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건강한 장수

유호룡 대전대 둔산한방병원 뇌신경센터 교수
유호룡 대전대 둔산한방병원 뇌신경센터 교수
20세기 이후 인류는 이전 시대의 누구보다도 오래 살고 있다. 장수를 기원하며 환갑잔치가 집안의 큰 행사였던 것이 불과 20여 년 전인데 지금은 가족들끼리 외식 한번하고 보내는 일도 다반사다.

통계청에 따르면 1970년에 61.9세였던 한국인의 평균수명(기대수명)은 2013년 81.9세로 43년 만에 20세 늘었다. 남성은 58.7세에서 78.5세로, 여성은 65.6세에서 85.1세로 평균수명이 증가했다. 현재 만 65세로 되어 있는 노인의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평균수명이 이전에 비해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더 오래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하나의 조건이 더 붙는다. 바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장수가 반드시 축복이라고 하기에는 어두운 현실이 존재한다.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기간을 의미하는 건강수명은 2012년 기준 66.0세로 평균수명인 81.4세보다 15.4년 낮다. 아픈 채로 오래 산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평균수명은 전체 11위이지만, 자신이 건강하다고 인식하는 비율도 우리나라의 경우 30%대로 다른 나라의 60%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면서 일본과 더불어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프지 않게 오래 사는 것이 21세기의 화두인데 과연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는가? 의료기술은 세포를 넘어 유전자, 나노로 넘어간 지 오래이고 인공지능은 의사 대신 진단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노년이 되어 위험도가 크게 상승하는 중풍, 고혈압, 당뇨, 치매 등은 발병하면 현대 의학으로도 완치가 어렵다. 예방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는 부분이다.

한의학은 2000여 년 전부터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고, 실력 있는 의사일수록 병이 되기 전에 치료한다는 치미병(治未病) 개념을 발전시켰다. 치미병은 질병을 예측하는 것 외에도, 현대의 건강과 관련된 삶의 질(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개념과 유사한 신체와 정신의 건강 증진을 통해 삶을 윤택하게 하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의료기관과 일상생활을 구분하지 않고 건강을 지키는 것이 큰 흐름으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 음식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약식동원의 개념이나 오금희 등 간단히 자신의 몸으로 할 수 있는 운동 등은 현대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여기에 건강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유기산이나 면역검사 등의 검진을 덧붙인다면 좀 더 체계적인 미병 건강노화 관리법을 구축할 수 있다.

노년층의 질환에 대한 인식은 전염병보다 만성 질환, 원인을 규명해 치료 가능한 질환보다는 친구처럼 달래며 가야할 질환으로 바뀌고 있다. 물론 치료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발병하는 후 관리를 평생하는 것보다는 노년층에 진입하기 전에 예방을 하는 것이 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미병이 새로운 의미를 찾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질병 예방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더욱 건강한 장수 100세를 맞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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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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