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점수보다 단단한 마음으로

2025-11-13     조은솔 기자
조은솔 취재2팀 기자

13일 새벽 전국 55만여 명의 수험생이 수험표를 들고 교문에 들어선다. 12년을 달려온 결승선,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날이다. 수능 당일은 항상 긴장된 얼굴과 보호자들의 애절한 마음 사이로 찬 공기가 맴돌곤 한다. 그 짧은 순간이 지나면, 모든 건 오롯이 수험생의 몫이 된다.

올해 수능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의대 정원이 축소된 상황에서 응시자가 7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른바 '사탐런(사회탐구 쏠림)' 현상까지 겹치며 시험의 변수도 많다. 제도적 복잡함 속에서 입시는 늘 예측 불가능한 싸움이 된다. 하지만 그 복잡한 틀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진실이 하나 있다. 단순히 정답을 고르는 것을 넘어 자신을 믿는 시험이라는 것이다.

수능을 준비한 시간은 단순히 문제집을 푼 날들의 합이 아니다. 수많은 포기와 다짐이 교차한 시간의 무게다. 새벽의 알람 소리, 교실의 형광등 불빛, 그리고 책상 위에 쌓인 연필 가루까지 모두 한 사람의 서사가 된다. 단 하루의 답안지를 위해 수많은 수험생들이 무수한, 그리고 고단한 날들을 보냈다.

수험생들에게 "마음 편히 보라"는 말은 어쩌면 위로보다 잔인한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긴장 속에서도 페이스를 잃지 않는 것이 결국 실력이다. 한 문제를 더 맞히기보다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 누가 뭐래도 오늘 하루는 수험생이 주인공이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의심하지 말고, 그 길 위에서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 점수가 노력의 전부를 설명하지 못하지만, 노력은 이미 스스로를 증명했다.

수능은 인생의 결승전이 아니다. 인생의 첫 번째 큰 무대일 뿐이다. 결과가 어떻든, 이 시간을 버텨낸 경험은 앞으로 어떤 시험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근력이 된다. 점수보다 단단한 마음으로 맛있는 밥 한 끼와 깊은 잠으로 자신을 위로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