. 실제 원자력연구원은 최근 원자력안전법 36건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19억 2500만 원의 과징금과 56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방사능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는 작업복 세탁수를 무단으로 배출하기도 했고, 오염된 토양·콘크리트 폐기물을 허가량을 초과해 제염하기도 했다. 배기체 감시기록 등 기록조작이나 누락 등도 확인됐다. 무단으로 방출된 폐기물의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보고 있으나, 지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전 유성구 관평동에 사는 이모(33) 씨는 "원자력연구원에 근무하는 연구원 상당수도 관평동 일대에 살고 있는 만큼 그렇게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원자력연구원에서 벌어진 일을 보면 과연 내가 사는 이 동네가 안전한 곳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왜 그 많은 방폐물을 대전에 쌓아둬야 하는지, 정부와 지자체는 그동안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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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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