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별 균등 원칙 외면하는 민주당 1인 1표제

2025-11-24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4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당 일각의 반대를 고려해 최종 관문인 중앙위원회 일정을 오는 28일에서 다음 달 5일로 연기하는 등 속도 조절을 하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당무위에서는 1인 1표제 도입안과 추진 절차를 두고 격론 끝에 고성까지 오갔다고 한다. 당헌·당규 개정안이 당원 주권 강화를 내걸었지만 충분한 숙의 없이 진행됐음을 방증한다.

정청래 대표와 지도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1인 1표제는 우려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등한 1인 1표를 행사하는 것은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나 다름없다. 기존 대의원제는 당원 수에 상관없이 균등 배분 원칙에 따라 지역구별 일정 수준의 투표권을 보장하고 있다. 수도권이나 호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당원 수가 적은 충청과 대구·경북, 강원지역 등 이른바 '험지'의 대표성을 보완하는 기능을 했던 것이다.

만약 1인 1표제가 최종 의결된다면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3분의 1이 집중된 호남지역 중심 정당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소지가 다분하다. 상대적으로 당원 수가 적은 지역의 대의원 활동은 자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물론 지도부는 대의원의 의견을 정책 자문을 통해 흡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더 큰 문제는 대의원제가 무력화되면서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강성 지지층의 의견이 과대 대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나 제1 야당인 국민의힘 모두 강성 팬덤만 바라보는 극단적인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당헌·당규 개정이 민주당 전 당원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당 지도부는 여론조사 찬성률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여론조사에는 권리당원의 압도적 다수인 83.19%가 불참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 대표가 내년 당 대표직 연임을 염두에 두고 1인 1표제를 강행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1인 1표제는 이래저래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겉으로는 당원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특정 지역과 특정 세력만을 위한 것이 아닌지 의문부호가 찍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