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산업계 고환율에 시계제로… 소비자까지 타격

전날 원/달러 환율 1477.1원… 이날 1472.4원으로 여전히 1470원 대 원화 가치 하락에 건설업계 공사비 부담 증가… 수출입 기업도 우려 제조업 유가 인상·소비자 물가 자극까지… 정부·지자체 예의 주시

2025-11-25     이태희 기자
대전일보DB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충청권 산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건설업계와 제조업계의 수입 자재 가격·기름값 등은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고, 수출 기업조차 타국보다 낮아진 경쟁력으로 환율 혜택을 누리지 못할 전망이다. 또 고환율 여파가 소비자물가와 아파트 분양가 등을 자극해 지역민들의 적잖은 파장마저 예상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전날 대비 1.5원 오른 1477.1원이다. 이는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값이다.

이날 환율은 전장보다 4.7원 내린 1472.4원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1470원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에 실질 원화 가치는 추락하고 있다.

지난달 말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ER)은 전월 대비 1.44포인트 하락한 89.09(2020년=100)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8월 말(88.88) 이후 16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실질실효환율은 자국 통화가 상대국 대비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 나타내는 환율이다.

이 같은 고환율 현상에 충청권 건설업계의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수입 중간재와 국내 중간재 모두 올라 공사비 부담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중간재 가격은 이미 상승 조짐을 보이는 추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간재건설용(수입) 물가 지수는 121.8로, 전년 동월(117.1)과 비교해 4.0% 상승했다.

건산연은 환율 상승에 따라 수입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9월 평균 환율이 1300원대 후반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달 중간재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수출입 기업들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수출 기업은 통상 환율이 오르면 호재지만, 향후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수주 경쟁에서 불리해지는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관계자는 "과거 원화 약세가 수출 호재 공식이라고 인식했으나, 이제는 상대적으로 봐야 한다"며 "엔저 상태가 장기화하면 마진 압박을 키우고, 결국 수출 기업들도 손해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역 제조업체들의 경영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고환율은 수입 중간재 가격뿐만 아니라 유가 인상까지 압박, 화물 운송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실제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날 대전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1738.83원으로, 60일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은 이후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수입 원재료 비용 증가가 소비자물가 인상을 자극하고 있고, 향후 분양가 상승 등 주택 구매 비용을 끌어올리게 된다.

특히 한국은행 조사 결과 지난달 대전의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3% 올랐고, 세종(2.7%)과 충남(2.5%)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물가 압력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고환율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 제조업체에 대한 고환율 대책 마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자치단체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우선 대전시는 지역 중소기업과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심화한 자금 경색 현상을 고려, 내년도 예산을 조기 집행할 방침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원화 가치 하락은 물가 급등과 실물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2026년 상반기가 지역 경제 방어의 골든 타임"이라며 "내년도 사업을 신속하게 준비해 1월부터 바로 발주·집행이 가능하도록 조치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