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즉설]대기쇼, 출석쇼, 인사 꼼수…민주당 '김현지 방탄' 상처뿐인 승리

2025-11-08     은현탁 기자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지난달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국회 국정감사가 김현지로 시작해 김현지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출석을 둘러싼 여야의 충돌은 이른바 '배치기'로 막을 내렸습니다. 국민의힘이 '애지중지 현지'로 부르던 김 실장은 결국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민주당과 대통령실이 온몸을 던져 막아낸 '김현지 방어전'의 진실과 거짓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각종 의혹에도 김 실장 국감 출석 불발

이재명 정권의 실세로 불리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끝내 국정감사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6일 국회 운영위 대통령실에 대한 국감에서는 김 실장은 나오지 않고, 고성만 오갔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과 이기헌 민주당 의원 사이에는 감정이 격해 '배치기'를 하는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졌습니다.

김 실장은 대통령실 인사 전횡에서 '대북송금 사건' 변호인 교체, 성남시 괴문자 정치 공작, 종북 연루 의혹까지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만사현통 꼭꼭 숨겨라'라는 문구를 내걸고 '김현지 제보센터'까지 운영했지만 끝내 김 실장을 국감장에 불러내지 못했습니다.

여권에서는 처음부터 김 실장을 국감장에 부를 의사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실이 김 실장을 총무비서관 자리에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아도 되는 제1부속실장으로 인사 배치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일부 여권 인사들은 김 실장이 출석할 의사가 있는 것처럼 호도했고, 대통령실도 국회만 결정하면 나갈 것처럼 애드벌룬을 띄웠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게 김 실장의 출석을 막기 위한 인사쇼, 출석쇼, 대기쇼로 귀결됩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6일 국회 운영위의 대통령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설전으로 정회된 직후 이른바 '배치기'를 하며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언석, "엽기적인 언론 브리핑"

①대기쇼=지난 6일 오후 대통령실이 어처구니없는 브리핑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현지 실장이 국회 운영위의 국정감사에 언제든 출석할 수 있도록 경내(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기할 것'을 지시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국회를 존중하는 취지에서 이 같은 지시를 내린 것"이라며 "국회에서 (김 실장의 증인 채택을) 결정할 경우 상임위에 나간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국회 돌아가는 사정을 아는 국민들은 코웃음을 칠 수밖에 없는데요. 전날 이미 운영위 국감출석이 불발됐고, 원내 다수의석인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는 이상 김 실장의 출석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이 운영위 국감 출석 운운하면서 경내 대기를 지시한 겁니다.

김 실장 출석에 대해 이 대통령실은 반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대기쇼'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에서 부르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도록 대통령실 경내에서 대기했다는 엽기적인 언론 브리핑까지 있었다"며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②출석쇼=민주당은 처음부터 김 실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할 것처럼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 9월 3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자기는 안 나간다는 얘기를 안 했다더라. 그리고 나가서 당당하게 얘기하겠다(고 했다). 상당히 전의에 불타던데"라며 김 실장과의 통화 사실을 전했습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지난달 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통령실이 김현지 부속실장을 국감에 안 내보내려고 한다든가 그런 일이 전혀 없다"며 "저는 (출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다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한술 더 떠 김 실장의 100% 출석을 장담하기도 했습니다. 우 수석은 지난달 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김 실장의 국회 출석 여부와 관련해 "김현지 한 사람 때문에 대여섯 명을 인사 이동한다는 말이냐. 김 부속실장은 국회에 출석할 것"이라고 말한데 이어 '부속실장은 국감에 출석하지 않는 게 관례이고, 민주당도 출석 요구에 동참해야 할 텐데'라는 질문에 "100% 출석한다"고 확답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김 실장이 출석하지 않을 것을 잘 알면서도 여론을 호도한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김현지 철통방어'를 위해 잘 짜인 각본대로 움직인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③인사 꼼수=이재명 대통령이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 9월 29일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을 제1부속실장으로 전보 조치한 바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국민 앞에 떳떳하지 못한 '헌정사상 초유의 꼼수', '전례 없는 국회 기만 인사'로 규정했습니다.

강명구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역대 총무비서관이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전례가 없음에도, 단 한 사람을 감추기 위해 조직개편을 강행한 것은 말도 안 되는 행위"라며 "이렇게까지 숨긴다는 것은 이 대통령 부부가 무언가를 감추고 있고, 김현지가 실제 숨은 권력 실세임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 실장이 국감장에 나왔으면 모르겠지만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실은 부인하고 싶겠지만 대통령실의 인사가 '김현지 방탄 인사'임이 입증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 신동욱 의원 페이스북 캡처

◇신동욱, "국회 부른다는 표현은 말장난"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그러니까 국회가 합의하면 오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국회가 합의를 안 하지 않습니까. 국회에서 부른다는 표현은 말장난입니다. 민주당이 오케이를 해야지 오는 것이지요. 우리 당은 불렀지 않습니까. 국회에서 부르면 오겠다는 표현은 국민의힘이 부르면 오겠다는 표현으로 바꾸면 진정성이 있습니다마는."(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김종혁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아 우리는 대통령께서는 내보내려고 애쓰셨습니다. 수행실장 수행도 하지 말라고 하면서 부속실장한테 이렇게 했는데 여야 간에 협의가 안 돼서 결국은 안 나간 겁니다. 이렇게 알리바이 만들어 주려고 그냥 '생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YTN라디오 김준우의 뉴스정면승부)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왜 그러면 그렇게 대기시켰을까, 민주당에서 위원장 쥐고 있고 다수 위원을 갖고 있으니까 안 부를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거기 보낸 거예요. 저는 그렇게 봅니다. 민주당이 배드캅 해주겠지라고 하는 신뢰를 갖고 이재명 대통령은 굿캅 코스프레를 한 겁니다."(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전용기 민주당 국회 운영위 위원-"법률상 일주일 전에 불러야 되는 내용들이 있지요. 제 생각에는 대통령도 답답했을 겁니다. 김현지 부속실장이 이렇게 악마화되는데 왜 내 수행 핑계 대고 안 가게 되냐, 어떻게라도 보내라라고 하는 섭섭함, 그 답답함은 이해를 하겠으나 국정감사는 법률로 이루어지는 거기 때문에~." (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