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서약문으로 약속한 건강한 선택
[대전일보사-대전시교육청 흡연예방 공동캠페인] 대전이문고 담배연기 없는 환경 제공 흡연예방 심화형 학교 학생회 주도 연수·독서 기반 자기성찰 프로그램
대전이문고등학교는 1986년 개교 이래 '행복한 학교 이문'과 '이문회우, 이우보인(以文會友, 以友輔仁)'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학생 중심 교육과 창의인재 육성에 힘써왔다. 2020년 교육부 에듀테크 전국 10대 선도고교 및 인공지능(AI) 융합교육 중심학교로 선정되는 등 미래형 교육을 선도하는 지역 명문 사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대전시교육청이 지정한 흡연예방·금연실천 심화형 학교로서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금연 실천 문화를 꾸준히 확산시키고 있다.
◇흡연예방 추진 배경=대전이문고는 도심 외곽 공단 지역에 위치해 청소년들이 흡연 환경에 쉽게 노출되는 특성을 지닌다. 실태조사 결과 전교생 482명 중 28명(5.8%)이 흡연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전자담배가 호기심·관계 형성 과정에서 빠르게 퍼지는 양상이 확인됐다.
학교는 흡연을 단순 습관이 아닌 스트레스·정서 문제와 결합된 행동으로 보고, '지시·통제'가 아닌 학생이 스스로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과 경험 제공에 중점을 두고 흡연예방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모두가 참여한 금연학교 선포식=지난 7월 14일 열린 금연학교 선포식에는 전교생과 교직원이 함께했다. 교장은 '담배연기 없는 학교 환경 조성' 운영 방침을 발표했고, 학생대표는 금연 서약문을 낭독하며 학생 스스로 건강한 선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어진 '금연·흡연예방 N행시 짓기' 활동에서는 학생들이 금연의 의미를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했으며, 우수 작품 20편은 교내 전시를 통해 금연 실천 의지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학생이 중심이 되는 금연문화=지난 9월에는 학생회 주도로 교직원 대상 흡연예방·금연교육 연수가 진행됐다. 학생들은 흡연이 신체·정서에 미치는 영향, 전자담배의 유해성, 간접흡연으로 인한 주변 피해 사례를 교직원과 함께 공유하며 금연 실천에 동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학생회는 학급 회의 시간과 연계해 학급별 릴레이 금연 캠페인을 이어가며, 학생이 학생에게 건강한 선택을 권하고 지지하는 학교 공동체 중심의 금연문화를 확산시켰다.
◇도서관 기반 자기 성찰형 금연 프로그램=학교 도서관에서는 금연 관련 도서를 읽고 필사하는 자기 성찰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흡연의 해로움보다 '왜 나는 흡연을 했을까?'를 스스로 돌아보며 정서를 정돈하고 금연 의지를 강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학생은 "필사하는 동안 마음이 차분해지고, 스스로를 아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는 금연을 단순히 지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심리·정서 중심의 금연 교육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텃밭 가꾸며 정서 안정…흡연예방으로 자연스럽게 연결=1학년 전체가 참여하는 텃밭 프로그램은 파종부터 수확까지 생태 체험을 통해 정서 안정과 스트레스 완화 경험을 제공했다. 이는 청소년기 불안과 압박을 흡연으로 해소하려는 위험을 줄이는 건강한 감정 조절 경험으로 이어졌다. 또 수확물 일부를 지역 이웃에게 기부하며 나눔과 공동체 의식을 실천했다. 일상 속에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돌보는 생활 습관을 형성한 것이다.
◇금연 메시지 직접 제작…학생 주도 실천 확산=학생회는 흡연예방·금연 리플릿을 직접 기획·디자인했다. QR코드로 연동된 칫솔세트 홍보물로 제작해 지역사회 금연 캠페인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배부했다. 학생들이 금연 메시지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확산하는 주체로 참여했으며, 금연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실천적 역할을 수행했다.
이효은 학생회 부회장은 "금연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임을 알게 됐고, 그 선택을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있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지역과 함께하는 '맑은숨 프로젝트'=대전이문고는 지역사회와 함께 금연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맑은숨 금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9월 관평동 현대아울렛에서는 가족 단위로 참여하는 '스마일 노담 챌린지'가 열렸다. 학생회가 직접 제작한 금연 리플릿과 칫솔세트가 시민들에게 전달됐고, 사제동행 문화체험으로 스트레스 해소 활동도 병행했다.
