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광장] 대중 문화예술 행사에 대한 인식 전환
빛이 맑아지고 색이 짙어지며 맛이 느껴지는 계절이다. 이런 좋은 시절에 우리 충청지역에서도 크고 작은 축제 행사가 있었다. 지난 구월에는 금산세계인삼축제, 계룡군문화축제, 천안흥타령춤축제 등이 있었고, 시월에는 대전빵축제, 세종한글축제, 백제문화제 등등의 축제 행사가 펼쳐졌다.
이런 축제 행사를 통한 문화예술의 대중화는 그 자체로 긍정적이지만, 최근 일부 지자체의 문화예술 정책은 경제적 논리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문화예술의 본질을 훼손하고, 예술가와 관객 간의 진정한 관계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지자체들이 문화예술을 경제적 자원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관객을 동원하기 위해 대규모 행사나 축제를 개최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이는 문화예술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장르의 예술이 대중에게 인기를 끌기 위해 지나치게 상업화되면, 그 본래의 미학과 가치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예술이 대중의 소비 대상이 되는 순간, 창작자는 관객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자신을 제한하게 되며, 이는 창의성과 실험정신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처럼 경제적 논리에 따라 문화예술이 지역 경제 활성화의 수단으로만 여겨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지자체는 예술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 하지만, 이는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정체성을 희생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술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사회적 소통과 문화적 표현의 수단이다.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예술가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잃게 된다면, 그 결과는 일시적인 경제적 효익에 그칠 뿐 장기적으로는 지역 문화의 쇠퇴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예술가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창작 활동이 단순히 관객 동원이나 수익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질 때, 그들의 작업에 대한 자율성을 잃게 된다. 이로 인해 예술가들은 상업적 성공을 위해 자신이 진정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주제를 포기하거나 변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창작의 본질을 훼손하고, 예술가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더욱이 대중화와 관객 동원에 혈안이 된 지자체의 접근은 예술의 다양성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 인기 있는 장르나 트렌드에만 집중하게 되면, 그 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예술적 표현과 새로운 실험들이 소외될 수 있다. 이는 예술의 생명력과 혁신성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사회 전반의 문화적 풍요로움을 감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또 큰 문제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자본이 집중된 대형 예술 기관과 유명 연예인들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반면, 소규모 아티스트와 지역 예술은 자원 부족으로 고립된다. 이는 다양한 목소리와 표현의 부재를 초래하며, 문화의 다양성을 위협한다. 결국 사회 전체의 문화적 풍요로움을 감소시키고, 예술의 본래 목적인 소통과 치유의 기능을 약화시킨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공 지원과 지역사회의 관심이 필수적이다.
지금부터라도 지자체와 관련 정책 입안자들은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을 재고해야 한다. 경제적 논리에서 벗어나 예술의 본질적인 가치를 존중하고, 예술가와 관객 간의 진정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예술이 지역사회의 정체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예술가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문화예술의 대중화는 그 자체로 중요한 과제지만, 지자체가 경제적 논리에 입각해 예술을 바라보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예술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사회적 소통과 문화적 표현의 수단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예술가와 관객이 함께하는 진정한 문화예술의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이익을 넘어서는 깊이 있는 인식과 접근이 필요하다. 문화예술이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행사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박주용 시인