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암사자는 임신을 한 지 백일인 90일이 지나자 만삭이 되었다. 보통 암사자는 그때쯤에는 두 마리내지 다섯 마리의 새끼를 임태했으며 그 아랫배는 공처럼 크게 부풀어오른다.

그런데 그 암사자는 보통 암사자와는 달랐다. 그 배는 크게 팽창하여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았다. 몸무게가 400kg이나 되는 아비의 씨를 잉태하고 있었으니 그렇게 팽창된 것 같았다.

이든은 암사자가 임신한 지 100일이 지나자 출산준비를 시켰다. 이든은 신중했다. 사자나 범 같은 맹수의 출산은 가끔 사고를 일으킨다. 어떻게 된 이유인지 아비가 출산된 새끼를 죽이는 일이 있었고 아비뿐만 아니라 어미도 자기가 낳은 새끼를 죽이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이든은 그들이 동거하고 있는 큰 우리의 중간에 있는 칸막이 철망문을 열어 범을 다른 방으로 보내 암사자와 분리시켰다.

그 범은 서커스단에 들어온 지 몇 달이 되자 서커스단의 환경에 적응하여 어지간히 점잖아졌으나 암사자와 함께 있을 때는 그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경호를 했었다. 그 범은 암사자와 떨어져 옆방에 있을 때도 날카로운 눈으로 주위를 살피고 있었으며 암사자가 위험하다고 느끼면 무섭게 으르렁거렸다.

암사자가 임신한 지 100일이 지나자 드디어 출산의 기미가 보였다. 암사자의 산고가 시작되자 이든은 범이 있는 방의 칸막이 정면을 검은 천으로 가려 범이 암사자의 출산을 보지못하게 했다. 또한 자기를 비롯하여 어떤 사람도 암사자의 산실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산고가 이틀 동안 계속되던 날 밤 산실이 조용해졌다. 가느다란 암사자의 신음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어떻게 되는 것일까. 서커스단의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있었다.

드디어 긴 밤이 지나갔다.

새벽이 되자 이든은 산실을 가리고 있던 천을 치웠다. 암사자가 누워 있었다. 조용히 누워 있었으나 그 배 밑에서 뭔가 고물거리고 있었다. 새끼들이었다. 영국에서 최초로 범과 사자 사이에 새끼가 태어났다. 모두 두 마리였다.

온 서커스단 사람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어미의 배 밑에서 고물거리는 새끼의 몸에 희미한 검은 줄이 보였다. 아주 엷은 황갈색 바탕에 분명 줄무늬 같은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새끼들은 아주 컸다.

보통 갓 나온 사자나 범의 몸에 표범과 같은 반점들이 있고 새끼는 몸 길이가 30㎝ 무게는 100g 정도가 되었는데 그 새끼들은 반점이 아니라 줄무늬가 있었고 두 대가 될 것 같았다. 거대한 아비의 새끼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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