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미국 텍사스 변두리에 있는 술집이었다. 키가 2m를 넘을 것 같은 털보 백인 사냥꾼이 들어왔는데 옷에 피가 묻어 있었고 피비린내가 났다. 1978년 가을이었다.

그 사나이가 들어오자 술을 마시고 있던 백인 사냥꾼들이 일어나 인사를 했다.

"빅 존. 어제는 몇 마리나 잡았소."

"열 네 마리였지. 한 시간에 세 마리를 잡았고…."

술집에 있던 백인 사냥꾼들의 입에서 감탄의 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들소 사냥꾼인 것 같았다.

빅 존은 카운터에 앉았다. 카운터에는 30대로 보이는 친구 한 사람이 혼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그는 빅 존을 보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복을 입고 있었지만 하의는 군복이었다. 카키 색에 검은 줄이 있는 것으로 봐서 장교인 것 같았다.

"한 시간에 세 마리를 잡았다면 기록이 되지 않겠소."

빅 존이 그의 동의를 유도하려고 말을 걸었으나 반응이 좋지 않았다.

"나는 한시간에 활과 창으로 네 마리의 들소를 잡은 인디언 사냥꾼을 본 적이 있어요."

빅 존이 화를 냈다.

"인디언 놈들은 무리를 지어 사냥을 하지. 그 인디언도 무리로 사냥을 했겠지."

"그렇지 않소. 그는 혼자였어요"

빅 존은 그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동의를 받아낼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러나 반응은 역시 냉랭했다.

"나는 연발총으로 들소 사냥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도망가는 들소를 그런 연발총으로 잡는 일은 좋지 않아요. 그건 등을 보고 총을 쏘는 사람과 같은 짓이지요."

그 말이 빅 존은 격분시켰다. 텍사스에서는 등을 보고 총을 쏘는 총잡이는 가장 비겁한 사람으로 간주되고 있었다.

빅 존은 벌떡 일어나 허리에 친 권총에 손을 댔다. 결투를 하자는 시늉이었으나 젊은 장교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의 침착함이 빅 존을 압박했다. 상대가 장교이니 뒤가 좋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술집에 있던 어느 사냥꾼들이 빅 존을 말렸다.

"빅 존. 여기에 와서 우리들과 술을 마시지요. 영국에서 수입한 최고급 위스키가 여기에 있소."

그러자 또 다른 사람이 이번에 군인에게 말했다.

"수왈 중위. 당신도 이리로 오시지요.우리도 좋은 위스키를 마시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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