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광장] 두 개의 심장
대한민국 행정부 세종·서울 이원화 국회·대통령실도 본원-분원 갈라져 박지성처럼 달리기엔 너무 먼 무대
'두 개의 심장을 가진 남자(The Man with Two Hearts)'
영국 언론이 한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박지성에게 안긴 찬사였다. 90분 내내 지치지 않는 체력과 헌신적 움직임을 빗댄 별칭이다. 그 시절, 늦은 새벽 TV를 통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를 지켜본 국민들은 '두 개의 심장'에 환호했다. 마치 본인이 함께 달리듯 자긍심을 품는 시기였다.
흔히 정부청사를 행정부의 심장으로 칭하는데, 대한민국 행정부도 두 개의 심장을 품고 있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태동한 정부세종청사와, 기존 정부서울청사 두 곳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정부청사는 24시간 풀 가동되는 분위기다. 박지성처럼 내내 지치지 않고, 국민을 위한 헌신적 행정을 펼치기 위함이다. 다만 심장의 거리가 멀어 정책의 맥박이 종종 어긋남이 감지된다. 서울은 정치·외교, 세종은 행정으로 구분된다고 하지만 팀워크를 맺기엔 거리가 멀다.
국무총리실만 봐도 그렇다. 국정 컨트롤타워인 총리실은 서울과 세종에 분리돼 있다. 서울은 정책조정 기능을 맡지만, 이를 수반할 실·국 부서는 세종에 있다. 주요회의를 하려면 영상회의나 KTX 이동이 필수여서 '보고는 세종, 결정은 서울에서'의 비판이 나온다,
김민석 총리는 취임 초인 지난 7월 8일 '국무총리, 첫 30일 업무계획 10*3 플랜 보고'를 통해 "총리가 세종에서 주기적으로 집중근무하는 '세종주간'을 통해 중부권에 국가행정력이 더 집중되고 균형발전은 더 진전될 미래국가의 토대를 강화하겠다"고 외쳤다.
세종청사가 자리잡은 세종을 무대로 국가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의지였다. 당시 총리실 관계자는 "세종주간 집중근무는 기계적으로 횟수를 정한 것은 아니고, 최대한 많은 날짜를 세종에서 근무할 계획이다. 예전 총리들은 약속한 근무 일수를 맞추기 위해 주말에 세종에서 숙박일수를 채우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났다. 세종주간의 날짜를 못 박지 않아 '지켜지지 못한 약속'의 프레임을 씌울 순 없지만, 기억할 만한 세종주간의 행보는 없었다. 그렇다고 급박한 국내외 정세 속에서 총리의 발목을 세종에 묶어둘 순 없는 노릇이다.
비단 총리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세종청사 다수의 장·차관과 고위직 공직자의 'KTX 마일리지'는 상당하다. 대한민국 '행정 혈류'를 위해 서울과 세종 두 개의 심장을 오가는 탓이다. '출장 행정'으로 인한 혈세는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대한민국 행정 이원화의 문제점을 모르쇠 하듯, 두 개의 심장이 새롭게 만들어지려 한다. '국회'와 '대통령집무실'이 그러하다. 행정수도의 길을 걷는 세종에는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 건립이 가시화 되고 있다. 다만 국회는 '분원', 대통령 집무실은 '제2사무실'이라는 점이 아쉬움을 산다.
아이러니 한건, 행정 비효율 해소를 위해 건립되는 국회 세종의사당이 또 다른 비효율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상임위는 세종 분원에 있지만 국회 본원은 서울에 있어, 법안 심사와 본회의 승인 과정에서 이동과 협의가 반복될 것은 분명하다. 장비·회의실·인력의 중복 배치도 피할 수 없다.
대통령 세종집무실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서울과 세종을 오가며 집무할 경우 '의사결정 지연', '국가 예산부담 증가' 등의 부작용은 불 보듯 뻔하다. 자칫 세종 나들이의 별장이 될지 우려된다.
부처 공직자부터 국회의원, 대통령까지 의지에 따라 박지성을 흉내 내듯 달릴 수야 있겠지만 그라운드가 너무 넓다. 현실 속 '두 개의 심장'은 행정 비효율과 혈세 낭비의 역설적 구조를 그린다. 균형발전을 위해 태동한 세종시에 단 한 개의 심장을 심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그래야만 훗날의 '행정수도 세종'이 대한민국을 위해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