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팔도유람-전북 고군산군도

신시도와 무녀도를 잇는 국내 최초 1주탑 현수교인 단등교. 사진=전북도 제공
신시도와 무녀도를 잇는 국내 최초 1주탑 현수교인 단등교. 사진=전북도 제공
다음 달 고군산군도 연결도로 1공구·2공구(새만금 방조제~신시도~무녀도)가 부분 개통한다. 국내 최초 1주탑 현수교인 단등교는 신시도와 무녀도를 잇는 다리다. 2018년 1월 3공구(무녀도~선유도~장자도)까지 개통하면 군산 관광의 메카로 떠오를 전망이다. 신시도~장자도에 이르는 고군산군도 연결도로 8.77㎞가 개통되면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때문이다.

 고군산군도는 16개 섬을 포함해 총 63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고려 때부터 군산진이라는 수군 진영이 있었으나, 조선 세종 때 수군 진영을 육지(진포)로 옮기면서 기존의 군산진을 옛날의 군산이란 뜻으로 고군산이라 부르게 됐다. 예로부터 명사십리·평사낙안·망주폭포·삼도궤범·선유낙조·장자어화·무산십이봉·월영단풍 등 선유 8경으로도 유명하다.

 군산시는 한국 근현대사의 축소판이다. 1899년 군산항이 개항한 뒤 일본은 군산을 호남지역 곡물 수탈 근거지로 삼았다. 이 때문에 군산 도심 곳곳엔 일제강점기 수탈과 문화 침략을 보여 주는 흔적이 남아 있다. 수탈과 저항의 기록인 셈이다. 군산시가 이러한 아픔을 딛고, 희망의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고군산군도를 연결하는 도로가 부분 개통을 앞둔 만큼 군산 도심 지역은 물론 도심 밖 고군산군도까지 들려 군산이 지닌 진정한 멋을 느껴보길 바란다.

 △군산 옆 고군산군도에서 군산의 또 다른 멋을

 고군산군도 연결도로의 부분 개통으로 서해의 숨겨진 비경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이 도로가 완성되면 군산여객터미널에서 선유도까지 배로 90분 걸리던 시간을 45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 고군산군도는 군산시에서 약 50㎞ 떨어져 있다. 선유 8경으로 유명한 선유도를 비롯해 대장도, 방축도, 개야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천혜의 경관을 이루고 있다.

 신선 선(仙), 놀 유(遊)를 쓰는 선유도는 섬의 경치가 아름다워 신선이 놀았다고 불리게 된 이름이다. 신시도, 무녀도, 방축도 등 63개의 크고 작은 섬이 모여 있는 고군산군도의 중심에 있다.

 선유도 해수욕장은 고군산군도의 한 섬인 선유도에 위치한 천연 해안사구 해수욕장이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고운 모래를 명사라 했는데, 선유도 해수욕장은 이 모래가 10리에 걸쳐 펼쳐있어 명사십리 해수욕장으로 불린다.

 선유도 명사십리 해수욕장에서 보이는 화강암 산이 망주봉이다. 망주봉은 해발 152m에 불과한 꼬마 산이지만 그 아름다움으로 일찍이 선유 8경의 하나로 꼽힌다. 망주봉 정상은 장자도, 관리도, 보농도, 광대도, 횡경도, 야미도, 신시도, 무녀도 등 고군산군도의 모든 섬을 조망할 수 있는 서해 제1의 낙조대다.

 평사낙안은 선유도 뒷산에서 망주봉을 바라볼 때 시야에 들어오는 은빛 모래톱 가운데 500년 된 팽나무 형상을 말한다. 4개의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있어 그 모습이 마치 기러기가 내려앉은 형상과 비슷하다.

 선유도 해수욕장의 일몰을 가리키는 선유 낙조는 선유 8경 중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섬과 섬 사이로 해가 질 때면 선유도의 하늘과 바다가 온통 빨갛게 물드는 장관을 연출한다.

 또 장자어화는 장자도 밤바다를 수놓은 조기잡이 어선의 불빛, 월영단풍은 신시도의 해발 199m 월영봉을 오색으로 물들이는 단풍, 무산십이봉은 12개 섬의 산봉우리가 투구를 쓴 병사의 도열과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군산 도심 속에서 근대 역사의 흔적을

 군산시 근대 여행은 근대건축물이 몰려 있는 해망로 일대에서 시작된다. 옛 지명은 `쌀을 저장하는 마을`이라는 뜻의 장미동(藏米洞)이다. 군산의 각 지명에서 일제의 수탈 증거를 발견할 수 있다. 해망로 인근의 변화는 2011년 9월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개관과 함께한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군산의 근대문화, 해양문화를 주제로 한 특화 박물관이다. 해양물류역사관, 독립영웅관, 근대생활관, 기획전시실, 기증자전시실, 어린이체험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인근 근대건축관, 근대미술관, 진포해양테마공원 등을 연계한 `군산 근대역사지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 문을 열면서 주변 건물도 새롭게 단장했다.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 건물은 `근대건축관`으로 재탄생했다. 근대건축관은 일제 식민지 지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금융시설이다. 1922년에 완공된 뒤, 2008년 보수·복원 과정을 거쳐 군산 근대건축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옛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은 `근대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일본 제18은행은 본 나가사키에 본점을 두고, 한국에서는 1890년 인천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군산지점은 1907년, 조선에서는 7번째로 개점했다. 간판만 은행일 뿐 실제로는 고리대금업을 하는 대부업이 주된 업무였다.

 특히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오른 편에는 `옛 군산세관`이 있는데, 서울역사·한국은행 본점 건물과 함께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908년 벨기에에서 붉은 벽돌과 건축자재를 수입해지었다고 전해진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뒤편에는 진포해양테마공원도 있다. 이곳에서는 일명 뜬다리부두로 불리는 `부잔교`도 유명하다. 밀물 때 다리가 수면에 뜨고, 썰물 때 수면만큼 내려가는 다리다. 조수간만의 차를 극복해 군산항에서 쌀을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타 유적지로는 1930년대 조선미곡창조 주식회사에서 쌀을 보관했던 `장미 공연장`, 1945년 광복 이후 위락시설로 사용된 `장미 갤러리`, 일제강점기 무역회사로 사용되던 `옛 미즈상사` 등이 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일제강점기 군산시 유지들이 거주한 신흥동 일대가 나온다. 이 가운데 `히로쓰 가옥`은 일제시대 대규모 포목상이었던 일본인 히로쓰 게이샤브로가 지은 전형적인 일본식 목조건물이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을 지나면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에 닿는다. 이곳은 시인 고은이 불가에 입문해 불제자의 길을 걷었던 사찰이기도 하다.

전북일보=문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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