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창간기획 충청의 길] 수도권 블랙홀에 맞서는 '메가시티' 전략

충청권 하나로 잇다 충남·충북 12개 시군 소멸 위험 '대전충남특별시'로 해법 제시 충청초광역 메가시티 출발점

2025-11-10     윤신영 기자
대전시와 충남도는 지난 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 국회 포럼'을 개최했다. 대전시 제공

우리나라는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된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수도권 일극체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포화 상태인 수도권과 쇠퇴해 가는 비수도권의 격차는 심화되고 있다. 지역내총생산(GRDP)을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간극이 크다. GRDP는 2011년 수도권 684조, 비수도권 709조 원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비수도권이 수도권보다 GRDP가 높았다. 하지만 5년 뒤인 2016년 전세는 역전됐다. 수도권 879조 원, 비수도권 864조 원으로, 격차는 1% 정도가 났다. 2022년에 들어서는 수도권 1135조 원, 비수도권 1030조 원으로 5% 가까이 벌어졌다. 여기에 인구절벽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지역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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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인구의 50.9%가 면적 11.8%인 수도권에 거주한다. 나머지 절반이 지역에 거주하는 셈인데, 이마저도 인구 감소가 맞물리면서 소멸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지방소멸위험지수는 충북 11개 시군 중 8곳(72.7%), 충남 15개 시군 중 12곳(80.0%)이 소멸위험단계(지수 0.5 미만)에 진입했다. 이 상태로 가면 지역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충청권은 규모 경제 실현을 위한 행정통합을 비롯, 궁극적으로는 메가시티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수도권 일극체제에 맞서 독립적인 생활권 구축이 목표다. 지자체 간 분절된 행정과 산업 구조로는 인구 감소와 산업 위축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대전·충남 행정통합, 협력의 첫 실험

지자체 간 칸막이를 허무는 행정통합이 그 출발점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지난해 11월 '통합 지방자치단체 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선언문에 서명하고, 본격 논의를 시작했다. 이후 민관협의체 구성과 주민설명회를 거쳐 올해 7월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 초안을 확정했다. 지난달에는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담은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발의됐다. 특별법 대표발의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충남 서산태안)이, 공동발의에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 45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했다. 특별법은 앞으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공청회와 법안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다뤄지게 될 전망이다. 목표는 올 12월 국회 본회의 통과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연내 특별법이 통과되면 내년 7월 대전충남특별시가 공식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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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이 실현되면 인구 358만 명, GRDP 191조 원(2022년 기준), 수출액 972억 달러 규모의 광역자치단체가 탄생한다. 인구와 경제규모만 놓고 보면 비수도권 1위다. 무엇보다 대전의 연구개발 역량과 충남의 제조업 기반을 결합해 수도권 다음 가는 경제권을 형성하고, 행정 효율화로 재정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행정통합은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충청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시대적 소명"이라며 "특별법이 통과되면 중앙정부로부터 권한과 재정을 대폭 이양받아 준연방정부 수준의 실질적은 지방정부를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충남도와 대전시는 지난해 11월 옛 충남도청사에서 만나 '통합 지방자치단체 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왼쪽부터 홍성현 충남도의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시 제공

◇충청권 초광역 메가시티로 발전해야

대전시와 충남도는 대전충남특별시가 충청권의 초광역 정부로 가기 위한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행정통합을 현실화한 후 향후 세종·충북까지 포함해 '충청권 초광역 메가시티'로 발전한다면 정부의 '5극 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과도 맞아떨어진다는 것.

그 일환으로 대전·세종·충남·충북이 참여한 특별지방자치단체 '충청광역연합'은 지난해 12월 18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공식 출범, 지난 2월 정책 토론회를 열고 4개 시·도와의 실무협의회를 본격 가동했다. 전국 첫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추진되는 충청광역연합은 지역 내 총생산 290조 원 규모의 충청권을 하나의 광역 생활경제권으로 묶는 것을 목표로 한다. 행정 협력을 넘어 초광역 교통망을 구축하고 산업기반을 공동 활용하는 한편 생활·문화권 단위로 통합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충청권은 교통과 산업, 행정 기능이 고르게 분포, 초광역 협력을 통한 각종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대전은 과학기술 혁신의 허브, 세종은 행정수도이자 공공기관 중심지, 천안·아산은 제조·물류 거점, 청주는 바이오·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다. 공주·보령·단양 등은 풍부한 문화·관광 자원을 갖췄다.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을 고려, 충청권 4개 시·도간 광역교통망이 완성되면 전국 행정·경제·산업의 핵심 역할을 하는 거점 도시로서의 경쟁력도 충분하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지난 7월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만나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 초안을 확정했다. 대전시 제공

◇충청권 아우를 광역교통망 실현돼야

충청권 메가시티의 핵심은 충청 전역을 '1시간 생활권'으로 묶는 광역교통망이다. 최근 민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한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사업과 경부선 천안역을 충북 오송을 거쳐 청주국제공항까지 연결하는 천안-청주공항 복선전철,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청주공항-보은-김천 내륙철도 공주-세종, 세종-천안 노선을 잇는 광역BRT(간선급행버스체계) 등이 대표적이다.

충청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부강역-북대전IC 연결도로 등 광역도로망도 국토균형발전의 핵심축이 될 전망이다. 교통 인프라를 축으로 첨단산업과 제조, 생산 기반이 융합되는 구조도 구체화되고 있다. 대전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충남대, 대덕연구개발특구 등 교육 및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충남은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 디스플레이 등 제조와 생산의 핵심 기반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수출 선도 지역이다.

두 지역이 하나로 연결되면 연구개발(R&D), 산업, 기술 생산이 동시에 순환되는 R&D 산업 수출의 모든 주기 혁신 체계가 만들어진다. 결국 충청권 메가시티의 주요 효과이면서 완성은 교통이다. 광역철도와 공항전철, BRT가 실제로 연결돼야 인구와 산업이 움직인다. 계획을 넘어 실행으로 나아가는 교통망 현실화가 충청권 메가시티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왼쪽 세번째)와 김태흠(왼쪽 두번째) 충남지사는 지난 7월 14일 대전시청대회의실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홍성현 충남의장, 김태흠 충남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조원휘 대전의회 의장. 대전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