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사랑] 세계로 뻗어가는 K-정원

2025-11-25     
주동열 산림청 수목원정원정책과 지방녹지사무관

우리의 정원은 오랜 세월 삶의 터전 속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 왔다. 궁궐의 후원에서부터 서민의 앞마당과 뒤뜰에 이르기까지 한국정원(K-정원)은 늘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 쉬는 공간이었다. 담장 안의 감나무, 꽃담 아래의 야생화는 일상 속 정원이자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터전이었다.

오늘날 한국정원은 전통의 미학과 현대적 감성이 어우러지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도심 속 생활정원은 일상에서 자연을 누리는 공간이자 문화로 자리 잡았고, 정원은 관광자원과 치유, 지속 가능한 삶의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산림청은 순천만·태화강 국가정원을 비롯해 지방정원 16곳과 민간정원 181여 곳을 조성·등록하며, 국민이 가까운 곳에서 정원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반을 넓혀 왔다. 대표적으로 순천만 국가정원은 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 생태관광의 중심으로 지역경제와 관광을 견인하고 있으며, 태화강 국가정원은 산업도시 울산을 녹색생태도시로 바꾼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K-정원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2023년 카타르 도하에 조성된 한국정원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한국의 조화와 절제의 미를 담아낸 상징적 공간으로 자연을 존중하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정원 미학을 세계에 알린 사례가 됐다. 그해 영국 첼시 플라워쇼에서 황지해 작가의 정원이 금상을 차지하며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지리산에 영감을 받은 정원으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표현해 세계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았으며, 한국정원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이러한 성과는 생활 속 정원문화를 넘어 K-정원 세계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산림청은 한국정원의 표준화, 국제정원박람회 육성, 해외정원 조성 지원 등을 통해 정원을 문화와 산업, 외교의 새로운 매개체로 발전시키고 있다.

또한 한국정원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전하는 공간을 넘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생태전환의 실천, 지역 정원산업을 이끄는 녹색성장의 무대, 국가 간 문화와 기술이 교류되는 녹색외교를 실현할 플랫폼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 K-정원이 아시안 국가와 함께 세계 속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가꾸는 희망의 정원으로 피어나길 기대한다.   주동열 산림청 수목원정원정책과 지방녹지사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