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은 저절로 성장하지 않는다

시스템으로 성장하는 조직, 사람으로 움직이는 팀 스케일링 피플(클레어 휴즈 존슨 지음/이길상·고영훈 옮김/세종서적/600쪽,/2만 7000원)

2025-11-11     유혜인 기자

"다들 열심히 일하는데 왜 성과는 늘 제자리일까?"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면 한 번쯤 이런 의문을 품는다. 저자 클레어 휴스 존슨은 그 이유를 "사람은 많은데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스케일링 피플'은 구글과 스트라이프의 운영 설계자로 활약한 저자가 '사람 중심'의 리더십 담론을 넘어 '운영 중심'의 경영 전략을 제시하는 책이다. 일 잘하는 팀의 비결을 감에 의존한 리더십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프로세스와 구조화된 시스템에서 찾는다.

휴스 존슨은 구글에서 10년, 스트라이프에서 7년 이상 COO(Chief Operating Officer)로 일하며 두 기업의 성장기를 함께한 '실리콘밸리의 숨은 설계자'다.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은 명확하다. 조직은 생물과 같아서 성장기에 어떤 뼈대를 세우느냐에 따라 이후의 움직임이 달라진다. 좋은 인재를 채용하는 것도, 훌륭한 리더가 되는 것도 결국 안정적인 운영 시스템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리더가 매일 부딪히는 문제, 채용, 회의, 피드백, 성과 관리를 '어떻게 구조화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풀어낸다.

책의 중심에는 '코어 프레임워크 4단계'가 있다. 첫째, 목표 달성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다. 명확한 미션과 실행 체계를 기반으로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세운다. 둘째, 적합한 채용이다. 조직의 문화와 목표에 맞는 인재를 정의하고 선별하기 위한 루브릭과 평가양식이 제시된다. 셋째, 건강한 팀 구축이다. 탁월한 인재일수록 명확한 협업 구조와 투명한 의사소통을 원한다. 마지막은 피드백과 성과 관리다. 단순한 평가가 아니라, 미션과 목표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피드백 체계를 설계한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업무 유형 4분법'이다. 저자는 내향·외향, 사람 업무 중심의 축을 기준으로 '분석가·주도자·촉진자·협력자' 네 유형을 제시한다. 분석가는 데이터를 중시해 신중하지만 실행력이 떨어질 수 있고, 주도자는 빠른 결정을 내리지만 팀 자율성을 저해하기 쉽다. 촉진자는 관계 구축에 능하나 세부 관리에 약하고, 협력자는 안정적이지만 모두를 포용하려다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이해하면, 취약점을 보완할 동료를 찾고 팀의 조합을 최적화할 수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추상적인 리더십 담론을 '즉시 실행 가능한 매뉴얼'로 바꿔놓았다는 점이다. 책에는 실제 구글과 스트라이프에서 사용된 문서회의나 어젠다 설계법, 인터뷰 평가표, 피드백 양식, 목표 관리 템플릿이 그대로 담겨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든, 팀을 막 맡은 신임 리더든 필요한 부분부터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저자는 "리더십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반복 가능한 시스템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결국 조직을 성장시키는 힘은 탁월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일관된 운영 습관인 것이다.

이 책은 성장통을 겪는 모든 리더에게 묻는다. 당신의 팀은 정말 '사람'으로만 움직이고 있는가, 아니면 '시스템' 위에서 성장하고 있는가. '스케일링 피플'은 사람과 시스템의 균형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꿈꾸는 모든 리더의 책상 위에 있어야 할 실전 가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