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 AI 만나 자원으로 재탄생

[C-STAR 기업을 가다] ①디고랩스

2025-11-19     박하늘 기자
디고랩스 양호 대표. 박하늘 기자

[천안]OECD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다. 재활용되지 않은 플라스틱은 땅에 묻히거나 소각된다.

버려질 플라스틱을 AI를 활용해 자원화하는 천안의 스타트업이 있다. 디고랩스(대표 양호)다. 디고랩스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머신비전을 활용해 특정 플라스틱을 분리·재활용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여러 종의 폐합성수지 중에서도 흔히 페트병으로 불리는 PET(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이하 페트)로 만들어진 용기만 분류한다. 분류된 '순수한' 페트는 자원 재활용 회사에 판매돼 수익이 발생한다.

양호 대표는 폐플라스틱에 주목했다. 플라스틱의 종류는 페트 뿐 아니라 PP(폴리프로필렌), HDPE(고밀도폴리에틸렌), LDPE(저밀도폴리에틸렌), PS(폴리스티렌), PVC(폴리염화비닐) 등 무척 다양하다. 이를 종류별로 나눠 재활용 업체에 판매하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노동력이다. 사람이 하나씩 확인하며 분류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은 폐자원 수집업체들에게는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플라스틱은 오히려 돈을 내고 버려야 하는 수준이었다.

양 대표는 2022년 시행된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에 확신을 가졌다. 내년부터는 음료제조 업체가 플라스틱 재생원료를 10% 이상 사용해야 한다. 재활용 페트 수요는 전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기회로 보였다.

양 대표는 다량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류하는 기술 개발에 들어갔고 올해 초 AI기반의 페트 선별기 파일럿를 출시했다. 이 선별기는 다량의 플라스틱을 넣으면 머신비전이 페트만을 분류해 파쇄한다. 분류 정확도는 98.47%다. 핵심 기술은 AI비전이다. 구분이 어려운 페트병과 PP도 구별해 낸다.

디고랩스는 선별기 2기를 폐자원 수집업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선별기는 월간 플라스틱 250t 처리가 가능하다. 선별기로 얻은 순수 페트를 재활용 업체에 판매해 수익을 얻고 있다. 순수 페트는 혼합수거된 폐플라스틱보다 약 8배 가량 비싼 값에 거래된다.

디고랩스는 머신러닝을 통해 이를 100% 수준에 도달시킨다는 계획이다. 양 대표는 "내년 선별기 설치 업체를 10군데 늘릴 계획"이라며 "2030년까지 연간 플라스틱 3만t을 재활용하는 업체로 성장하는 것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