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칼럼] 일상을 향한 위로와 공감

2025-11-16     
유경희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간호부 파트장

병원 복도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순간,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긴장으로 굳은 표정의 한 할머니였다. 아들의 손을 꼭 붙잡은 채, 작은 떨림이 손끝에서 그대로 전해져 오는 듯했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표정과 걸음, 움켜쥔 손만으로 '나 지금 떨리고, 무섭고, 긴장돼요'라는 마음의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한없이 낯설어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조심스레 말을 걸어본다.

"어르신,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 오늘 입원하시나 봐요!"

이 짧은 인사 속엔 단순한 친절을 넘어 환자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치료와 회복을 향한 응원이 담겨 있다. 아마도 임상에서 환자를 살피는 많은 간호사에게 이러한 돌봄의 마음은 아주 일상적이고 당연할 것이다.

잠시 뒤 "내가 지금 입원하러 가는 길인데… 많이 떨리고 무서워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한마디에 많은 생각이 스친다.

"많이 긴장되시지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병원 직원들이 따뜻하게 잘 도와주실 거예요."라고 답하며 마침 향하는 길이 같아 입원 병동까지 함께 걸음을 옮겼다.

병동에 도착하자 간호사들은 이미 어르신의 떨림과 낯섦을 알아보고, 따뜻한 미소와 부드러운 눈빛으로 맞이했다. 그 순간 엘리베이터 안에서 느껴졌던 긴장감이 조금씩 풀려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님, 걱정 많으셨지요. 저희가 잘 살펴드릴게요." 간호사의 한마디에 어르신의 얼굴에도 조심스레 미소가 번져갔다. 그 미소를 확인하며, 나는 조용히 또 다른 환자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환자들이 입원할 때 느끼는 마음은 대부분 이와 비슷할 것이다. 그들은 아픈 몸을 이끌고 치료를 위해 낯선 장소와 낯선 사람들 속으로 들어와 몸과 마음을 의료진에게 의지해야 한다. 말 그대로 '환자의 경험'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확실성은 누구에게나 긴장과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럴 때 누군가가 다가와 위로와 공감을 건네는 일은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

치료 과정에서 의료진이 건네는 어떤 말이 실제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또 어떤 말을 듣고 싶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퇴원을 앞둔 환자와 입원 중인 환자들을 만나보았다. 놀랍게도, 환자들에게 가장 힘이 된 말은 거창한 표현이 아닌 소박한 일상의 안부였고, 그 안에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강한 바람'이 담겨 있었다.

"식사는 잘하셨어요?" "입맛이 없으시더라도 잘 드셔야 해요. 그래야 빨리 회복되세요." "잠은 잘 주무셨어요?" "약 잘 드시면 좋아지실 거예요." "어려운 치료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결국 마음에 와닿는 것은 일상의 언어,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건네는 말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와 위로가 환자들의 하루를 지키고, 점점 회복 되어가는 모습은 의료진의 마음에도 보람과 따뜻함을 채운다. 그렇게 서로가 함께 나아가는 것이 바로 의료 현장의 본질임을 생각하며 조용히 마음을 전해본다.

'어르신, 치료는 잘 받고 계시지요? 지금은 편안하시면 좋겠어요. 힘내세요.' 유경희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간호부 파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