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환율이 뉴노멀, 너무 안이한 인식 아닌가?
환율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13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의 환율이 1467원으로 마감됐지만 오전 한때 1475원에 이르는 등 원화 약세가 두드러졌다. 환율이 1470원을 넘나드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과도한 변동성이 발생하면 시장에 개입하겠다며 환율안정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시장이 순순히 물러설지는 알 수 없다.
환율은 최근 몇 년 사이 계속 상승세를 보여왔다. 2022년 하반기 1300원 대에 진입한 이래 지난해 4월 1400원, 12월에는 1450원대로 올라섰다. 환율이 계속 오르자 한국은행은 1450원대의 환율을 '뉴 노멀'로 용인하는 듯한 뉘앙스를 내비친 바 있다. 글로벌 달러화 강세,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양호한 편이지만 고환율은 결코 달갑지 않다. 근래의 고환율은 미국 고금리에 따른 글로벌 자금 이탈, 관세전쟁에 따른 안전자산(달러) 선호, 국내 투자자의 해외 증시 확대,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 이탈 등이 두루 작용하고 있다. 당분간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이 공통된 입장이다.
고환율은 긍정과 부정적 영향을 동반한다. 수출 비중이 크고 원자재 수입 상대적으로 낮은 산업은 경영환경이 좋아질 것이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분야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장기화되면 대부분의 기업과 서민들의 삶이 매우 어려워질 게 분명하다. 원유와 곡물 철강, 희토류 등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하는 터라 생산자 물가와 소비자 물가 모두 오를 수 밖에 없다.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 비용도 증가하고, 관세협정에 따라 매년 2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는 것도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주식과 채권 매도 등도 우려된다.
고환율을 단순하게 상시적 현상으로 여기는 것은 안일한 발상이다. 주가 상승에 도취할 때가 아니라 환율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트럼프발 글로벌경제 불안이 계속되고 내수부진도 장기화하는 분위기이다. 미국 등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확대, 미세 조정 개입, 환율 피해 기업 지원, 금융 시장 건전성 강화 등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