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본드 바라이데이(1913년생 헝가리 출신)는 남아프리카의 드라켄즈버그 지역에 자기 소유의 밀림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리 넓지는 않았으나 작은 강도 흐르고 있는 밀림이었기에 많은 야생동물들이 살고 있었다.

바라이데이는 1950년 원주민 교수 프레이와 함께 자기의 영토인 밀림으로 들어갔는데 밀림이 평화롭지 않았다.

강변 수초 밭에 처음 보는 물소 두 마리가 있었다. 암수 두 마리였는데 헬메트를 쓴 것 같은 대가리에는 1m나 될 것 같은 거대한 뿔이 번쩍이고 있었고 몸무게가 7-8㎏이나 될 것 같았다.

그들이 물가에서 물을 마시고 있을 때 저쪽에서 한 무리의 코끼리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대여섯 마리의 코끼리들의 심기가 좋지 않았다. 코끼리들은 코를 들어 올리고 흔들고 있었다. 그곳은 그들 코끼리의 텃밭이었다. 코끼리가 본디가 다른 동물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했다. 물소들은 코끼리들이 다가와도 물러나지 않았다. 눈으로 코끼리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물을 마실려면 다른 곳으로 가라는 태도였다.

"이런 버릇없는 놈들 봤나."

두목으로 보여지는 코끼리 한 마리가 대가리를 흔들면서 앞으로 나왔다. 경고하는 행동이었는데 약간의 장난기도 있었다.

물소들은 그 코끼리가 코를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까지 접근해도 꼼짝하지 않았다.

코끼리는 일단 뒤도 물러났다가 다시 전진했다. 이번에는 장난기가 없었다.

물소들은 그래도 물러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가리를 숙이고 뿔을 밀어 올렸다. 전투태세였다. 이번에는 코끼리가 화냈다. 코끼리는 코로 물소의 뿔을 툭툭치면서 앞으로 나와 물소들을 밀었다.

양쪽 모두에게 살기가 있었다. 물소들은 그제야 적대행위를 중단했다. 그들은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와 코끼리들의 옆을 스치듯 지나가 강 상류쪽으로 걸어갔다.

초식동물인 그들이 왜 싸우려고 했을까. 40도나 되는 더위 탓인지도 몰랐다. 날씨가 그렇게 더우면 불쾌지수도 올라가는 법이었다.

바라이데이는 코끼리들과 물소들이 싸움을 중단한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강의 상류쪽으로 걸어갔다.

상류에 있는 풀밭에 수사자가 한 마리 누워 있었다. 늙은 사자였는데 바라이데이는 그놈을 알고 있었다. 놈은 한 달전까지만 해도 세 마리의 암컷과 네 마리의 새끼를 거느리고 있는 사자 무리의 두목이었으나 떠돌이 젊은 수컷들에게 그 자리를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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