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이어온 봉사… "계속하고 싶어요"

자원봉사자 전혜숙 씨

2025-11-20     윤신영 기자
전혜숙 씨. 전혜숙 씨 제공

"봉사하고 나면 하루가 즐겁고 기분 좋아요."

최근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에서 자원봉사 30년 근속상을 받은 전혜숙(대전 중구·75) 씨. 전 씨는 매주 화요일 병원을 찾아 의료진이 사용하는 장비를 준비하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 중앙에 구멍이 뚫린 사각 천을 정리하거나, 소독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거즈를 일정한 형태로 접는 일, 큰 천을 절반으로 자른 후 리본 형태로 묶는 등 다양한 일들을 맡고 있다. 이렇게 준비된 물품들은 의료 행위에 활용된다.

전 씨가 본격적으로 봉사를 시작한 것은 30년 전, 아들이 신학대학교 진학을 결심했을 때다. 평생을 남을 위해 살아가겠다는 아들의 선택을 보며, 그는 '나도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어느덧 30년이다.

봉사를 시작하자 즐거움도 함께 찾아왔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 봉사를 하는데 그날이 그렇게 기다려졌어요. 봉사를 마치고 돌아오면 마음이 한결 밝아져 뿌듯했지요"라며 "제 모습을 보고 자녀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라고 회상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역시 봉사 과정에서 만난 인연에 관한 것이다. 의료도구를 다루는 일이 많다 보니 봉사자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말없이 일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다 참여한 봉사자가 틈틈이 던진 재치 있는 한마디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던 날이 많았다고 한다. 소소하지만 그 기억이 전 씨의 뇌리에 깊게 남았다.

전 씨는 "그날의 분위기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 씨는 충남 논산에 위치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성모의마을'에도 한 달에 한 번 미용 봉사를 다녔다. 코로나19 시기 외부 접촉이 제한되고 함께하던 봉사팀도 해산하면서 자연스럽게 발길을 멈추기 전까지 10여 년 동안 이어온 활동이었다.

그는 "성모의마을에 가면 늘 마음이 따뜻했어요. 친구들이 잘 되지 않는 발음으로 '언니 왔다'며 반갑게 맞아주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요"고 했다.

내년이면 만 76세. 병원 봉사에서 정년을 맞지만 마지막 1년이란 시간이 더해지면서 전 씨는 마지막 봉사의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