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접근성·개발여건 등 고려 마리나 항만 후보지 19곳 선정

해양 건도(建道) 충남. 서해바다와 접하고 있는 충남도의 해양정책 방향이다. 가능성과 기회가 무한한 바다를 옆에 두고도 단순 수산업과 관광업, 물류운송에 그쳤던 해양산업을 다변화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충남도의 목표다. 이중에서도 마리나 항만 구축은 해수욕장으로 대표되는 관광산업에서 탈피해 고급 레저화, 사계절 수요확보, 도내 관광 네트워크 형성 등 포괄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부(富)의 상징으로만 여겨지던 요트 등 레저용 선박의 수요가 세계 선진국들에 비해 미약하긴 하지만 급격한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더욱이 주 5일제 정착과 대체휴일제 활성화 등으로 아웃도어 인구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레저활동에 대한 갈증도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충남도가 앞으로 추진해 나갈 서해안권 마리나 항만 개발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2020년까지 1000척 수용 항만 구축=충남도의 목표는 오는 2020년까지 1000척 이상의 마리나를 수용할 수 있는 항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해양레저 관광산업의 핵심시설인 마리나 전용 항만시설 인프라를 구축, 증가하는 레저 수요에 부응하고 매년 100억 원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과 관련 종사자 450명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부터 추진한 `마리나 항만 개발 종합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통해 도내 서해안권에서도 최적지인 19곳을 항만 개발 후보지역으로 선정했다. 서해안고속도로와 대전-당진간 고속도로 등 도로와 철도 등 교통망을 통해 최대 수요처인 수도권의 인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접근성과 개발 여건, 기존 관광 인프라와의 연계성을 고려해 선정한 곳이다. 지역별로는 보령시 4곳, 서산 3곳, 당진 3곳, 서천 1곳, 홍성 2곳, 태안 6곳 등이다.

사실 도내 마리나 항만 구축은 타 시·도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1980년대 부산과 전남 여수, 1990년대 경남 통영지역에 마리나 시설이 들어선 후 최근까지 전국에는 20여 곳이 넘게 확대 설치됐지만 도내에서는 보령 1곳에 불과한 실정이었다.

그동안 국내 해양 레포츠는 도입기를 거치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지난 2012년 시작된 해양 레포츠 체험교실이 첫해 60만 명에서 2013년 72만 명, 지난해 73만 명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내 레저용 선박수는 지난 2013년 기준 1만 257척에 달하고 있다. 2007년 3944척에 불과했지만 6년여 만에 2.6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요트 및 보트 조종면허 취득자도 2007년 6만5758명에서 2013년 14만 137명으로 2배이상늘었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도가 마리나 항만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 2020년에는 레저 선박수가 2만8000척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타 시·도에 비해 후발주자로 뛰고 있지만 해양 레저 이용객의 잠재성을 놓고 본다면 충남의 내실있는 마리나 항만 구축 계획이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도 관계자는 "해양레저 스포츠가 대중화 되고 있는 가운데, 마리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해양 건도 충남을 건설하는 한 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진 왜목항, 거점형 마리나 항만=충남도내 마리나 항만의 핵심 역할을 담당할 거점형 마리나 항만에 당진시 왜목(석문면 교로리 왜목해수욕장 인근)이 개발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국비 300억 원을 확보했다.

요트 등 레저 선박 계류장과 관광·레저시설을 갖춘 거점형 마리나 항만에 경기 안산 방아머리와 전남 여수 웅천, 부산 해운대 등 3곳과 함께 선정됐다. 도내 19곳에 마리나 항만 구축 계획이 있지만 당진 왜목은 마리나 전용 항만 시설 인프라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국비를 포함해 총 614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왜목에는 총 300척의 마리나가 계류할 수 있는 시설과 함께 방파제 615m, 호안 470m를 갖추게 된다. 특히 클럽하우스, 숙박 및 휴양시설, 상가 등도 들어서게 된다.

