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AI 부정행위와 교수 갑질, 대학의 해법은?
나는 최근 연세대, 고려대, 서울대 학생들이 시험에서 AI를 활용해 부정행위를 했다는 신문 기사들을 읽으며, 기사의 방향과는 좀 다른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일부 학생들이 시험 이후 담당 조교에게 이런 정황을 전달했고, 조교는 채점하던 중 실제로 AI 사용이 의심되는 흔적을 발견했다" 이 기사를 살펴 보면 시험 감독도 조교가 하고, 채점도 조교가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짧은 문장에 대학이 안고 있는 두가지 문제가 압축돼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교수들이 자신의 업무를 대학원생 조교에게 전가하는 오래된 문제와, 학생들이 생성형 AI에 학업을 맡기며 시험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새로운 문제다. 얼핏 별개로 보이지만, 자신이 져야 할 본분과 책임을 타인이나 기술에 떠넘긴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교수는 오랫동안 대학에서 대학원생 조교들을 사실상의 개인 비서처럼 부려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조교의 업무 범위를 넘어, 시험 문제출제, 감독, 채점, 성적처리까지 조교에게 미루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러한 행태는 일부 교수의 개인 일탈을 넘어 대학 문화의 일부로 굳어져 왔다.
최근 일부 대학생들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학생들은 비대면 시험에서, 또 어떤 학생들은 대면 시험 도중 휴대전화로 챗GPT에 접속해 문제를 풀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AI를 안 쓰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AI를 학습을 위한 용도가 아니라 성적을 얻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
묘하게도 두 모습은 거울처럼 닮아 있다. 교수가 자신의 핵심 업무인 평가와 수업 운영을 권력 관계에 묶인 '인간' 조교에게 떠넘기듯, 학생은 자신의 핵심 의무인 과제 수행과 시험을 'AI' 조교에게 떠넘긴다. 전자는 권력, 후자는 기술이 매개일 뿐, 본질은 같다. 대학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수행해야 할 책무를 회피하고 책임을 외주화하는 문화가 세대와 도구만 바뀐 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먼저 교수와 학생들의 양심과 윤리에 호소하는 방식이 있다. 하지만 이미 수십 년간 이어진 교수 갑질과 최근의 AI 부정행위 사례에서 보듯, 양심만으로 버티기는 역부족이다.
둘째는 대학의 학칙 정비다. 교수의 역할과 조교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구분하고, 시험 출제와 채점 같은 교수 고유 업무를 조교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규정으로 못 박아야 한다. 학생 AI 활용 가이드라인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위반 시 어떤 제재가 있는지 담아야 한다.
셋째는 법과 제도의 마련이다. 심각한 교수 갑질이나 조교에 대한 부당 노동 착취에 대한 법령은 있다. 다만 학생의 부정행위를 법으로 규율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이 영역은 일차적으로 대학이 책임 있게 다뤄야 할 부분일 것이다.
넷째는 기술의 활용이다. 표절 검사, 온라인 시험 모니터링, AI 작성 글 탐지기 같은 도구들을 대학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감시 기술이 나오면, 우회하는 법도 바로 나온다. 기술은 보조 수단일 수는 있지만, 책임 의식을 대신 심어줄 수는 없다.
다른 시각의 해법은 기술을 적으로만 돌리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방향일지 모른다. AI 사용 여부를 음성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과제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명시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그러려면 교수는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고, 학생은 'AI가 답해 준 것'이 아니라 'AI와 함께 생각한 것'을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대학의 문제를 교수와 학생의 양심에만 맡겨 둘 것인가, 학칙, 법과 제도, 기술적 대응책을 총동원해 통제의 방향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교육 방식 자체를 바꾸어 책임 있는 사용과 정당한 역할 분담을 새로 설계할 것인가.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직접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