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관람료·OTT 확산 직격…대전 극장가 매출·관객 동반 하락

영화관 직원 1명·관객 몇 명뿐…도심 대표관도 상황 비슷 관람료·흥행작 부재·OTT 등…올여름 매출도 전년 대비 ↓ 영화 대신 즐길 거리 많은 도시 구조가 '극장 이탈' 가속

2025-11-25     이성현 기자
대전 지역 내 한 영화관. 대전일보DB

24일 저녁 7시 20분, 대전 대흥동의 한 영화관 로비는 퇴근 시간대임에도 조용했다. 상영 10분 전 스크린 앞을 오가는 관객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매표소에서는 직원 한 명이 팝콘 판매와 발권을 동시에 처리하고 있었다. 팝콘 기계는 꾸준히 돌아갔지만 구매하는 손님은 없었다.

직원은 "작년만 해도 이렇게 비어 있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관람료 인상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확산, 흥행작 부재 등이 맞물리면서 지역 극장가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대전 영화관 전체 매출은 288억 8568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44억 7185만 원 대비 16.2%(약 55억 원) 감소했다. 관객 수는 같은 기간 352만 4477명에서 290만 2920명으로 17.6% 줄었다.

극장가 침체는 올여름부터 이미 뚜렷하게 감지됐다. 여름방학과 폭염으로 전통적인 성수기임에도 예년처럼 관객이 몰리지 않았고, 개봉작보다 OTT 플랫폼에서 먼저 영화를 소비하는 흐름이 자리 잡으면서 극장을 찾는 발걸음이 더욱 줄었다. 대전은 공연장·전시장·복합쇼핑몰 등 여가 선택지가 도심 여러 구역에 분산, 영화관 단독 흡입력이 낮다는 지역적 특수성도 있다.

경기 침체 속에 관람료 인상은 극장 기피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관람료는 2019년 1만 2000원에서 2020-2022년까지 매년 1000원씩 인상되며 현재 1만 5000원 수준으로 평균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속도로 상승했다. 2019년 이후 3년간 국가별 관람료 인상률에서도 한국은 21.8%로 미국(15%), 독일(8.7%), 일본(5.2%)보다 높았다. GDP 대비 티켓값 비중도 한국이 0.033%로 미국(0.016%), 독일(0.025%), 영국(0.027%) 보다 높다.

지역 영화업계 관계자는 "극장 침체는 가격 부담, OTT 확산, 지역 내 콘텐츠 경쟁력에서 밀리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며 "관람료 조정, 상영 프로그램 다변화 등 구조적 대응 없이는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