도 관계자는 "해양레저 스포츠가 대중화 되고 있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산업인 마리나는 해양 건도 충남을 건설하는 한 축"이라며 "이번 거점형 마리나항만 개발 사업 대상 선정은 이를 이끌어 가는 견인차가 될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왜목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 하다. 기존 관광테마를 연결한 복합 마리나 개발 청사진을 제시한 것도 기존 관광자원을 십분 활용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것으로 관측된다.

왜목항과 인접한 왜목마을은 서해에서 바다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으며 도비도와 난지도 등 천혜의 자연유산 등이 인접해 있다. 더욱이 수도권과의 접근성 또한 충남지역 어느 곳 보다도 뛰어나다. 왜목항으로부터 도로 80㎞ 거리에는 경기도 화성과 수원, 오산, 평택 등 수도권 남부 주요도시가 밀집해 있고 인천공항과도 2시간 거리에 불과해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도는 왜목을 서해안 지역 마리나 루트의 중심지로 개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일단 왜목을 도내 보령 원산도와 무창포, 서산 창리, 당진 장고항, 서천 홍원, 태안 안흥 등을 엮어 도내 루트로 연결할 방침이다. 더 나아가 추후에는 인천 덕적도와 경기 전곡항, 전북 고군산, 전남 목포·여수 등과 연계해 서해안권을 따라 이동할 수 있는 마리나 루트 그림을 그렸다.

왜목 마리나가 진정한 거점형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민간 자본 유치가 관건이다. 도는 왜목 마리나 항만 민자 유치를 위해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각종 사업과 콘텐츠를 발굴,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본 유치 활동을 벌여나가고 있는 것이다. 민간차원에서는 투자 자금에 대한 회수가 다소 늦은 마리나 항만 사업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도는 미래 사업성과 발전성이 있는 마리나 항만을 최대한 홍보해 자본 유치를 달성시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기업의 직접투자 외에도 기금이나 펀드 등도 고려하고 있다.

◇마리나를 통한 해양관광 산업 육성=마리나는 새로운 해양관광 트렌드이다. 기존 해양관광이 해수욕과 어촌마을 체험, 낚시 등으로 대표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계절별 한정된 시기에만 즐길 수 있다는 단점이 있고 지역 고유자원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을 뿐, 확대 및 발전시킬 수 있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도 약점이다. 이를 타개하고 해안가 어민들의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할 수 있는 인프라가 바로 마리나 항만인 것이다.

한국 해양수산개발원 이종훈 부연구위원은 올해 초 `충남 해양관광 발전전략 전문가 워크숍`에서 "앞으로 충남도는 마리나, 크루즈와 관련한 여건분석을 통해 도내 해양레저 전담조직의 정비와 운영, 지역주민 및 해양관광객간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우선적으로 구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양관광의 다양성을 마리나 항만에서 찾고 지역주민들의 수익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어민들이 수산물 판매와 낚시객 운송 등 한정된 수익을 얻고 있는 현실에서 마리나 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요트와 바다낚시, 스킨스쿠버, 도서관광 등 레저와 관광, 휴양이 결합된 복합 해양관광 산업이 가능해 질 수 있다. 또 선박보관과 레저선박 건조 및 수리, 내외 장치산업 등 융·복합 산업 발전도 관심있게 지켜 봐야 한다.

요트 및 보트 등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날 수록 그에 따라 레저선박 시장도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레저선박 시장 규모가 445억 달러에 달하지만 북미와 유럽 등이 수요·공급의 85%를 점유하고 있다. 반면 국내 레저선박 제조업체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25%에 불과할 뿐이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 상황에서 마리나 항만 활성화는 국내 레저선박 업계의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및 외화벌이 등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도 관계자는 "차별성 없고 오랜 기간 같은 해양관광 상품으로 국내 관광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번 마리나 항만 개발은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잠재력 높은 사업"이라며 "마리나 항만이 국내 관광수요 흡수에 그치지 않고 서해를 사이에 둔 중국의 관광수요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내실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석모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당진 마리나 항만 조감도.
당진 마리나 항만 조감도.

김석모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