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나 새치 같은 큰 고기는 원칙적으로는 경매에 붙이게 되어 있었으나 거기서는 그게 생략되어 파는 측과 사는 측의 합의에 의해 결정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합의가 쉽게 이루어질 리가 없었다. 파는 측은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받으려고 했고 사는 측은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정은 뜻밖에 조용했고 빨리 끝났다.

선장이 또 다니엘 교수에게 말했다.

"참치와 새치 모두 가격이 정해졌고 거래가 끝났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적당한 값입니다.."

바다에서 잡아 올린 고기에 정가가 붙어 있을 리가 없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값이 간단하게 결정되었을까.

고기를 평가하는 전문가의 눈이었다. 그 참치나 새치의 모양과 몸 색깔 그리고 기름기 등을 보는 전문가의 평가가 크게 다를 수 없었다. 어느 종류의 참치가 언제 어디서 잡혔다는 것 만으로도 전문가들의 평가는 거의 일치되어 있었다.

"그게 섬나라 일본 어부들의 눈이지요. 그리고 그 눈으로 내리는 평가는 세계 어디에 가서도 통합니다."

그때 결정된 값은 200kg의 참치가 일본돈 120만엔 100kg의 흑새치가 50만엔이었다.

다니엘 교수는 나선 김에 그날 밤 선장과 함께 그들 고기들이 팔려나간 동경의 뒷골목 요리점으로 가봤다.

그런데 그런 고급 요리감이 팔려나간 집 치고는 그 요리점은 보잘 것 없었다. 동경 변화가이기도 했으나 자동차도 들어갈 수 없는 뒷골목에 있었으며 도로에서 1~2m나 내려가 있었다. 낡은 목조 집이었으며 역시 낡은 탁자와 의자들이 열 서너 개 놓여 있엇다. 머리가 허옇게 센 주인이 일행을 마중해주었는데 그 영감은 그 집의 3대째 되는 주인이라는 말이었다.

가게에는 일행 외에 두 조의 손님들이 있었는데 허수룩한 임파네스를 입은 손님은 장관이고 와이셔츠 바람으로 나와 있는 측은 국회의원들이라는 말이었다.

다니엘 교수 일행은 참치 회와 새치 스시를 시켜 먹었는데 어마어마한 값이었다. 일본을 잘 모르는 관광객들을 놀라게 하는 요리 값이었는데 다니엘 교수는 놀라지 않았다. 그 요리의 재료 값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다니엘 교수는 그 회와 스시의 맛을 잘 알 수 없었으나 주위에서 그걸 먹고 있는 일본사람들의 표정으로 봐서 아주 맛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다니엘 교수에게는 그 집의 주된 요리 맛보다는 덤으로 나온 생선구이와 생선냄비음식이 시원하고 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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