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병든 살인코끼리를 그대로 놓아 둘 수 없었다. 놈은 사람을 죽이려는 병에 걸려 있는 놈이었으며 그대로 놓아주면 또 몇 사람이 더 죽을지 몰랐다.

가르토는 마드리드양의 만류를 뿌리치고 놈과 혼자서 대결하기로 했다.

수의사인 마드리드양은 살인코끼리와 살인표범은 공통점도 있으나 다른 점도 있다고 말했다. 예민한 후각을 갖고 그걸 무기로 삼고 사람들을 죽이는 점은 공통점이었으나 코끼리의 후각이 미치는 범위는 표범의 그것보다 훨씬 넓었다. 대상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는 냄새는 표범은 맡지 못했으나 코끼리는 5㎢ 이내에서 나는 냄새를 어김없이 감지할 수 있었다.

또한 코끼리는 표범보다 지능이 높았다. 표범 등 고양이 종류의 동물들은 원숭이 종류나 개 종류보다 낮았으나 코끼리는 개 정도의 높은 지능을 갖고 있었다.

식인표범을 잡았다고 해서 살인코끼리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마드리드양은 가르토에게 충고했다.

그러나 가르토는 그날 밤 벌목회사 일꾼들이 머물고있는 합동 숙소 주위를 돌아다니고 있는 살인코끼리와 혼자서 대결하기로 했다. 놈은 어떻게 해서든지 빨리 잡아야 할 위험한 놈이었다.

가르토는 식인표범을 잡을 때 사용했던 무기를 갖고 나갔다. 기관총처럼 연달아 자동적으로 발사되는 연발소총과 몇 10m 거리까지를 밝혀주는 강력한 손전등이었다. 연발총에 그 손전등을 묶어 놓고 방아쇠를 당기면 손전등이 켜지는 동시에 총도 발사될 수 있었다.

짐승들의 후각을 혼란시킬 수 있는 후춧가루 봉지도 갖고 나갔다.

봉지를 던지면 후춧가루가 뿌려져 코끼리의 후각이 혼란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날 밤은 달도 없었고 별들도 없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가르토는 발짝소리를 죽이면서 조용하게 그 어둠속에서 잠복하고 있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정오가 지난 한밤중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살인코끼리가 끌고 다니는 쇠사슬의 소리 같았다.

그 소리는 점점 가까이 오다가 멈췄다. 살인코끼리가 자기를 죽이려는 사람이 잠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 것 같았다.

적이 어디에 있다는 걸 알아차린 살인코끼리가 공격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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