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돋보기] 21세기 바로크음악과 21세기 바로크축제
12일, 대전바로크축제가 시작된다. 이번 축제에는 필자도 연주팀의 지휘를 맡아 참여하게 된다. 매일 연습을 하면서 느끼는 고민 중 하나는 바로크 음악의 스타일 해석에 관한 문제다. 당대의 역사적 맥락 안에서 재현해야 할까, 아니면 현대적인 해석을 더해 새로운 색깔을 입혀야 할까. 이 두 가지 접근 방식이 음악의 전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탐구는 매우 흥미롭고도 중요한 주제다.
바로크 음악(1600-1750)은 그 자체로 독특한 특징과 양식을 지닌 시대다. 이 시기에는 화려한 장식음과 복잡한 대위법, 그리고 강렬한 정서 표현이 강조된다. 이를 진정으로 재현하기 위해서는 당시 사용된 악기와 연주 기법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다. 고음악을 지향하는 연주자들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작품에 접근하며, 그 과정에서 많은 연구와 연습이 필요하다. 음악이 지닌 감정의 깊이와 그 시기의 문화적 맥락을 아우르는 예술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의 청중이 원하는 것은 과거를 단순히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음악은 시대의 흐름과 함께 변화하는 예술이며, 청중의 감정과 반응 또한 현재의 문화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다. 따라서 바로크 작품을 연주할 때 전통적인 해석에 기초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과 창의성을 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음악이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 두 가지 접근 방식의 균형을 잡는 것은 결코 쉽지 않지만, 그렇게 할 때 음악은 더욱 생동감 있게 전달된다.
클래식 음악을 시대별로 구분하는 작업은 음악의 발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로크 시대를 시작으로 한 고전, 낭만, 낭만 후기, 현대 등 각 시대에는 각각 고유의 음악적 특성이 있으며, 이들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바로크 음악은 감정의 깊이와 기술적 정교함으로 특징지어지며, 이는 후에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로 이어지는 음악적 기초를 형성한다. 바흐와 헨델을 비롯한 바로크 작곡가들이 창조한 음악은 그 시대의 사회적, 정치적 맥락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를 이해하는 것이 바로크 음악을 해석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바로크 시대의 연주 방식과 해석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가장 큰 매력은 음악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의 음악을 통해 그 시대의 감성을 느끼는 동시에 현대의 청중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면서도 현대적인 요소를 결합하는 것은 청중에게 더 큰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관객들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의 흐름 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바로크 음악을 순수하게 재현하는 것이 가치가 있는가, 아니면 현대적인 해석을 추가하는 것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질문은 모든 음악가가 한 번쯤은 직면하게 되는 문제다.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가 바로크 음악을 어떻게 해석하고 연주하느냐에 따라 그 자체로 시대를 반영하고 새로운 세대와의 소통이 가능해질 것이다. 단순히 과거의 음악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바로크 음악이 갖는 의미를 다시 조명하고, 새로운 해석을 통해 청중과의 깊은 교감을 나누는 장을 만드는 데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 역사 선생님께서는 역사 교육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과오는 고치고 잘한 것은 계승·발전하기 위함이라고 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많은 현대 작곡가들이 바로크 음악의 요소를 활용하거나 재해석하여 새로운 창작물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창작 활동은 바로크 음악이라는 전통을 현대에 맞게 재구성하고, 새로운 세대에게 그 가치와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의 음악을 현대적인 해석으로 만드는 지휘자나 기획자가 의도하는 각자의 방식으로 바로크 음악을 느끼고,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음악은 단순한 소리의 나열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각각이 가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강력한 매체이다. 이러한 시선으로 클래식을 감상한다면 마음속 깊은 소통과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로크 음악의 풍부한 세계가 펼쳐지는 대전바로크축제에서 관객들을 만나길 기대한다. 장광석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전임지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