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읽기] 지구법 강좌 외
△지구법 강좌(박태현 외 지음)= 자연환경에 고유한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지구법 관점이 반영된 세계 각지의 판례를 통해 이 새로운 관점을 한국 법체계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모색하는 아홉 편의 글을 한데 묶었다. 이미 에콰도르와 콜롬비아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물론 스페인, 캐나다 등지에서 강, 석호, 빙하 등의 자연물을 법적 권리주체로 인정하는 법률 제정과 사법부 판결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도 이 같은 전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기후위기를 입증하는 과학적 사실의 발견과 환경보호를 중요시하는 사회적 인식의 강화가 법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문학과지성사/ 363쪽/ 2만 1000원
△독서를 영업합니다(구환회 지음)= 편집자와 마케터에게는 영업의 길잡이자 위로가 되고, 서점원에게는 자신의 일을 다시 사랑하게 만드는 동료의 일기장이다. 교보문고 소설 MD이자 e커머스영업1파트장인 저자는 자신의 직무와 책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북토크, 문학상 특별전, 굿즈, 리커버, 단독 이벤트, MD의 선택 등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좋은 책을 더 오래 살게 하려는 고투의 과정을 특유의 솔직함과 유머로 풀어냈다. 27편의 영업 이야기가 말하는 공통점은 그에게 MD 직무란 결국 '독서 영업'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책을 쓰고 만들고 읽고 파는 사람을 향한 진심으로 귀결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출판 관계자에게는 영업의 나침반이 되는 동시에 애독자들에게는 책의 매력에 더욱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된다. 북바이북/ 348쪽/ 1만 8000원
△살림의 과학(이재열 지음)= 미생물학자의 전통문화 탐색기다. 생명과학부 명예교수인 저자는 일상의 살림살이에 담긴 과학 원리를 보따리째 풀어놓는다. 부엌·안방·대청·사랑채·마당을 따라가며 전통 살림에 쓰이던 자잘한 가재도구들, 집집 곳곳에서 우리가 살림살이라고 부르며 써 왔던 것들을 세밀하게 살핀다. '음식을 익히기 위한 조리 방법과 미생물 침입을 막기 위한 저장 방법은 따지고 보면 한 뿌리'라며 그릇의 기능을 설명한다. 조선 오래된 농서를 통해 전통 온실을 살펴보는가 하면, 전통 한지의 비밀을 과학적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옛날 얘기만 풀어놓지는 않는다. 여러 살림살이의 최신 연구도 소개하며, 역사·민속·건축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젊은 연구자들이 수행한 최신 연구와 그 응용 성과도 알려준다. 사이언스북스/ 532쪽/ 3만 3000원
△지니어스 코드(엄성수 지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얼마나 비범한 존재인지 모른 채 살아간다. 세상에 널린 수많은 정보와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행동방식에 맞춰 크게 눈에 튀지 않는 안전한 길만을 택하며 하루를 보낸다. 이럴수록 단적 사고나 관행에서 벗어나 획기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그 속에서 숨겨진 자아와 기회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저자는 문·이과를 넘나들며 끊임없는 탈바꿈으로 자신의 삶을 통해 다방면의 혁신을 몸소 증명해낸 창의적 발상법 및 변화 전문가다. 그는 천재성은 특별하고 똑똑한 소수만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기 자신의 생각과 환경을 돌아보고 변화하고자 할 때 깨어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 불변의 법칙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점검한다. 한국경제신문/ 392쪽/ 2만 2000원
△더 스튜던트(마이클 S 로스 지음, 윤종은 옮김)= 많은 이들은 학생을 제도의 틀 안에서 바라본다. 학생을 성적이나 진학의 결과로 대상화하기 때문이다. 책은 이러한 익숙한 사고를 신선하게 비튼다. 시대마다 '학생으로 산다는 것'이 어떻게 정의됐으며 받아들여졌는지 탐색하는 방식을 통해 배움이라는 행위가 원래 어떤 의미를 품고 있었는지 복원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 여정이 공자와 소크라테스, 예수 같은 고대의 스승들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세 인물은 저마다 다른 문화권에 속했지만 배우는 사람에게 요구하는 태도는 놀랄 만큼 비슷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타인의 지혜에서 출발하되 결국 자신만의 판단을 세우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소소의 책/ 260쪽/ 2만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