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희망이다] 아미산 바람 머금은 벼… 쌀알부터 볏짚까지 버릴 게 없네
해외 82t 수출… 유통 공급망 확대 전통주·제과 등 식문화 콘텐츠 연계 식량 수급 안정화·관광 활성화 도모 충남 당진 아미쌀
충남 당진의 들녘에서 자라난 한 톨의 쌀이 세계로 향하고 있다. '아미산의 정기를 받은 쌀'이라는 뜻을 담은 '아미쌀'은 당진시가 국립식량과학원과 손잡고 개발한 지역특화 품종으로, 단순한 농산물을 넘어 당진의 새로운 산업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아미산의 정기' 품은 당진특화 쌀의 탄생
아미쌀의 이름은 2022년 11월 3일 열린 '지역특화 신품종 평가회'에서 공식 확정됐다. 이름처럼 아미산의 기운을 받아 자란 쌀이라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 당진시는 전국에서도 벼 재배 면적이 넓은 지역으로,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지역쌀의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통해 국내외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돼 왔다.
이 과정에서 당진시는 국립식량과학원과 협력해 지역적응 실증재배를 마치고, 당진만의 차별화된 품종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물이 바로 '아미쌀'이다.
아미쌀은 우리나라 최초의 자포니카(Japonica) 장원종(長圓種) 이다. 전 세계적으로 주로 유통되는 인디카(Indica) 쌀이 길고 퍽퍽한 식감을 가진 반면, 아미쌀은 길지만 찰지고 부드러운 자포니카 특유의 밥맛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 세계인에게 익숙한 '긴 형태'이면서도 한국인이 선호하는 찰기와 윤기를 모두 갖춘 품종이다.
이 같은 특성은 해외 시장에서 큰 경쟁력이 되고 있다. 세계 쌀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는 인디카 쌀과 달리, 아미쌀은 차별화된 식감으로 '프리미엄 밥쌀' 시장의 틈새를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 전담 '미소미'의 활약…4개국 82t 수출
현재 아미쌀의 생산·유통·수출은 농업회사법인 '미소미'가 맡고 있다. 미소미는 당진의 농가와 연계해 아미쌀을 재배하고, 고품질 수출용 벼로 가공해 해외 시장에 내놓고 있다.
2023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네덜란드·몽골·캐나다 등 4개국에 총 82톤을 수출했다. 특히 2024년에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아미쌀 판촉행사를 열고, 지방 도시 우그르항가이주까지 공급망을 확대한 성과를 냈다.
해외 바이어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네덜란드에서는 아미쌀의 식감과 향에 대한 평가가 좋아, 유럽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태호 미소미 대표는 "아미쌀이 정착할 수 있었던 건 당진시와 국립식량과학원의 긴밀한 협력 덕분"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나라에 수출해 한국 쌀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지역 맛과 문화를 잇는 '아미(米)로드' 프로젝트
당진시는 아미쌀을 단순히 수출용 쌀로 그치지 않고, 지역특화 관광·식문화 콘텐츠로 확장하고 있다. 그 핵심이 바로 '아미(米)로드' 프로젝트다.
아미(米)로드는 아미쌀을 활용하는 지역 내 업체들의 네트워크로, 농가맛집, 제과·제빵, 주류, 떡 가공업체 등이 참여하고 있다. 당진시는 2024년부터 본격적인 아미(米)로드 조성 계획을 수립해, 아미쌀을 활용한 체험과 시식이 가능한 관광 코스를 개발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농가맛집 아미여울(순성면)'이다. 당진시는 이곳을 2025년 '아미쌀 농가맛집'으로 리모델링해 아미쌀 밥상과 지역 전통 음식 '꺼먹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육성하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아미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체험형 농가맛집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한, '순성브루어리'는 아미쌀을 원료로 한 '아미주', '아미쌀맥주', '아미막걸리'를 출시했고, '아카렌가(우두동)'는 '아미누룽지 소금빵'을, '떡하지(당진동)'는 '아미설기'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지역 소상공인과 농업이 함께 시너지를 내며 '먹거리 관광'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볏짚으로 잇는 전통문화… '기지시 줄다리기'에도 활용
아미쌀의 가치는 쌀알에만 머물지 않는다. 길고 튼튼한 아미쌀의 볏짚은 전통문화와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당진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에서 사용하는 줄의 주요 재료로 아미쌀 볏짚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면천읍성, 솔뫼성지, 합덕수리박물관 등 지역 문화유산의 초가지붕 재료로도 쓰이며, 짚풀공예 재료로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볏짚이 단순한 부산물이 아닌, 벼농사의 2차 소득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아미굿즈로 확산되는 브랜드 가치
당진시는 아미쌀의 대중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당진아미굿즈(3종)'을 개발했다. 아미쌀로 만든 전통주 '아미주', 아미쌀 볏짚으로 만든 복조리, 그리고 기타 홍보상품을 묶어 구성한 굿즈로, 농업과 문화, 생활상품이 결합된 독창적인 홍보 전략이다.
이 굿즈는 각종 축제와 박람회, 수출 상담회 등에서 큰 인기를 끌며, 소비자들에게 아미쌀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선순환 농업 모델'
아미쌀은 이제 단순한 신품종 쌀이 아니다. 수출을 통한 쌀 수급 안정화, 지역 맛집·전통주와 연계한 관광 활성화, 그리고 볏짚의 전통문화 자원화까지 농업·문화·산업이 유기적으로 엮인 당진형 농업 선순환 모델의 중심에 있다.
당진시 관계자는 "아미쌀은 당진의 기후와 토양에서만 가능한 품질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농업 경쟁력과 지역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농가소득 증대와 수출 확대, 지역관광 활성화를 함께 이루는 지속가능한 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제 아미쌀은 단순한 한 품종의 이름을 넘어, '당진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아미산의 바람을 머금은 한 알의 쌀이 세계의 밥상 위로 오르며, 한국 농업의 희망을 다시 쓰고 있다.
이태호 미소미 대표는 "아미쌀이 짧은 기간 안에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당진시와 국립식량과학원의 공동 연구와 현장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자포니카 특유의 찰진 식감에 세계 시장에서 익숙한 장원종 형태를 갖춘 아미쌀은 해외 바이어들이 '새로운 프리미엄 밥쌀'로 평가할 만큼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몽골과 유럽을 비롯해 다양한 국가에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당진 농가와 안정적 계약재배를 확대해 수출 기반을 강화하고, 한국 쌀의 품질과 브랜드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