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돋보기] 호기심이 빛을 만든다

2025-10-27     
이수정 남서울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

세상은 눈부시게 빠르게 변하고 있다. 클릭 몇 번이면 방대한 자료와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고, 청각 예술인 음악조차 시각화된 작곡 앱을 통해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시대다. 이런 사회적 변화 속에서 기존의 교수법은 더 이상 학생들에게 의미 있게 다가가기 어렵다. 과거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사고와 연구를 담은 리포트를 통해 과제를 평가했지만, 지금은 그러한 방식으로는 변별력을 갖기 힘들다. 생생한 라이브 음악보다 유튜브 음원에 익숙한 세대에게 '호기심'을 자극할 학습 요소를 찾기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호기심'은 새롭고 신기한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이는 창작의 근원이자, 인간이 세상을 변화시켜 온 원동력이다. 스티브 잡스는 "기적은 우리 주변에 있다"고 말하며 삶 속 호기심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세종대왕 또한 천문학과 수학,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호기심을 바탕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음악가에게 호기심은 필수적인 자양분이다. 자연의 바람 소리, 새소리, 천둥소리, 인간의 복잡한 감정, 악기의 음색과 화음이 모두 그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음악가들은 섬세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다. 이들의 '감정형(F)' 성향 위에 호기심이 더해질 때, 창조의 세계는 무한히 확장된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드뷔시의 '달빛', 슈만의 '어린이 정경'은 청각을 시각으로, 나아가 오감을 자극하는 창조의 결정체다.

삐삐를 허리에 차고 숫자로 대화하던 시절, 사람들은 "101023535(열렬히 사모해)"나 "828255(빨리 와)" 같은 암호를 해독하며 호기심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의 숫자 조합은 단순한 코드가 아니라 창의력의 표현이었다. 이후 휴대전화는 사진과 영상을 찍는 신비로운 기계로, 오늘날에는 AI를 탑재한 스마트 도구로 진화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의 발전과 함께 우리의 호기심은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다.

에디슨의 "사람이 달걀을 품으면 닭이 될까"라는 질문, 라이트 형제의 "사람이 새처럼 날 수 있을까"라는 상상, 그리고 "특별한 재능보다 많은 호기심이 중요하다"고 말한 아인슈타인의 신념은 모두 인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 오늘날에도 누군가는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며 세상의 경계를 넓히고 있지만, 정보가 너무 쉽게 손에 닿는 시대에 우리는 '사색의 여정'을 잃어가고 있다. 지식이 '인스턴트화'되며 호기심이 깊이보다는 속도를 좇게 된 것이다.

작곡가들은 명곡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사색하고, 수없이 찢어버린 악보 위에서 새로운 영감을 찾아낸다. 미완의 멜로디를 붙잡고 밤새 고민하는 그들의 과정은 호기심의 산물이다. 그러나 이제는 몇 줄의 가사와 장르만 입력하면 AI가 몇 초 만에 곡을 완성해 준다. 놀라운 기술이지만, 창작자의 감정과 메시지를 온전히 담기엔 부족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기술조차 학생들에게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는 점이다. AI 음악 창작 앱 강의 현장에서 학생들은 흥미보다는 익숙함을 보인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인터넷이나 AI에 물어보면 되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희미해지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할까. 이는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이다. 너무 쉽게 지식을 얻고 너무 빨리 답을 찾는 사회에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깊은 사색과 탐구의 힘은 여전히 필요하다. 음악이든 과학이든, 진정한 창조는 '깊이 있는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여전히 그 깊은 바다 속 어딘가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 나서야 한다. 호기심이 다시 빛을 만들어내는 그날을 기대하며. 이수정 남서울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