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한옥이 나아갈 길

특별한 선택 돼버린 옛 건축 체계적인 정책·교육 등 과제 국내 통합 전담기구 마련 필요

2025-11-26     
김상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교수

최근 들어 한옥을 짓고 살고자 하는 건축주가 늘고 있다는 소식은 전통건축을 전공한 필자에게 무척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한옥 건립을 상담하다 보면, 건축비 부담과 완공 후 유지관리, 잦은 수리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불과 40여 년 전만 해도 서울 중심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한옥이 이제는 특별한 선택이 되어버린 현실을 실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한옥이 다시 보편적인 주거 대안으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는 전통건축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고민해온 과제이자, 지금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다. 우선 국내적 차원에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첫째, 한옥 발전을 위한 정책 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 현재 한옥 관련 정책은 국가유산청,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산림청 등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다. 국가유산청은 문화유산의 보수·복원 업무에 집중하고 있고, 문체부의 한문화 정책은 사실상 정체 상태에 가깝다. 국토부 역시 한옥 보급 정책의 추진력이 약해졌으며, 산림청은 목재 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으나 한옥 정책의 중심축을 맡기에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탄소중립을 담당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역할까지 더해지면서, 전통문화·건축산업·목재 활용·환경정책을 한 흐름으로 묶어 조율할 통합적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각 부처의 정책을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지금의 구조로는 한옥 산업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국가 차원의 전략적 조정과 정책 통합을 이끌 전담 기구의 마련이 절실하다.

둘째, 교육 체계의 개선이 절실하다. 현재 건축사 자격시험에는 한옥이나 전통건축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건축학 인증제 또한 '한국 건축과 전통' 관련 과목만을 요구할 뿐, 한국 전통건축은 대학 교육에서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만약 건축사 시험에 전통건축 관련 과목이 신설된다면 대학의 교과과정에서도 자연스럽게 해당 분야의 수업이 확대될 것이다. 이는 한옥을 정확히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뿐 아니라, 향후 한옥 보급과 전통건축의 현대적 계승에도 큰 동력이 될 것이다.

셋째, 한옥 인식에 대한 문제다. 이는 단순히 시민들의 이해 부족이 아니라, 전통건축 전공자들이 맡아야 할 책임과 역할의 문제이기도 하다. 50대 이상 세대는 한옥에서 직접 생활한 경험이 있지만, 주거에 관심이 많은 30-40대는 대부분 아파트 세대로서 방송이나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한옥을 접한다.

문제는 이러한 매체의 한옥 소개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전통건축 전공자가 아니라 현대건축가나 비전문가가 현상적 관찰을 바탕으로 한옥을 설명하면서 오해가 생기곤 한다. 이는 결국 전통건축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이며, 동시에 전통건축 전문가들이 더 적극적으로 정확한 정보와 문화적 가치를 시민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공자 스스로 깊이 돌아봐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K-Culture를 넘어 K-Architecture가 세계적 위상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통에 기반한 건축문화가 중심에 서야 한다. 오늘날 궁궐과 사찰, 북촌과 같은 전통 공간이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 이유 역시, 한국 고유의 미감과 공간철학이 그 속에 온전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한옥은 더 이상 '옛 건축의 미'로만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건축 디자인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국가 정책, 전통건축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교육 환경, 성숙한 국민적 인식이 반드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 세 요소가 균형 있게 뒷받침될 때 비로소 전통건축은 과거의 유산을 넘어 미래의 자산이 되며, 대한민국은 전통을 품은 건축문화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상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