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생활인구

2025-11-25     윤평호 기자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부장

많은 지자체가 '생활인구'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인구감소지역법을 보면 생활인구는 "특정 지역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이다. 주민등록한 사람은 물론 통근, 통학, 관광, 휴양, 업무, 정기적 교류 등의 목적으로 월 1회 이상 특정 지역을 방문해 체류하는 사람이나 외국인도 해당한다. 지역의 모든 외국인이 생활인구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법률에 따라 외국인등록을 한 사람, 국내거소신고를 한 사람으로 한정됐다. 기준을 충족 못하면 지역에서 함께 생활함에도 생활인구에서는 배제된다. 배제와 차별이 어디 생활인구뿐일까?

정부는 민생경제 회복 조치로 올해 하반기 두 차례 소비쿠폰을 지급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 및 지급 대상에서 재외동포(F4, H2), 고용허가제 노동자(E9), 유학생은 빠졌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올해 6월 통계월보에 따르면 충남의 E9, F4, H2 비자 외국인은 6만 9834명. 이 가운데 절반을 넘는 59.43%, 4만 1500명이 천안아산에 산다. 특히 천안과 아산은 고려인 마을이 곳곳에 형성돼 재외동포가 3만여 명에 육박한다. 유학생까지 포함하면 천안아산의 소비쿠폰 제외 이주민은 수 만 명을 훌쩍 넘는다.

정부가 조장한 사각지대를 조금이나마 메우려 시민들이 나섰다. 천안의 풀뿌리희망재단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나눔연대 공익 캠페인을 벌였다. 99명 기부자 참여로 822만 5000원을 모금했다. 재단은 아시아친구기금을 더한 총 989만 원을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에게 지원하고자 신청을 받았다. 미등록 단속으로 남편이 보호소에 수감되며 26개월 딸과 생활고에 직면한 이주여성, 급여 대부분을 본국의 가족에 송금하고 본인은 정작 질환으로 치료비가 힘겨운 이주노동자, 비자 문제로 자녀의 건강보험과 어린이집 지원을 못 받아 어려움이 가중되는 한부모 이주민 등의 사연이 접수됐다. 재단은 고심 끝에 38가구 103명 전원에게 지원을 결정했다. 이후 재단에는 "날씨가 많이 추워 두 아이에게 패딩 점퍼를 사 주었습니다" 등 감사 인사가 줄을 이었다.

어쩌면 우린 가끔 잊고 사는 지도 모른다. 비인간까지 통틀어 "모두가 한 배를 탄 존재"임을.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