이어 신탄진 시장 일대에서는 학생 160여 명이 참여한 플로깅 금연 캠페인이 진행됐다. 담배꽁초 수거 활동을 통해 흡연이 지역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체감했으며, 다음 날 신탄진역 캠페인에서는 흡연자들도 금연 의지를 밝히며 금연의 '함께 실천' 의미가 강조됐다.
◇체험형 버스킹 금연 캠페인=대전이문고는 지난 5월 15일 대덕구보건소·대전시교육청·대전세종금연지원센터와 연계해 지역사회 공동 금연 캠페인을 진행했다. 인근 신탄진중과 협력해 단순 홍보가 아닌 학생 참여형 버스킹 체험 활동으로 운영됐다.
금연 서약서 작성, 학생 디자인 금연 부채 배부, 버스킹 공연, 금연 퀴즈 등이 열리며 금연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문노담갤러리'로 금연 감수성 환경 조성=대전이문고는 미술과 연계한 사회문제 해결형 디자인 프로젝트를 운영해 학생들이 제작한 금연 콘텐츠 16점을 상설 전시하는 '이문노담갤러리'를 조성했다.
특히 아트팩토리 동아리 학생들과 넛지 디자인(Nudge Design) 개념을 적용해 복도·계단 벽면에 자연 이미지를 담은 벽화형 금연 메시지 공간을 꾸몄다. 금연을 억지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건강한 선택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학교문화를 만들었다.
◇운영 과정의 어려움과 극복=입시 스트레스가 큰 인문계 고교 특성상 학생들이 흡연 유혹에 쉽게 노출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단속 중심 방식만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에 대전이문고는 강요하지 않는 금연 교육, 정서 안정 활동, 학생 주도 캠페인, 시각적 금연환경 조성 등을 결합해 금연이 '규칙'이 아니라 '함께 실천하는 문화'가 되도록 접근 방식을 전환했다.
우리 학교의 교육 철학인 '이문회우, 이우보인'은 논어 안연편의 구절로 학문을 통해 벗을 사귀고, 벗과 함께 어질게 자라난다는 뜻이다. 흡연예방교육의 핵심도 바로 여기에 있다.
흡연은 하지 말라고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서로를 도우며, 스스로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금연학교 선포식, 지역사회 금연 캠페인, 텃밭 운영, 이문노담갤러리 조성, 도서관 필사 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이 '왜 건강해야 하는가'를 스스로 질문하고 답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이 사업의 가장 큰 교육적 효과는, 학생들이 욕구나 충동보다 '관계와 삶의 의미'를 기준으로 선택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점이다.
흡연을 끊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을 아끼고 서로를 지지하는 힘을 기르는 것, 그것이 우리 학교가 바라보는 금연과 흡연예방교육의 가치다.
가장 보람된 순간은 금연 메시지가 교사의 말이 아니라, 학생의 언어로 전해지기 시작했을 때였다. 학생회가 흡연예방 및 금연 리플릿을 직접 제작하고, 지역사회 캠페인에서 시민들에게 이를 설명하는 모습은 '나는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자긍심을 키우는 과정이었다.
이는 이우보인의 정신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금연교육은 단속과 지시로는 지속될 수 없다. 학생이 정서적으로 지지받고, 건강한 관계 안에서 선택할 수 있을 때 변화가 일어난다. 따라서 금연교육은 정서 회복, 공동체 경험, 삶의 속도 회복을 함께 담아야 한다.
앞으로의 흡연예방교육은 스스로 건강을 선택하는 학생, 그리고 그 선택을 서로 지지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전이문고는 예술·생태·문화 경험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감정을 조절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생활 기반형 금연교육 모델을 계속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학교에서 형성된 금연문화가 가정과 지역사회로 자연스럽게 확산되도록 연계도 강화하겠다.
금연은 누군가를 제지하는 일이 아니라,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약속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우리 학교는 앞으로도 서로 배우고(이문회우), 서로를 돕는(이우보인) 공동체적 금연 문화를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가겠다. 이재홍 대전이문고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